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한국 현대미술사의 비평과 실천의 양면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설치미술의 역사를 개괄하고, 뜻깊은 시도와 지점들을 짚어보는 전문 연구서다. 저자는 실험미술, 신체미술, 퍼포먼스, 개념미술 등의 맥락에선 선행 연구가 이뤄졌지만 설치미술과 관련해서는 본격 탐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문제의식에 따라 동시대 미술의 흐름에서 한국 현대미술, 특히 설치미술을 다루는 방법론을 구축하고자 한다.
이로써 한국 설치미술만의 정체성과 자생성을 밝혀내고, 서구 미술의 조류에 응하면서 동시에 그와 갈등했던 한국 현대미술의 역사를 생생히 그려보려고 한다. 다만 문화정체성, 한국의 특징 등을 미리 상정한 채 연구대상에 다가가는 것은 위험한 시도일 수 있다. 따라서 한국만의 어떤 특징을 미리 상정하기보다는 각 작품과 작가들의 활동, 궤적을 시대상과 더불어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그 결과를 귀납적으로 추론해 제시한다.
이 책에서는 한국의 설치미술을 크게 세 시기로 구분해 살핀다. 첫 번째 시기인 1960~70년대를 다룬 장에서는 ‘한국청년작가연립전’과 AG, ST 등의 소그룹 활동, 초창기 퍼포먼스의 실험미술 경향 등 4.19 세대 주도의 초기 아방가르드 운동을 중심으로 설치미술의 태동을 고찰한다. 두 번째 시기인 1980~90년대에 관해서는 한국의 포스트모더니즘에서 부상한 설치미술 경향을 짚어본다. 세 번째 시기인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중후반과 관련해서는 신자유주의와 국제화의 조류 속에 펼쳐지는 인터넷-포스트인터넷 세대의 설치 작업들을 탐색한다.
정연심 지음 / 1만 8000원 / 미진사 펴냄 / 25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