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원내지도부 선출로 새로 구성된 신임 새누리당 지도부의 갈등이 일단 봉합됐다.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유승민 원내대표 등 지도부는 10일 청와대에서 상견례를 겸한 첫 회동을 했다.
김 대표와 유 원내대표의 경우 원조 ‘친박(친박근혜)’이었지만 현재는 ‘탈박(탈박근혜)’ 또는 ‘비박(비박근혜)’으로 불린다. 당 지도부는 계파 분류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친박 의원들이 김 대표를 공격하고 김무성 대표의 수첩 사건까지 터지면서 이 같은 발언은 곧이곧대로 들리지 않았다.
김 대표는 지난해 12월 박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청와대 오찬 이후 사실상 박 대통령과 소통이 중단됐다. 유 원내대표는 당선 직후 짧게 전화 통화만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유 원내대표가 취임하자마자 김 대표와 함께 ‘증세 없는 복지’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밝히고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이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당청간 갈등은 더욱 커진 모양새였다.
이같이 당청간 갈등 양상 속에 열린 박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의 회동은 열리기 전부터 관심사였다.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첫날인 10일 회동은 전날 저녁 전격 결정됐다. 한 시간 가량 진행된 회동은 어색한 분위기로 시작했지만 이내 서로간의 오해를 풀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종료된 것으로 전해졌다.
박근혜 대통령과 당 지도부는 당청 갈등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증세와 복지 문제에 대해 입장차가 크지 않다는 점을 확인했고 경제활성화를 위해 협조하기로 했다.
김무성 대표는 1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어제 회동에서 당정청 정책조정협의회를 통해 국정주요현안문제를 잘 풀어가기로 합의했다”며 “민생경제살리기에 당과 청와대 인식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유승민 원내대표도 “소통을 강화하고 국정운영을 원활히 하도록 협조하기로 했다. 소통과 대화가 강화될 것 같아서 참 잘된 일”이라며 “경제활성화를 위한 입법은 적극 뒷받침 할 것”이라고 밝혔다.
좀처럼 풀리지 않을 것 같은 당청간 갈등이 봉합된 데는 야당 지도부의 영향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일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신임대표가 당선 직후 ‘박근혜 정부와의 전면전’을 선언한 것은 결과적으로 여권의 결집을 유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 대표 뿐 아니라 당선된 최고위원들까지 강경파들로 구성되면서 여권이 하나가 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인사청문회를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예상됐던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는 각종 의혹에 둘러싸였다. 야당은 맹공을 가했다. 이 후보자와 기자들의 사석에서 오찬 중 녹취된 대화는 증세와 복지 문제에서 여당에 주도권을 빼앗기고 있던 야당에게 반전의 기회가 됐다. 야당은 녹취록을 공개했고 이 후보자는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
지난 9일 서울고등법원이 공직선거법과 국정원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원세훈 전 원장에게 징역 3년의 실형과 자격정지 3년을 선고하면서 여권은 수세에 몰렸다. 이 같은 상황들이 결국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도부의 갈등을 서둘러 봉합하게 만든 계기가 돼 당분간 여당내 갈등은 표출되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