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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이진주 작가의 작품 세계 관통하는 '납치사건'...경험과 기억 트라우마, 아라리오갤러리

"현재를 살고 있는 건 '경험과 기억'이 입체적으로 축적된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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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진부기자 |  2025.08.13 09:49:56

이진주 작가가 아라리오갤러리 5층에서 어릴 적 트라우마인 납치 사건에 대해 공개하고 있다. (사진= 김진부 기자)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은 13일 이진주 작가의 개인전 "불연속연속(DISCINTINUOUSCONTINUITY)"을 오픈한다. 총 54점의 작품을 공개하는 이번 전시는 제목에서부터 복잡하고 난해하다.

아라리오갤러리 지하에서 4층까지 전시된 이번 전시 작품에서는 막(CURTAIN) 시리즈, 블랙 페인팅 시리즈, 셰이프트 캔버스(SHAPED CANVAS) 시리즈, 입체회화 등을 접할 수 있다. 볼수록 어렵게 느껴지는 그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려면, 작가의 삶을 관통하는 이것을 알아야 한다. 이것이란 무엇일까?

납치 사건 트라우마, 경험과 기억?

그것은 이진주 작가의 "자전적 경험과 기억"이다. 보다 직접적으로 말하면 5살 때 겪은 트라우마 "납치 사건"이다. 이진주 작가는 그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그 납치 사건에 대해 공개했다. 그것이 이진주 작가 작품 세계의 비기닝이어서 이 사건을 알지 못한다면, 작가의 작품을, 작가 관점에서 이해하기는 불가능하다.

그 납치 사건에 대해 이진주 작가는 "5살 때 동네 친구들, 오빠들과 개구리 잡으러 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면서 길을 잃고, 이상한 사람에게 납치를 당해서 손발이 묶인 적이 있어요."라고 말했다.

이후 묶였던 손발을 풀고 집으로 돌아갔지만 "집에 돌아간 이진주는 엄마에게 그 얘기를 하지 않았어요. '이런 얘기는 하면 안돼'라고 느꼈어요. 그 이후로 정말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컸어요."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오목한 눈물 Concave Tears(detail), 2025, 200x300cm (사진= 아라리오갤러리)

그러나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나 문제가 발생했다. 작가가 되어 20대 후반에 잠시 고양시 행주산성 인근에 살게 됐는데, 그때부터 어릴 적 납치 사건이 트라우마가 되어 계속 생각났기 때문이다. 작가는 이러한 현상을 통해 '경험과 기억'이라는 것에 대해 천착하게 되고 그것을 그의 초기 작품에 담기 시작했다.

"경험과 기억들이 축적된 나
그러한 내가 현재를 살고 있는 것"


작가는 이 트라우마 경험을 통해 "내가 (단순히 선형적이고 평면적으로)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니라, 경험과 기억들이 축적된 내가 (입체적으로) 현재를 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작가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사이의 틈을 탐색하는 작가가 됐다. 이를 통해 "입체적 보기"가 시작되고, "정말로 보는 것"에 대한 탐구도 진행됐다. 작가의 입체회화는 이러한 토대에서 시작됐다.

 

슬픔과 돌 Sorrow and Stone(detail), 2025, 386x322cm (사진= 아라리오갤러리)

막 시리즈나 블랙 페인팅 시리즈도 마찬가지다. 막의 내면이 깊은 검정으로 채색돼 있는 작품들은 막의 어두운 내부가 기억과 감정이 응축된 심리적 무대임을 알 수 있다. 막의 겉과 속은 마치 축적된 경험과 기억처럼 응축돼 있다. 작가의 기억을 이해하는 것은 작품을 이해하는 열쇠다.

 

이진주 작가의 단절된 무의식적 기억상실은 보이지 않았지만 경험과 기억에서 축적돼 있어서, 언제든 다시 발현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를 통해 이번 전시의 그 복잡한 주제도 이해할 수 있다. "불연속연속(DISCINTINUOUSCONTINUITY)"은 단절된 서사구조에 관한 은유다. 도상들은 저마다 작가의 내밀한 기억과 일상의 경험으로 생성되지만, 전체 화면은 하나의 명확한 이야기를 구성하지 않고 은유적 상태에 머믄다. 이제야 비로소 이진주 작가의 회화가 고정되지 않은 의미로 해석의 여지를 품은 유연한 장으로 남겨지게 된다.

작가를 이해했다면
이젠 관람자의 시간


미술평론가인 필자가 작가들을 깊이 이해하려고 하는 것은 직업적으로 너무나도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관람자의 입장에서 작가를 깊이 이해하는 것은 중요한 배경지식이 될 수는 있지만, 그것이 전부가 될 수도 없고, 되어서도 안된다. 이진주 작가의 과거 강렬했던 경험과 기억은 그의 작품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열쇠가 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고정되지 않은 해석의 여지를 작가가 남겨 두었기 때문이다.

굳이 롤랑 바르트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작가의 작품은 완성된 순간 작가의 손을 떠난다. 다시 말해 관람자의 자유로운 해석과 다양한 평가와 개인적 기호에 따른 주관적 호불호만 남게 된다는 말이다. 어릴 적 트라우마라는 열쇠를 통해 어느정도 이진주 작가의 작품 세계를 파악했으니, 이젠 모두 잊고 또 다른 경험과 기억이 축적된 '나라는 인간'의 입장에서, 자신만의 주관적 관점으로 작품을 바라볼 시간이다. 작가는 떠나고, 작품을 보는 관람자가 탄생했으니 말이다. 관람자의 시간이 도래했다.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8월 13일부터 10월 9일까지.

(CNB뉴스= 김진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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