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30일 오전 국회 원내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정책조정책회의에서 4·29 재보궐 패배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모두가 최선을 다했지만 저희가 부족했다. 특히 제가 부족했다. 이번 선거 결과는 저희의 부족함에 대한 유권자들의 질책일 뿐 박근혜정권과 새누리당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 아니다.”
‘새누리 압승 새정치 전패’라는 4.29 재보궐선거 결과에 대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사과다.
문 대표는 30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 모두발언에서 “박근혜정권의 경제실패, 인사실패, 부정부패에 대한 국민의 분노하는 민심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해 참으로 송구스럽다”며 “누구를 탓할 것 없이 저희의 부족함을 깊이 성찰하고 절체절명의 각오로 다시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시련을 약으로 삼겠다. 길게 보면서 더 크게 계획하고 더 크게 통합하겠다”며 “더 강하고, 더 유능한 정당으로 해서 국민의 삶을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문 대표는 재보선 참패에 대해 분명 사과했다. 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불편하다. 흡사 박근혜 대통령이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국민들에게 사과하는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문 대표의 모두발언에 이은 우윤근 원내대표는 “국민의 선택은 항상 옳다. 구구한 변명은 하지 않겠다. 저희가 많이 부족했다. 국민 곁에 제대로 다가서지 못했다”며 “서민들의 고된 삶을 힘껏 껴안아주지 못했던 것 같다. 깊이 반성하고 성찰하고, 또 저희들이 단합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유능한 경제정당으로 민생을 챙기는데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며 “오직 국민 속으로, 민생 일념 속으로 새정치민주연합은 더욱 더 단결해서 낮고 겸손한 자세로 나아가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문 대표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문 대표의 사과가 우 원내대표보다 못하다는 비판도 나왔다. 전날 아무 입장을 밝히지 않았던 문 대표는 이날 이 정도 선에서 마무리 했다. 거취 표명은 없었고, 기자들의 질문도 받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와병 중에 ‘성완종 파문’과 관련한 대국민메시지를 남겼을 때 “자신과 무관한 일인양 위선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대통령의 진정성 있는 사과가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이번 선거에서 야당이 참패한 여러 원인 중에는 문 대표의 공천 실패와 야권 분열, ‘성완종 특별사면’ 의혹에 대한 안이한 대처 등이 손꼽힌다.
일각에서는 재보선 직전 “문 대표는 공천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얘기를 흘려 패배했을 때 책임론을 일찌감치 차단하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문 대표는 선거 초반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측근들인 동교동계를 끌어안지 못했다. 재보선 기간 동안에도 박지원, 안철수 의원 등과 동반유세 대신 단독으로 유세를 다니면서 ‘대선 행보’라는 뒷말을 낳았다.
또 ‘야당의 텃밭’인 서울 관악을과 광주 서을에 각각 정동영·천정배라는 거물급 인사들의 출마를 막지 못했다. 야권 통합은 물 건너갔다. 관악을은 여권에 빼앗겼고 광주 서을은 무소속에 내주면서 ‘야권 전면 쇄신’이 불가피하게 됐다.
문 의원은 성 전 회장이 노무현정부 때 특사를 받은 것과 관련해 “이명박정부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면서도 요청한 인사는 밝히지 않았다. 고전적인 구호인 ‘부패정권 심판론’만 내세웠다. 앞서 ‘성완종 리스트’ 검찰수사에 대해 “리스트와 무관한 야당을 끌어들여 물타기 하고 꼬리 자르기로 끝내려는 의도가 보인다”고 주장하는 등 선부터 긋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야당은 그간 박 대통령의 회의석상에서 유감 표명이나 사과 메시지에 대해 ‘진정성 없는 유체이탈 화법’이라고 비난해 왔다.
문재인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박 대통령과 경쟁했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 후보 지지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때문에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야 할 문 대표의 이번 재보선 관련 사과 방식은 부적절했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