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정(情)이 많다. 오랜 농경문화 공동체 덕분이다. 나를 살피듯 가족과 친지를 챙긴다. 서울에 올라와 돈을 번 사람은 고향 친지의 삶 일부도 책임졌다. 이것이 사회가 권장하는 미덕이었다. 정조대왕은 궁핍한 친구를 돕는 것을 의(義)라고 했다. 서울에서 벼슬하는 사람은 멀리 사는 친구에게 선물을 보내고, 친지가 추위에 떨면 구원 하라고 했다. 미풍양속의 전통 때문일까.
탈모치료약도 친구와 나누려는 사람이 가끔 있다. 먼저, 해외에 거주하는 사람이 국내의 친구에게 탈모치료약을 선물하는 일이 있다. 그 나라에서 알려진 의약품이나 민간요법의 약을 보내는 것이다. 또 해외직구를 하는 경우도 있다. 일부 블로그에서 이 같은 경로로 해외의 약품이나 식품을 구입해 사용한 글을 볼 수 있다.
다음, 국내 병원에서 자신의 이름으로 처방받은 탈모치료약을 모발로 고민하는 친구와 나눠 복용하는 경우다. 대개 해외지사에 근무하는 친구, 군에 복무중인 친구를 배려한 행동이다.
또, 탈모치료약을 가족이 공유하는 경우도 있다. 탈모는 유전성향이 강하다. 아버지가 대머리이면 아들도 탈모 가능성이 높다. 중년의 아버지가 복용중인 탈모치료약을 모발 탈락 기미가 보이는 청년 아들에게 권유하는 경우다.
탈모치료약을 공유하는 마음은 넉넉하다. 하지만 인체에 심각한 해가 될 수도 있다. 인체는 지극히 섬세하고 예민하다. 겉으로 비슷하게 보이는 탈모라도, 원인과 양상은 모두 다르다. 개인 추적 관리가 필요한 이유다. 병원에서 진료 후 처방전을 받으면 그 이력이 의료전산시스템에 등록된다. 어떤 증상으로, 어떤 약을 복용했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의사의 진단 없이 약을 복용하면 이력이 나타나지 않는다. 약을 복용해 문제가 발생 했을때 효과적인 조치를 취하기 어렵다. 모든 약은 부작용 가능성이 있다. 100명에 1명, 1만 명에 1명이라도 예상치 못한 이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의사의 처방 없는 약 복용은 자칫 머리카락 회복이 아닌 건강 상실 우려도 있다. 결론이다. ‘탈모 진단과 치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
글쓴이 홍성재 의학박사/웅선클리닉 원장
의학 칼럼리스트로 건강 상식을 이웃집 아저씨 같은 살가움과 정겨움이 넘치는 글로 소개하며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저서로 ‘탈모 14번이면 치료된다’, ‘탈모 11가지 약으로 탈출한다’, ‘진시황도 웃게 할 100세 건강비법’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