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설은 앞뒤가 맞지 않는 논증이다. 요즘은 정보가 넘쳐난다. 정보 홍수를 지나 정보 공해로까지 인식될 정도다. 이는 필연적으로 선택의 역설을 부른다. 너무 많은 정보를 알고, 너무 많은 선택권이 주어지면 판단력이 흐려져 올바른 결정을 내리기 힘들다. 적은 선택권을 가질 때보다 안 좋은 선택을 하거나 결정을 포기할 수도 있다. 이른바 결정 장애를 일으킨다.
탈모치료에서도 이 같은 현상이 있다. 인터넷을 클릭만 하면 무수하게 탈모치료 광고가 쏟아진다. 이 글을 보면 이곳으로 가야 할 것 같고, 저 글을 읽으면 저 의사가 명의 같다. 또 실패한 탈모 치료 경험까지 더해져 아예 치료 불신을 갖기도 한다. 너무 많은 선택 앞에서 아예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공자의 이야기를 되새기면 선택 결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공자가 가장 아낀 제자가 안회(顔回) 다. 그는 빈한하게 살면서도 반듯했다. 공자는 청빈한 삶을 사는 그를 자랑스럽게 여겼다.
공자가 제자들과 함께 제나라로 가는 길이다. 양식이 떨어져 일주일을 굶다시피 했다. 안회가 가까스로 쌀을 구해 밥을 지었다. 안회는 밥이 다 되자 밥솥을 열고 한 웅큼 집어 먹는 것을 공자가 보았다. 공자는 지금까지의 안회와 다른 모습에 고민했다. 공자는 제자가 뉘우치도록 바라며 말했다. “꿈속에서 선친을 뵈었다. 밥을 짓거든 조상님께 먼저 올리는게 좋다고 말씀 하시더라.”
안회가 대답했다. "이 밥은 제사에 쓸 수 없습니다. 밥솥을 여는 순간에 천장에서 흙덩이가 떨어졌습니다. 선생님께 더러운 밥을 드릴 수 없고, 버리자니 아까워서 제거 먹었습니다. 이미 신선한 밥이 아닙니다.“
공자는 안회를 의심한 것을 반성하며 말했다. "예전에 나의 눈을 믿었다. 그러나 지금은 믿지 못하겠다. 예전엔 나는 나의 머리를 믿었다. 그러나 지금은 믿지 못하겠다.“
공자는 보이는 것만이 다 진실이 아님을 안 것이다. 공자의 경험을 빗대면 인터넷에 난무하는 정보가 모두 진실을 담보한다고 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필자는 정보 제공 글을 많이 쓴다. 그런데 다른 이보다 하나를 더 한다. 진정한 신뢰를 주는 방법을 택한다. 첫날 탈모인을 상담하면서 세 가지를 약속한다. 첫째, 탈모 치료 가능성이다. 둘째, 탈모 치료 후 모발회복 확률이다. 셋째, 탈모치료 기간이다.
막연히 ‘머리카락이 난다’는 것은 정보의 홍수 속에 선택의 어려움만 가중시킬 수 있다. 그러나 “제가 선생님을 치료할 수 있습니다. 그 기간은 얼마입니다. 치료 후 모발 회복 밀도는 젊은 날의 70~80%입니다”라고 분명하게 설명하면 선택 결정에 큰 도움이 된다.
글쓴이 홍성재 의학박사/웅선클리닉 원장
의학 칼럼리스트로 건강 상식을 이웃집 아저씨 같은 살가움과 정겨움이 넘치는 글로 소개하며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저서로 ‘탈모 14번이면 치료된다’, ‘탈모 11가지 약으로 탈출한다’, ‘진시황도 웃게 할 100세 건강비법’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