▲유통업계의 해외진출이 활발한 가운데,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롯데마트 베트남 11호점인 '껀터점'을 찾은 베트남 고객들. (사진=롯데마트 제공)
국내 유통업계의 시선이 해외로 쏠리고 있다. 새해를 맞아 유통업계는 저조했던 실적을 만회하고 치열해지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중동과 동남아 등 해외신시장 개척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도 많다. 투자금 회수에 시일이 오래 걸리는 데다 현지 정치상황 변화 등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CNB가 국내기업들을 울고 웃게 만드는 해외시장을 들여다봤다. (CNB=김주경 기자)
유통·건설업계 해외진출 봇물
수익 내려면 오랜 기간 투자
변수 많아 신중하게 판단해야
해외진출을 향한 유통업계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기업들은 정부규제가 심해지는 국내시장에 한계를 느끼고 내수 시장 불황을 해외 사업으로 극복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국내 대기업들이 해외진출을 모색하는 것은 이는 신년사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롯데 신동빈 회장은 “변화흐름을 빠르게 읽어내고 혁신을 통해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해 글로벌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현재 추진되고 있는 ‘10조원’ 규모 롯데 해외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은 신년사에서 디즈니와 나이키 등 글로벌 기업 등이 스토리 콘텐츠 로 성공했던 사례들을 예로 들며 이들 기업이 전 세계에 미친 영향력을 강조했다. 덧붙여 정 부회장은 “우리는 세상에 없는 일류기업이 돼야 하고 스토리가 있는 콘텐츠로 승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통기업의 해외진출이 가장 활발한 지역은 중국과 동남아, 중동이다.
중국은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대기업들이 선호하는 해외진출 지역으로 손꼽힐만큼 시장규모가 세계 최대였다. 그러나 최근 기업들이 중국에서 잇달아 철수하고 있는 분위기다. 특히 중국은 올해 유통사들에겐 ‘악재’로 작용했다.
이마트는 중국 진출 20년 만에 전면 철수한 데 이어 롯데도 대부분 중국매장을 매각하기로 했다. 이는 사드 배치 이후 중국의 노골적인 보복과 함께 중국이 가진 특유의 폐쇄성은 사업의 걸림돌로 작용해 사상 최대 매출하락과 매장철수로 이어졌다.
▲이마트는 2015년 12월 베트남 1호점 고밥점을 오픈한 이후 현지인들에게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이마트의 Go Vap 매장 내 과일코너에서 상품을 살펴보고 있는 현지인들의 모습. (사진=이마트 제공)
최근 들어 유통업계는 중국을 대신한 새로운 돌파구로 동남아 시장에 진출해 속도를 내고 있다. 동남아는 시장 성장성 등을 감안했을 때 환경이 중국보다 낫다고 평가받는다.
이마트는 동남아 공략을 위한 일찌감치 준비해왔다. 현재 동남아 등지로의 수출과 직접 진출 등을 병행하고 있다. 2015년 12월 베트남 1호점 고밥점을 오픈한 이후 1년 만에 목표했던 매출을 넘어서면서 순탄하게 운영 중이며, 호찌민시 2호점 개장을 준비 중에 있다. 올해 상반기 베트남의 매출액은 25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동기대비 27.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적자는 21억원으로 전년 32억원에 비해 줄었다.
