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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뷰]② 영화 '쎄시봉', 시대적 배경 살펴보기

75년 대마초 파동, 윤형주 이장희 등 구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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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최정숙기자 |  2015.02.10 08:53:28

영화 ‘쎄시봉(세시봉)’의 배경은 1960년대 후반과 1970년대 초반이다. 오전12시를 기점으로 야간통행금지가 있던 시절이다. 통금은 북한 간첩 색출과 치안 유지 등이 이유였다. 여성들은 미니스커트 길이를, 남성들은 장발 단속을 당했다.

주인공인 민자영(한효주 분)은 명성황후와 이름이 같다. 민자영은 ‘민비’라고 부르는 사람에게 ‘명성황후’라고 강조한다. 사실 당시만 해도 통상 민비라고 불렀다. 명성황후라고 본격적으로 부르게 된 때는 95년 김영삼 전 대통령(YS) 때부터다. 김 전 대통령은 93년 취임 후 ‘역사 바로 세우기’를 위해 ‘광주민주화운동’으로 명칭을 바꾼 것을 시작으로, 같은 해 조선총독부 건물 철거 등을 지시한다.

이후 명성황후 시해사건인 을미사변(乙未事變) 발생 100년이 되던 95년, 일제 청산을 위해 조선총독부 건물 철거를 시작하면서 민비의 호칭도 명성황후로 바뀌었다. 뮤지컬 명성황후도 이 때 만들어졌다. 국민학교는 초등학교가 됐다.

김 전 대통령의 차남인 김현철 고려대 지속발전연구소 연구교수는 9일 CNB와 통화에서 “당시만 해도 명성황후 보다 민비라고 많이 불렀다. 그래서 역사 바로 세우기 일환으로 김정남 전 청와대 교육문화사회수석비서관이 문체부에 ‘앞으로 (교과서 등에) 명성황후로 지칭해서 쓰라’고 한 것”이라며 “을미사변이 경복궁에서 일어났으니까 상징적으로 명칭을 바꿨다”고 밝혔다.

▲영화 '쎄시봉' 포스터

‘쎄시봉’에서 눈 여겨 볼 굵직한 사건은 ‘대마초’ 파동이다. 영화 속에서 민자영의 배신으로 충격을 받은 오근태(정우 분)는 쎄시봉의 데뷔 직전 방송 출연을 포기한다. 결국 쎄시봉은 오근태가 빠진 트윈 폴리오가 됐다. 영화 속 트윈 폴리오는 60년대 말 왕성히 활동하다 정부의 대대적인 대마초 단속의 영향으로 1년 만에 해체된다.

트윈폴리오의 인기가 절정을 이를 때 정부는 대마초 단속에 들어갔다. 대마초는커녕 담배도 피우지 않았던 오근태도 잡혀왔다. 오근태는 민자영을 보호하기 위해 윤형주(강하늘 분), 이장희(진구 분) 등 친구들의 이름을 대고 빠져나온다.

영화에선 이렇게 말한다. “진실 따윈 중요하지 않았다. 그 시절은 그랬다.” 대마초를 피우지 않은 사람은 억울하게 잡혀 가고, 정작 피운 사람은 풀려난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했다. 20년 후 중년 여성이 된 민자영(김희애 분)은 오래간만에 이장희(장현성 분)를 만난다. 민자영은 이장희에게 “대마초를 안 피워도 얽힌 사람이 수두룩했다. 처음엔 불법이 아니었다. 통기타 가수들 길들이려고 정권이 표적 수사한 것”이라며 “이쪽에 있으면 한 두 번씩 펴 본다. 나도 펴 봤다”고 자신을 합리화 하는 모습을 보였다.

당시는 환각작용을 일으키는 마약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다. 초반에는 불법에 대한 근거도 없었다. 대마초는 미8군 소속 연예인들 사이에서 무분별하게 사용됐다. 록 음악을 하던 히피족으로 인해 대마초가 들어왔고, 히피문화를 접한 통기타 가수들은 이들과 어울려 대마초를 피웠다고 한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지금 우리가 공산당과 1대1로 죽느냐, 사느냐하며 결판하는 중대한 마당에 젊은이들이 대마초를 흡연하는 것은 나라를 망하게 하는 것”이라면서 “젊은이들이 대마초를 흡연하는 것은 19세기말 중국에서의 아편과 같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국가적 빈곤 탈출이 목표였던 박 대통령은 환각 증상을 일으키는 대마초 흡연을 뿌리 뽑도록 지시했다고 한다.

아쉽게도 영화에서는 정권의 표적 수사만 언급할 뿐 부작용에 대한 부분은 없다. 오히려 ‘담배보다 중독성이 약하다’, ‘작곡이 더 잘 된다’는 식의 얘기만 있다. 대마초는 우울증 등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의사의 처방 아래 소량을 사용했을 때 안전하다. 장기간 노출될 경우 사고력과 주의력 저하, 망상, 흥분 등의 증상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를 포함한 많은 나라들은 지금까지 대마초를 금지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일부 주에서 의료 목적으로 허용하고 있지만 연방법상에 따르면 대마초의 판매와 소지는 모두 불법이다. 다만 대마초를 담배와 비교해 합법화해야 한다는 주장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영화가 아닌 현실에서의 트윈폴리오는 68년 2월 말에 데뷔해 69년 12월 말 해체됐다. 정부의 대마초 단속은 1975년도 일이다. 대마초 파동 때 윤형주, 이장희, 신중현, 김추자 등 인기 절정의 가수를 포함한 27명이 구속됐다.

영화 내용과 달리 트윈 폴리오의 진짜 해체 이유는 멤버의 학업 문제 때문이었다. 윤형주는 2013년 한 방송에서 트윈 폴리오가 해체된 것은 아버지의 반대가 심해서였다고 고백했다. 연세대 의대를 다녔던 윤형주는 “저는 아버지의 엄청난 반대를 겪었다. 아버지가 사람을 살리겠다고 의대에 들어가 노래를 하냐고 화를 내셨다. 매일 무릎 꿇고 울었다”고 밝혔다. 송창식에게 차마 그만두자는 말을 하지 못해 트윈 폴리오 공연을 하던 중 해체 선언을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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