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3년 창설 후 최초로 수뇌부 사퇴 요구 연판장
“尹 사병조직으로 전락...경호조직 자부심 땅에 떨어져”
지난 8일 하루에만 2백여명 서명...전체 3분의 1 규모
대통령 경호처 경호관들이 지난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됐음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지키고 있는 김성훈 경호처 차장(처장 직무대행)과 이광우 경호본부장에 반발해 1963년 경호처 창설 이래 62년 만에 처음으로 수뇌부의 사퇴를 요구하는 연판장을 돌린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지난 9일 한 중앙 언론의 보도에 의하면 경호처 직원들은 ‘경호차장 등의 권한행사 중지 청원의 건’이라는 제목의 연판장에는 “지금의 경호처는 사병 집단이란 조롱 섞인 오명과 함께 조직 존폐의 기로에 서 있다”며 “원인 제공자인 김성훈 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은 대통령의 신임을 등에 업고 경호처를 사조직화했으며, 직권남용 등 갖은 불법행위를 자행해 조직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는 비판의 글이 적힌 것으로 파악됐다.
사병 집단이란 표현은 올해 1월 김 차장이 방송 인터뷰에서 “경호처는 사병 집단이 맞고 오로지 대통령만을 위해 존재하는 유일한 정부기관”이라고 말해 빈축을 샀던 것을 겨냥한 것으로 보이며, 특히 김 차장이 윤 전 대통령 파면 사흘 뒤인 지난 7일 간부급 회의인 ‘현안 점검회의’를 직접 주재하는 등 사퇴할 생각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뒤 경호처 내부 반발 본격적으로 터져 나온 것으로 보인다.
김 차장은 이 자리에서 “윤 전 대통령을 따라 거취를 정리할 생각이 없으며, 안정적으로 전직부(전직 대통령 경호부) 편성, 차기 대통령 경호팀 편성 등 조직 관리를 마무리할 것”이라고 주장해 김 차장을 비롯해 이 경호본부장, 가족부장에서 물러난 김신 과장 등 이른바 ‘강경파’들이 계속 남아 경호처 인사와 운영 등을 결정하겠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통상 경호처는 수사기관의 수사 개시 통보가 이뤄지면 직위 해제를 했으나 김 차장과 이 본부장 등은 지난 1월 초 수사기관의 수사 통보를 받고도 3개월 넘게 현 직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특히 경호관들은 “김 차장은 인사 전횡과 각종 사업 및 계약 업무 간 위법행위와 직장 내 갑질 등 혐의 및 의혹도 받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지지를 받고, 김용현 전 처장의 총애를 받는 김 차장이 경호관들을 윤 전 대통령 부부를 위한 각종 이벤트에 동원되면서 ‘전문경호조직’이라는 자부심을 땅에 떨어지게 했다”고 씁쓸해했다.
이에 대통령 경호처 직원들은 “김성훈 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에게 조직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고 반발하며 연판장을 돌렸고, 총 700여명 중 8일 하루 만에 부장·과장급 간부들은 물론, 박근혜 전 대통령 등 전직 대통령 자택에서 근무하는 전직부(전직 대통령 경호부) 직원들까지 동참해 3분의 1 가량인 2백 여명이 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