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문을 연 현대시티아울렛 대구점 전경. (사진=현대백화점 제공)
현대백화점이 대구에 첫 아울렛을 열면서 지역 유통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달 14일 대구 동구 신천동 옛 대백아울렛 자리에 현대시티아울렛 대구점을 열었다. 지역 유통업계는 이번 개점으로 신세계와 현대가 치열한 각축을 벌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CNB가 지난달 30일 이 곳을 다녀왔다. (CNB=김주경 기자)
현대百, 지방 첫 아울렛 진출
대구 유통가 1·2위 다툼 치열
다양화·고급화 전략으로 승부
현대시티아울렛 대구점은 영업면적 8,627평(2만8,519㎡) 규모로 ‘대구의 강남’으로 불리는 수성구에서 신세계백화점 대구점으로 향하는 길목에 있다. 현대와 신세계는 직선거리로 불과 730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현대백화점은 이번 대구점 개점으로 신세계에 2위로 밀린 과거사를 설욕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2011년 개점한 현대백화점 대구점은 2016년 지역에 진출한 신세계백화점 대구점에 매출 1위 타이틀을 내준 경험이 있다.
동대구역 지하철 2번 출구로 나와 십분 가량 걸어가면 현대시티아울렛 로고가 선명하게 박힌 바둑돌 모양의 큰 건물이 나온다. 여기가 현대시티아울렛 대구점이다.
▲매장 1층에는 주말을 맞아 나들이 겸해서 가을옷을 장만하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사진=김주경 기자)
건물에 들어서니 고객들로 활기가 넘쳤다. 주말이라 아이와 손잡고 쇼핑하러 나온 가족부터 60~70대 어르신까지 연령층이 다양했다.
이 곳은 1년 전 지역 토종기업 대구백화점이 ‘대백아울렛’ 타이틀로 문을 열었던 자리다. 유명 브랜드 유치에 실패한 데다 불어나는 적자를 감당하지 못해 지난 7월 현대백화점그룹과 10년 계약을 체결해 건물을 임차했다.
현대시티아울렛 대구점은 지방에서 첫 아울렛 진출인만큼 상징성이 크다. 현재 현대백화점은 5개 아울렛(현대프리미엄아울렛 김포점·현대프리미엄아울렛 송도점·현대시티아울렛 동대문·현대시티아울렛 가산점·현대시티몰 가든파이브점)을 운영 중인데 전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현대가 이 곳에 둥지를 튼 것은 아울렛 사업 매출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데다 지역수요가 크다는 판단에서다. 현대백화점은 ‘1년째 되는 2019년 8월까지 약1500억원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세웠다.
실제로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 2014년 가산점을 시작으로 아울렛 진출을 본격화한 이후 매년 15~20%로 가파르게 성장해왔으며 지난해 아울렛 매출은 약 1조2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0% 이상 증가했다. 이는 전체 매출 중 15%를 차지한다. 아울렛 사업을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은 시점에서 적지 않은 규모다.
대구 요지에 아울렛 ‘승부수’
지리적 요건도 좋은 편이다. 인근에 신세계백화점이 있지만 공략하는 고객층이 다른 데다 유동인구가 많아 사업 수요는 충분하다.
현대시티아울렛 영업규모는 롯데아울렛 율하점과 비슷한 수준으로 지상 1층부터 8층까지 영업매장이 입점해있다. 지하1층~지하6층은 주차장이 있어 총 711대 주차가 가능하다.
대구 현대시티아울렛은 총200여개 브랜드가 들어와 있다. 기존 대백아울렛 대비 MD를 20여개 늘려 대구 아울렛 중 가장 많은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으며, 클럽 캠브리지·템퍼·플랙진 등 28개 브랜드는 지역 매장 중에서 처음 선보인다.
▲아울렛 안내데스크 옆에 우두커니 서 있는 AI 인공지능 로봇. (사진=김주경 기자)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매장 입구에 들어서니 AI 인공지능 로봇이 활기찬 목소리로 고객을 맞이한다. 아울렛 오픈 초기인데다 추석을 지낸 후 첫 주말이다 보니 가을 옷을 장만하려는 가족단위의 고객들로 북적였다.