지난해 7월에는 몽골 1호점도 오픈했다. 업계 최초 경영제휴 형태로 운영되며, 이마트 브랜드를 접목시켜 노하우를 제공하고 로열티를 받고 있다. 향후 추가로 2∼3개 매장을 열 계획이며, 라오스․인도네시아․캄보디아 등의 진출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는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에 대규모 투자를 통해 안정적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롯데는 2008년 국내 유통업체 처음으로 인도네시아 현지 매장 Makro 19개점을 인수하면서 인도네시아 시장에 진출했다. 현재 45개의 점포를 운영 중이며, 매출도 2011년 8,810억원에서 2015년 1조 150억으로 꾸준한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2008년 12월 ‘남사이공점’을 오픈하며 베트남 시장에 첫 진출했다. 현재 총 13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2015년 롯데마트의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매출은 1조2320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 1조377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최근 들어서는 롯데그룹 차원에서 베트남 투티엠 신도시에 2조 넘게 투자해 백화점, 쇼핑몰, 상업시설, 호텔 등이 어우러진 복합단지를 짓기로 했다. 이후 미얀마, 라오스 등으로 시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그리고 동남아시장의 온라인 시장 확대에 맞춰 온라인 사업도 확대할 예정이며, 한국의 PB와 해외법인 자체 PB를 결합한 B2B 시장 진출도 모색 중에 있다.
반면, 중동지역 역시 ‘포스트차이나’ 로 불릴 만큼 기업들이 오래전부터 눈 독 들인 곳이다. 성장 가능성이 클 뿐 아니라 한류열풍으로 현지인들이 한국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높다.
▲BGF리테일은 편의점업계 최초로 중동에 진출했다. 지난해 11월 이란 테헤란에 문을 연 CU 1호 매장 엔텍합애만CU 써데기예점. (사진=BGF 리테일 제공)
BGF리테일은 이란 테헤란에 편의점 브랜드 CU 1호 매장을 오픈했다. 이 곳에 문을 연 것은 약 8천만 명의 인구를 보유한 최대 소비시장이기 때문. 경제성장률 역시 2015년 0.4%에서 지난해 6.5%로 상승한 데다 소비자물가상승률 8.9%로 안정화 되는 등 성장률이 호조세를 나타내고 있다.
SK의 유통부문을 담당하고 있는 SK네트웍스도 중동 진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SK네트웍스가 지난해 3월 문종훈 당시 사장이 이란, 사우디, 두바이 등을 방문한 데 이어 같은해 말 상사 부문 내에 중동사업부를 신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유통계 기업들이 국내 소비 침체와 성장 둔화, 각종 규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보니 자의반 타의반으로 신 시장개척에 나서고 있다.
“돌다리 두드려 보고 건너라”
한편 우려의 시선도 있다. 해외 시장 진출이 성공하기 위해선 철저한 사전준비와 상당 기간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시장 조사부터 현지 적응을 거쳐 이익이 투자분기점을 넘어서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린다. 이에 몇몇 기업은 해외 현지 법인을 재정비하고 전략을 수정하는 등 가시적인 움직임에 나서고 있지만 실상은 순탄하지 않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정세현 경영컨설턴트는 CNB에 “많은 기업들이 해외 현지 분위기를 모르고 국내 브랜드를 해외에 확대하는 등 제2, 제3의 브랜드를 남발하다가 경쟁력 저하에 직면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류열풍이 불고 정부가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해외 현지와의 파트너십이 원활해지는 등 대외적 환경이 우호적일 때가 해외진출의 적기”라고 말했다.
이는 ‘현지 환경에 따른 변수’가 가장 중요하단 얘기다. 이런 변수 때문에 기업들은 울고웃는다. 대표적인 사례로 중동 건설현장을 들 수 있다. 미국의 이란 금수조치(경제봉쇄) 해제로 국내 건설사들이 큰 기대를 걸었지만, 얼마 뒤 터진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이면계약 의혹으로 애먼 피해를 볼 위기에 처했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UAE방문을 둘러싼 각종 의혹으로 국정조사가 열릴 가능성이 높은 상태인데, 이렇게 되면 신뢰를 중시하는 아랍권 국가와의 교역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무리 면밀하게 현지 시장조사를 하고 철저한 준비를 하더라도 그곳의 정치적 상황 변화 등 뜻하지 않은 변수로 인해 낭패를 보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라는 말처럼 수십 가지 변수를 고려해서 투자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CNB=김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