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 번 들어도 기분 좋은 말이 있다. 어떤 단어일까. 가수 김세환은 ‘사랑해’라고 노래했다. 그가 부른 노랫말에 다음 구절이 나온다. “혼자선 알 수 없는 야릇한 기쁨, 천만번 더 들어도 기분 좋은 말, 사랑해! 사랑해!” 이 부분을 노래할 때 그의 표정은 더욱 밝아 보인다. 언어가 마음에 통했기 때문이리라.
사람 관계를 좋게 해주고, 스스로의 마음을 넓게 해주는 좋은 말이 있다. 사랑해를 비롯해 고마워, 정말 잘했어, 고생했어, 우리는, 덕분에, 첫 마음 등이다. 취향에 따라 여행, 아침, 햇살 등도 희망을 품게 하고, 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멋진 단어가 될 수 있다.
중년 이후에 기분 좋게 하는 말은 무엇일까. 사랑해와 함께 ‘젊어졌는데’일 듯싶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금세 지나감을 느낀다. 똑같은 12개월, 1년이라도 중년 이후에는 훌쩍 사라지는 듯한 마음일 것이다. 체력이 시나브로 약해지는 탓이리라.
나이 들수록 옛이야기를 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젊은 날을 동경하는 의미도 있다. 다시 오지 않는 젊은 날을 그리워하는 중장년은 잠재적으로 ‘동안(童顔) 콤플렉스’가 있다. 만약 중장년이 “얼굴이 정말 청년 같아요, 10살은 젊어 보여요”라는 말을 듣는다면 어떨까. 얼굴이 환해지고, 입가에는 미소가 절로 피어날 것이다. 물론 전제조건이 있다. 실제로 얼굴에 청춘의 빛이 어느 정도는 감돌아야 한다.
탈모치료를 하면 많이 듣는 대표적인 두 표현은 ‘모발이 많아졌습니다’, ‘얼굴이 참 젊어졌습니다’이다. 청년은 머리카락이 많아졌다는 말을 참 좋아한다. 중장년은 ‘모발이 많아졌다’는 말보다 ‘젊어졌다’는 표현을 더 반색하는 경향이다. 대머리가 치료되면 전보다 훨씬 젊게 보인다. 대머리가 실제 보다 나이 들어 보이는 것은 뇌의 착각 때문이다.
뇌는 감각을 통해서 바깥세상을 본다. 감각은 경험의 산물이다. 시각, 청각 등으로 인지한 과거의 경험을 종합해 판단한다. 이때 뇌는 착각할 수도 있다. 주어진 정보에 혼란을 느껴 다른 해석도 한다. 뇌의 30%는 시각으로 판단한다. 다른 감각의 조건이 주어졌을 때 신뢰여부를 주로 눈의 판단에 의지한다. 눈은 모발이 많은 사람이 젊은이라는 경험을 많이 했다. 머리카락이 적은 사람은 나이 든 경험이 누적돼 있다.
따라서 머리카락이 없거나 적으면 실제 나이보다 고령으로 판단한다. 반대로 나이가 많아도 피부가 팽팽하고 모발이 많으면 젊은 사람으로 볼 수 있다. 과거의 시각적 경험 때문이다.
글쓴이 홍성재 의학박사/웅선클리닉 원장
의학 칼럼리스트로 건강 상식을 이웃집 아저씨 같은 살가움과 정겨움이 넘치는 글로 소개하며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저서로 ‘탈모 14번이면 치료된다’, ‘탈모 11가지 약으로 탈출한다’, ‘진시황도 웃게 할 100세 건강비법’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