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실·수도 이전 가능성 검토”…충청권 공략
김경수· 이광재 등 야권 잠룡들도 “세종으로 옮겨야” 가세
노무현 정부 때 '서울 이전' 논란 야기되나? 정치권 흔들
블랙홀 된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 이슈에 맞불 해석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대통령실의 세종시 이전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정치권에 파문이 일고 있다. 여야 정치권 모두에게 블랙홀이 된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 이슈에 맞불을 놓았다는 해석과 함께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충청권 표심 공략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한 핵심 관계자는 6일 CNB뉴스에 “이재명 대표가 지난주 금요일 비공개회의에서 ‘지금까지 세종시 이전에 대한 논의 경과와 우리 당이 해왔던 여러 공약과 정책, 그리고 다른 정당의 입장을 쭉 정리해달라’는 지시가 있었다”며 “이는 차기 정권의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노무현 정부가 추진했던 행정수도 이전까지 민주당의 로드맵을 전체적으로 정리해달라는 주문이었다. 이 대표는 대통령실을 용산에 존치하거나 일반에게 공개한 청와대로 복귀시키는 것보다 세종시로 옮기는 게 적절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대표는 대통령실 세종 이전에 대한 국민의힘의 대응도 함께 점검해 달라는 주문과 함께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지난 총선 때 ‘국회 세종 완전 이전’을 주장했는데, 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함께 파악해 달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대표의 이런 구상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이 헌재에서 확정될 경우에 대비, 조기대선 가능성을 연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대선 과정에서 전통적 ‘스윙보터’인 충청권 표심을 공략할 만한 공약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이런 얘기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한 중진의원은 “용산에 위치한 현 대통령실로 들어가기도 마땅치 않고, 이미 개방해버린 청와대로 들어가기도 난감하니 세종시 이전을 검토하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니겠느냐”며 “대선을 눈앞에 두고 충청권 민심 공략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 2004년 헌법재판소가 ‘대한민국 수도는 서울’이라는 관습 헌법을 언급하면서 ‘신행정수도의건설을위한특별조치법’을 위헌으로 결정했기 때문에 대통령실을 세종시로 옮기려면 우선 수도를 세종시로 명시하는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
실제로 지난 2018년 문재인 전 대통령 역시 수도 이전을 포함한 개헌안을 발표했으나 야당과의 협의 등이 걸림돌이 돼 무산된 바 있다.
따라서 이 대표의 이런 주장은 최근 정치권에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개헌론(대통령 4년 중임제 도입)에 대한 맞불놓기 성격으로도 볼 수 있다.
현재 여야 유력 대권주자들은 하나같이 개헌론을 앞세우고 있다. 따라서 이 대표가 이번 개헌 논의에 수도 이전까지 포함해 주도권을 잡으려 한다는 해석이다.
또한 이 대표는 수도 이전이 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이 추진한 정책이었다는 점에서 이번 이슈를 통해 친문(친문재인), 친노(친노무현) 세력을 끌어 안겠다는 계산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실제 민주당 내 잠재적 차기 대선주자이자 각각 친문,친노계의 핵심인물로 꼽히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와 이광재 전 강원지사는 지난 달 18일 국회에서 ‘행정수도 이전’을 주제로 한 토론회에 나란히 참석해 행정수도 이전을 이슈로 등장시킨 바 있다.
특히 행정수도 이전은 과거 노 전 대통령이 추진했던 정책이라는 점에서 친문 대표주자 격인 김 전 지사와 친노 핵심인사로 꼽히는 이 전 지사가 이날 토론회에 참석했다는 점에서 민주당의 ‘정통성’을 부각하는 행보로 풀이되고 있다.
김 전 지사는 이날 토론회에서 “행정수도 이전은 노 전 대통령의 꿈이었다. 이제 완성을 시킬 때가 된 것 아닌가”라며 “특히 대통령실의 경우 (차기 정부가) 용산을 쓸 수도 없고, 완전히 개방된 청와대를 사용하기에도 어려움이 있어 어디를 쓸지 정해야 하는 시점이어서 빠르게 세종으로 이전하는 것이 현실적 방안”이라고 제안했다.
이 전 지사도 ‘국토 균형발전과 세종시에 대한 노무현의 꿈’이라는 주제로 발제하면서 “노 전 대통령의 꿈을 다시 살펴보면서 불법 계엄으로 고난을 겪는 국민들을 다시 통합하기 위한 열의와 각오를 다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