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석기자 | 2016.10.14 17:52:17
"디지털 기술은 정보의 구조와 성격을 규정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모든 것을 뿌리부터 바꾸고 있다. 강력하고 편리한 기술을 외면하거나 찬양하는 대신, 설계자이자 사용자인 사람이 통제하면서 현명하게 사용하는 법을 모색하고 논의하는 비판적 수용이 인문학의 새로운 과제이다."
구본권 한겨레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은 14일 한림대학교 한림과학원 일송기념사업회의 주최로 마련된 제8회 일송학술대회에서 '디지털화로 인한 사회 변화와 교육의 과제'에 대한 주제발표에서 "자동화와 인공지능 기술은 인간의 영역을 능가하기 시작했다"고 진단하고 이같이 밝혔다.
한림대 한림과학원은 이날 교내 국제회의실에서 '디지털 시대 인문학의 미래'라는 주제로 일송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일송학술대회는 인공지능, 로봇, 무인자동차, 드론 등 미래상의 한 축에 있는 반면, 인간의 정체성의 혼동, 관계와 소통의 장애, 직업 불안 등에 대한 인간의 미래와 인문학의 역할에 대해 숙고하기 위해 마련됐다.
구본권 한겨레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은 이 자리에서 "전면적 디지털화는 개인과 사회의 업무 대부분이 기계화로 처리되는 구조로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라면서 "이는 인간 환경에서 주요한 디폴트 세팅(초기 설정) 값의 변화"라고 정의했다.
이어 "사람이 특정 과업에 대해 기계적 처리를 선택하던 것에서 기계가 모든 것을 처리하는 구조로 전환되는 것"이라며 "이는 사람과 도구의 일상적 관계가 역전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실제 현재와 같은 정보 접근성 확대는 지식 증가를 가속화하고 지식의 반감기를 지속적으로 단축하고 있다.
인간은 어떠한 도구보다 똑똑하고 강력하며 의존도 깊은 도구를 만들어냈지만 결과적으로 이를 인간이 통제하지 못한 채 사용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구본권 소장은 "기계의 인지능력이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기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시공간 거리가 소멸함에 따라 기존 격차가 칸막이 넘어 확대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정보와 지식의 구조 변화는 학문과 예술, 교육에도 새로운 접근 방식을 요구하고 있다.
산업사회 시스템의 무용성이 드러나는 상황은 디지털 시민들에게 새로운 시대의 문해력이자 시민의식인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의 교육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구본권 한겨레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은 "변화하는 세상에서는 변화 수용력과 학습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해지는데, 이는 구체적으로 호기심과 비판적 정보 수용능력"이라며 "호기심과 비판적 사고력을 억압해온 효율 우선주의 교육과 사회 풍토에서 기계가 할 수 없는 새로운 인간능력의 함양과 교육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는 정해진 지식을 전수하는 기존 교육은 오히려 호기심과 자발적 학습의 흥미를 없애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진단이다.
한편 한림대학교 한림과학원은 한림대학교를 설립한 故 일송 윤덕선 선생의 유지를 구현하기 위해 <한국 사회, 어디로 가야하나>라는 기획 아래 매년 가을 일송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