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의 수수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이 통과되자마자 위헌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원안을 만든 장본인인 김영란 전 권익위원장조차 “당초 공무원을 적용 대상으로 했는데 적용 범위가 크게 확대돼 당혹스럽다”고 말한 것으로 3일 알려지면서 적잖은 후폭풍이 불 전망이다.
당초 정부가 제출한 원안에는 공직자의 행위를 문제 삼았지만 정무위를 거치면서 사립학교 교원과 언론인까지 포함됐다.
하지만 정작 국회의원 낙선운동 등 직접적인 압력을 행사하는 시민단체와 19대 의원, 변호사, 의사 등은 제외시키면서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법 적용 대상에 가족 중 배우자만 남겨두되 공직자가 배우자의 금품수수 사실을 인지했으면 배우자를 반드시 신고하도록 한 조항과 관련해 형사법 체계와 충돌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당장 법조인 출신 의원들을 중심으로 각종 문제점이 제기됐다. 검사 출신인 새누리당 김용남 의원은 “우리나라 형법은 죄를 지은 범인을 숨기거나 도피하게 한 사람이 범인의 친족이나 가족이면 범인은닉죄로 처벌하지 못하는데 김영란법의 불고지죄 조항은 범인은닉죄 정신과 정면충돌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금품 등을 받은 배우자는 공무원이 취급하는 사무에 관해 청탁 또는 알선 명목으로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변호사법 위반에 해당될 가능성이 크다”며 “적어도 공직자가 신고하는 순간 변호사법 위반 여부 내지 다른 법률 위반 여부로 수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검사를 지낸 같은당 정미경 의원은 애매모호한 공직자 설정 기준을 문제 삼았다. 정 의원은 “공직자 설정 기준이 자의적이고 원칙이 없다”며 “결과적으로 김영란법에 이것저것 다 붙이면서 입법 취지와는 다른 괴물 같은 법이 만들어졌다”고 꼬집었다.
검사 출신의 권성동 의원도 “사립학교 교원은 국공립학교 교원과 같은 교사라는 측면에서 별문제가 없지만 언론인은 별개 문제”라며 “공공성을 띤 사적 영역이 기자 말고 민간 검증, 감정 기관, 평가 기관도 많이 있는데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국회 법사위원회 여당 간사이자 판사 출신인 홍일표 의원은 4일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법에 문제가 있으면 충분한 토론과 연구를 하고 그것을 보완한 뒤에 통과 시켜야 하는데 양당 지도부 사이에서 2월 국회에서 꼭 처리하겠다 이렇게 시한을 정해놓고 밀어붙이듯이 심사를 했다”고 비판했다.
홍 의원은 “직무관련성이 있으면 형사처벌하고 없으면 과태료를 부과한다든가 이런 방식으로 갔어야 법의 체계에도 맞다”며 “그런데 무조건 돈 받으면 처벌한다 이렇게 해놓은 것은 과잉금지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막판까지 김영란법 국회 통과와 관련해 신중 처리를 당부했던 변호사 출신인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이상민 법사위원장은 같은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해당법의 ‘졸속 심사’를 인정했다.
이 위원장은 “김영란법 원안에서 상당히 변형돼 여러 가지 법치주의나 선의의 피해자 발생이 우려되고 자괴감도 든다”며 “법사위에서 잘 다듬어서 통과시켜야 하는데 여론의 압박으로 인해 졸속(처리)하게 된 점이 있지 않나 이런 걱정도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원안대로 공직자 한정이 효과적이었을 것”이라며 “아직 1년6개월 시행시기가 남아 있으니까 문제점을 빨리 보완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형평성 등 논란이 제기되자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입법의 미비점이나 부작용에 대해서는 겸허한 자세로 모든 목소리를 듣고 앞으로 1년 반의 준비 기간 동안 입법에 보완이 필요하다면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