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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도서관에서 문화소통공간으로

광양시 진상면 농부네 텃밭도서관, 몸과 마음을 쉬어가게 하는 행복한 문화의 소통공간으로 자리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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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장봉현기자 |  2008.09.29 11:13:41

▲추억의 달고나 만들기

시골 농촌의 조그마한 도서관이 어엿한 생활 문화 소통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전남 광양시 진상면에 위치한 농부네 텃밭도서관, 지난 28년 동안 모은 책을 바탕으로 경운기를 개조해 운영하던 이동도서관을 거쳐 시골 집터에 자리 잡은 도서관이 최근에는 어느새 지역민들의 몸과 마음을 쉬어가게 하는 행복한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지난 27일, 올해로 3회째를 맞는 농부네 텃밭도서관 생활문화 큰 잔치. 남녀노소 구분 없이 전국 곳곳에서 몰려든 500여명의 사람들로 인해 시골 마을의 작은 도서관이 웃음소리로 떠들썩하다.

인근 진상초등학교 학생들의 풍물공연부터 시작된 공연은 가야금 병창에 이어 상모돌리기, 남도의 멋과 전통을 느낄 수 있는 동초 춘향가 이수자인 박정선씨의 남도판소리가 관중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특히, 농악명인 양향진씨가 이끄는 마당밟기에서는 지켜보던 모든 이들이 한데 어우러져 어깨춤을 덩실거리며 웃음의 한마당이 되었다.

공연 말고도 다양하고 의미 있는 부대행사들이 푸짐했다. 헌 책 2권을 새 책 1권과 맞바꾸는 도서교환전, 즉석 백일장, 문인협회 회원들의 시화전, 잊혀져가는 민속놀이 체험, 향수를 자극하는 풍금연주와 달고나 만들기, 알밤 줍기 체험 ‘무료 다과(茶菓)나눔’ 등 알차고 다채로운 체험행사가 펼쳐졌다.

또, 집나간 며느리도 되돌아온다는 전어구이와 전어회 무침을 비롯해 농부네 텃밭도서관 주인장 서재환씨가 직접 담궈 대접하는 매실주가 이곳을 찾은 사람들의 혀끝을 자극한다. 커다란 대접에 한 가득 하얀 쌀밥이 담겨 나오면 매운 전어회 무침을 넣고 쓱쓱 비비기만 하면 즉석 비빔밥. 익은 김치와 곁들여 먹는 그 맛은 시골 어머니의 손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남녀노소 누구랄 것 없이 한마당이 된 자리

농부네 텃밭 도서관 생활문화 큰잔치는 지난 2006년부터 시작돼 역사는 짧지만 행사 기획, 준비 과정에서부터 섭외, 진행 등 이 모든 것들을 외부의 지원 없이 '농부네 텃밭 도서관 (cafe.daum.net/nongbuc)카페' 회원들과 마을주민들이 머리 맞대면서 자발적으로 문화난장을 펼쳤다는 점에서 이채롭다.

어찌 보면 어색한 어울림이 될 것 같은 도서관과 시끄럽게 놀고 즐기는 문화행사. 이들이 만나게 된 것은 필연이라고 볼 수 있다.

농부네 텃밭도서관 주인장 서재환씨는 외갓집 같은 도서관, 누구나 쉬어 갈 수 있는 공간, 아이들이 뛰어 놀면서 책과 가까이 할 수 있는 도서관, 문화가 숨 쉬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한다.

“애들이 뛰 댕기다가 책 보고 자부면 보고 잠 오먼 자는 거제 억지로 책 읽으라 허먼 된다요? 글고 거창허게 문화 문화 해쌌는디 등 따습고 배 부르먼 놀고 싶은 건 당연헌거고 사람과 사람이 모이서 노댁기리고 놀다 보먼 맘이 통허고 벽이 허물아 지는거시 문화 아니겄소. 뭐 문화가 별거 랍디요?”

이런 서 씨의 생각이 시골마을 한 작은 도서관 하나가 도시인과 시골 사람들이 함께 몸과 마음을 쉬어가게 하는 행복한 문화의 소통공간으로 자라나고 있는 것이다.

깡통 로봇 허수아비가 방문객을 반갑게 맞이하는 도서관 옆 전시실에는 광양지역 문인협회 회원들이 전시한 시와 그림들 그리고 솟대, 야생화 사진 등이 자리 잡고 있다.

또한, 이곳 텃밭도서관은 어떤 사람들이 와도 아무나 푹 젖을 수 있는 분위기, 방문객이 아닌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가족이 되는 시골 인심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싸들고 온 음식과 텃밭도서관에서 직접 재배한 먹을거리를 서로 나눠먹고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금방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것처럼 친해진다. 때문에 한 번 이곳을 찾은 사람은 반드시 또 찾게 되는 묘한 매력이 있다.

방문객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빼놓을 수 없다. 계절별 농사체험을 비롯해 동심을 자극하는 전통 놀이와 염색체험, 자연 그대로의 생태공간체험, 작가초청행사, 인도 전통가수 초청공연 등 생각지도 못한 무궁무진한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물론 이 모든 것들이 상업적의도가 전혀 없는 순수한 문화공간으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들이다.

이러다 보니 일부러 홍보하고 알릴 필요조차 없다. 인근 학생들의 체험학습은 물론이고 멀리 광주와 마산에서까지 소풍을 다녀 갈 정도라고 하니 광양지역의 명소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단순히 책만 빌리고 독서하는 공간이 아닌 남녀노소 누구나 다 같이 부대끼며 가족이 될 수 있는 농부네 텃밭 도서관은 문화교류와 소통의 공간이라는 점에서 참 중요한 복합문화 공간이라고 볼 수 있다.

가슴 울적한 날이나 어린 시절 추억이 그립거나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고 싶다면 농부네 텃밭도서관을 찾아보라. 매주 토, 일요일 풍물패들의 정겨운 전통가락과 시골 인심을 흠뻑 느낄 수 있다. 이곳을 통해 일상의 모든 어려움을 쉽게 극복 할 수 있는 지혜를 배우는 값진 경험이 될 것이다.

▲잊혀져가는 민속놀이 체험, 향수를 자극하는 풍금연주와 달고나 만들기, 알밤 줍기 체험 등 알차고 다채로운 체험행사가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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