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에 대한 시각차를 나타냈다. 하지만 이 같은 시각차가 처음이 아니라는 점에서 향후 각종 쟁점에서 본격적으로 입장차를 드러낼지 주목된다.
김 대표와 유 원내대표 모두 김영란법 처리에는 찬성한다. 그러나 김 대표는 비공직자 등 적용 범위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유 원내대표는 조속한 처리를 강조하고 있다.
김무성 대표는 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영란법의 본래 취지를 잘 살린다면 사회에 혁명적 변화가 이뤄질 수 있다”면서도 “다만 법의 적용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하거나 모호하면 법의 실효성을 떨어뜨리고 서민경제를 심각하게 위축시킬 수 있는 부작용의 우려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지난주 의원총회에서 거론한 선진화법 사례를 다시 한 번 꺼내들며 “도입취지는 좋았지만 국정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김영란법도 일단 적용된 다음에 이를 새롭게 고치는 게 매우 힘들다는 사실을 직시, 공직자의 요건과 범위를 더 구체화하는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유승민 원내대표는 “김영란법은 우리 사회의 만연된 부정청탁의 문화를 뿌리 뽑는 취지의 법이기 때문에 국민의 뜻, 시대정신”이라며 “부모 자식간 고발하거나 가족범위가 지나치게 넓거나 직무관련성 부분 등에 대해 야당과 진지한 협상에 임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유 원내대표는 야당과의 협상을 통해 오는 3일 본회의에서 김영란법을 처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비공직자가 포함된 법 적용 범위에 대해 의총에서 언급이 없었다는 점을 들어 내용 수정에 다소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일 의총에서도 김 대표는 법사위에서 김영란법을 충분히 심사할 것을 당부했지만, 유 원내대표가 여야 원내지도부간 협상하겠다고 밝혀 신경전을 벌이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실 두 사람의 시각차는 유 원내대표가 지도부 입성 전부터 예견된 것이었다. ‘보수혁신’을 내건 김무성 대표와 ‘중도개혁적’ 성향이 강한 유승민 원내대표는 성격부터 판이하다. 때문에 유 원내대표가 지도부에 입성하게 되면 ‘자기 정치’를 하면서 김 대표와 충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는 지난달 27일 박근혜 대통령이 정무특보로 당 소속 의원인 주호영 윤상현 김재원 의원을 각각 내정한 데 대해 다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김 대표는 “당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분들이기 때문에 당과 청와대, 그리고 정부와의 가교 역할을 충분히 잘 할 것으로 본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그러나 유 원내대표는 “정무특보는 대통령의 특별보좌역인데 현직 국회의원이 정무특보가 되는 것은 문제의식이 있다”면서 “특보단 두실 것 같으면 야당이나 당내 소외된 그룹하고 잘 대화가 될 수 있는 분이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드렸다. 그런데 청와대에 건의한 것이 반영이 안 됐다”고 비판했다.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는 ‘증세 없는 복지’에 대해서도 엇갈린 입장을 내놓았다. 두 사람 모두 ‘증세 없는 복지는 없다’는 데 한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법인세를 놓고는 이견을 보였다.
유 원내대표는 “법인세도 성역이 될 수 없다”고 한 반면, 김 대표는 “지금 장사가 안 되는데 세금을 더 올리면 어떻게 하느냐”며 법인세 인상에 신중을 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