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말 당 대표직에서 물러난 지 두달여 만에 정계에 복귀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5일 자신의 북 콘서트를 통해 국민들과의 본격적인 ‘소통 행보’에 나섰다.
한 전 대표가 이날 이르면 오는 5월로 예상되는 조기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발언을 삼갔으나 당 대표 사퇴 이후 잠행을 깨고 지지층 및 일반 시민들과 직접 만나는 자리였다는 점에서 정치권에선 본격적인 대권 행보를 시작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날 한 전 대표는 지하철 홍대입구역 근처의 마포구 ‘청년문화공간JU’에서 자신의 저서 ‘국민이 먼저입니다’ 북콘서트에 검은색 가디건에 스니커즈를 신은 모습으로 단상에 올라 먼저 “잘 지내셨느냐”고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건넨 뒤, 이어 “날 지키려 하지 말라. 내가 여러분을 지키겠다. 여러분에게 마지막으로 했던 말이 바로 이 말이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한 전 대표는 “(조기 대선이 실시될 경우) 선수교체만 가지고는 더 잔인해지고, 더 표독스러워질 것”이라며 “(따라서) 이번에는 반드시 선수교체가 아닌 시대교체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한 전 대표는 “개헌 이야기가 나오면 ‘정치권의 일이라 그게 되겠어’ 얘기하고 있지만, 이번에는 반드시 해내야 한다”며 “누군가 구시대의 ‘87 체제’ 문을 닫는 궂은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 전 대표는 “1987년 헌법은 정치 주체의 절제 정신을 전제로 한다.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측이 하는 29번의 탄핵은 헌법에 (근거 조항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한 비상계엄도 헌법에 있었다”면서 “수십 년 동안 헌법에 있었지만, 감히 그것까지 안 하는 절제 정신이 서로가 지키는 암묵적 ‘룰’(규칙)인데 그것이 깨지는 등 정말 위험한 세상이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한 전 대표는 민주당 이 대표를 겨냥해서는 “내가 이 대표와 같은 사법 리스크를 갖고 만약 대통령이 됐다고 생각하면 계엄령을 발동해 사법부를 누를 것으로 예상할 수 있나?”라고 반문하면서 “이 대표는 어떨 것 같나. 저 세력(이 대표 측)은 자유민주주의 기본적 원칙에 믿음이 없어서 대한민국에서 가장 위험한 사람이라고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 변호인이 탄핵 심판에서 ‘국민들은 이번 비상계엄을 계몽령이라고 이해한다’고 말한 것에 대해 “국민은 계몽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지적하면서 “국민의힘은 계엄을 옹호하는 정당이 아니라 계엄을 저지한 정당”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날 북콘서트에는 국민의힘 김건‧김상욱‧김예지‧김태호‧박정하‧박정훈‧배현진‧우재준‧정성국‧진종오‧한지아 의원 등 이른바 ‘친한계’(친 한동훈계) 의원 16명이 참석해 한 전 대표의 정치활동 전면 재개에 힘을 실었다.
한편 한 전 대표의 복귀를 앞두고 과거 ‘한동훈 지도부’ 투톱이었던 장동혁·진종오 의원의 엇갈린 행보가 눈길을 끌었다. 진 의원은 체육계 주요 인사를 만나면서 한 전 대표의 복귀를 준비한 반면, 장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관저와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하는 등 소위 ‘반한계’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특히 진 의원은 이날 자신의 SNS에 “삿대질과 욕설이 난무했던 그날, 한 전 대표를 지키지 못해 아쉬웠다”며 “한 전 대표를 지키지 못한 저의 아쉬운 모습과 지난 혹독한 여름의 날씨 속에 힘모아 지지해주신 당원과 국민들께도 기대를 벗어난 그날을 되새겨본다”고 밝혔다.
진 의원이 언급한 ‘그날’은 윤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 직후 국민의힘 의원총회가 열렸던 지난해 12월14일로, 탄핵안 가결을 주장한 한 전 대표는 당시 의원총회에서 친윤석열(친윤)계 의원들의 거센 항의가 이어지자 진 의원과 장 의원 등 최고위원 4명이 사퇴하는 바람에 ‘한동훈 지도부’는 와해된 날이다.
하지만 진 의원은 이후 한 전 대표와 다시 손을 잡고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을 비롯해 국가대표지도자 등을 만나면서 존재감을 키우는 것은 물론, 오는 2027년 충청권 하계 세계대학경기대회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비롯해 1500만명의 ‘대군’을 이끌고 있는 전국시도체육회장·생활체육 지도자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반면, 장 의원은 한 전 대표와 결별 후 지난 1월 윤석열 대통령 체포를 저지하기 위해 한남동 관저에 방문하는 등 본격적으로 윤 대통령 비호에 나섰으며, 현재까지도 이런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