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은 마음을 담는다. 같은 풍경을 보더라도 저마다 풍경을 새롭게 해석하는 것은 그 때문. 그렇다면 옛사람들이 그림으로 남긴 풍경은 어떤 모습일까? 이 책은 지금 우리에게 옛 그림의 마음을 찾아준다. 저자는 화가와 감상자 양편에 서서 옛 그림을 읽는다. 화가의 입장에서 그가 어떤 마음에서 왜 이 그림을 그렸는지 들려주며, 감상자의 입장에서는 그림 자체를 즐기는 방법을 귀띔해준다. 또 그림만 들여다봐서는 온전히 해석되지 않은 부분을 당대 사회문화적 맥락을 짚어내 옛 그림의 의미를 풍부하게 길어올린다. 저자가 전하는 옛 그림의 마음은 결코 과거의 마음이 아니라 동시대에 필요한 가치의 보고임을 알려준다.
책은 총 3부와 두 특집 페이지로 구성됐다. 1부 ‘아침 새소리는 나를 깨우고’에서는 태도와 감정을 키워드로 옛 그림과 일상을 교차시킨다. 가령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일화와 권용정의 ‘보부상’과 김득신의 ‘성하직구’, 영화 ‘국제시장’ 등 자신의 이야기와 옛 그림, 대중매체를 오가며 풍성한 맥락에서 아버지와의 애틋하면서도 어색한 관계를 풀어내 공감을 준다. 2부 ‘곳곳마다 핀 매화는 봄을 부르네’는 자연을 대상으로 그린 옛 그림을 다룬다. 자칫 진경산수화 이야기로 치우치게 되는 조선회화가 아니라 ‘자연인’을 다룬 TV 프로그램이 인기리에 방영되듯 치유와 즐거움, 자연이 주는 에너지에 골자를 뒀다.
3부 ‘어지러운 세상에도 새 바람은 불어와’는 세상사를 반영한 그림을 모았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를 즐겨본 저자는 드라마 속 제복에 관심을 두다가 신윤복의 그림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다채로운 의상을 떠올린다. 인물의 의상과 소품 등을 통해 당대 사회풍토를 짚어내며 제복에 대한 환상과 그 의미에 대해서 생각할 거리를 안겨준다. 또한 새벽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의유당 남씨의 ‘동명일기’, 조선의 인상주의 화가 강희언의 ‘북궐조무’, 조선의 마지막 화원화가 안중식의 ‘백악춘효’로부터 성장과 경쟁만이 전부인 양 달리는 사회에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지 넌지시 말한다.
김정숙 지음 / 1만 6000원 / 아트북스 펴냄 / 25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