곳곳에 만든 이벤트 매장은 저렴한 가격에 구입하려는 사람들로 붐비는 가운데 타임·마인·랑방컬렉션 매장은 고가임에도 백화점에 비해 할인율이 높아 고객들의 발걸음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었다.
주부 윤모씨는 “기존(대백아울렛)에는 살만한 브랜드도 별로 없는 데다 층별로 동선이 일정하지 않아 불편했는데 현대아울렛이 들어오면서 고객들이 편리하게 이동하도록 동선을 짜임새 있게 설정해 쇼핑이 한결 편리해졌다”면서 “음식점도 종류별로 다양한 데다 9층에 문화 컨텐츠를 도입해 여느 복합쇼핑몰 못지않다”며 만족해했다.
▲1층~5층 패션잡화·의류 매장. (사진=김주경 기자)
1층~5층은 패션잡화·의류브랜드가 들어와 있다. 아울렛 특성상 가족단위 고객의 방문이 많다보니 패밀리형 브랜드를 강화한 점이 특징이다. 나이키·아디다스 등 고객이 선호하는 스포츠 브랜드를 유치하는 한편 탠디·미소페를 비롯해 시슬리·지오다노 등 실용도가 높은 중저가 브랜드를 들여와 고객들은 큰 부담 없이 쇼핑할 수 있다.
▲오프 프라이스 스토어 ‘오프웍스’ 매장에 사람들로 붐볐다. (사진=김주경 기자)
이 가운데 3층 한켠에 만들어진 오프 프라이스 스토어 ‘오프웍스’ 매장은 아디다스·나이키 스포츠 의류를 고르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 곳은 유명 브랜드 재고 상품을 유통업체가 직접 사들여 판매하다보니 시중 아울렛(30~60%)보다 할인율이 75~90%로 높다. 올해까지는 일부 브랜드를 대상으로 오프웍스를 운영한 후 내년 상반기까지 운영 브랜드를 30여 개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8층은 푸드 스트리트에는 맛있는 냄새가 후각을 찔렀다. 유명 지역업체와 손잡고 ‘전주중앙회관’을 비롯해 대구 토종 체인점 ‘바르미스시’, ‘북촌손만두’ 등 유명맛집이 들어와 있다.
9층에는 매주 버스킹·퍼레이드 등 문화공연이 열리는 컬처가든 공간을 조성해 꼬마기차·미끄럼틀을 설치하는 한편 팽이의자·토끼 모양 의자 등을 만들어 아이들에게는 동심의 공간, 어른들은 안락한 휴식처를 제공하는 등 자연친화형 정원으로 탈바꿈했다.
▲9층에 마련한 컬처가든 공간. (사진=김주경 기자)
현대시티아울렛 대구점은 공간을 잘 활용해 아울렛·식도락·즐길거리 등 카테고리는 다양했지만 인근 신세계백화점, 롯데아울렛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나름의 전략이 필요해 보였다. 브랜드 수에 비해 유행이 지난 옷이 많은 데다 가격 메리트가 크지 않다는 고객도 일부 있었다.
아울렛에 방문한 한모씨(28)는 “가족들과 가을 옷 장만하려고 방문했는데 마음에 드는 옷이 별로 없는 데다 생각보다 가격이 비싸 인터넷으로 주문하기로 했다”면서 “백화점도 세일기간에는 최초판매가의 30~60% 세일행사를 하는 데다 온라인몰은 아울렛보다 훨씬 싸게 구입할 수 있어 이득이다”고 말했다.
이에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CNB에 “고가브랜드는 70~80% 가까이 행사를 해도 비싸다고 느낄 수 있지만 타임·마인·랑방 등 고급의류는 인터넷으로 판매되지 않다보니 할인율을 높이고도 브랜드 가치를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은 앞으로도 아울렛 사업을 강화한다는 입장이다. 2020년 대전에 충청권 프리미엄 아울렛(가칭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이 들어서는데 이어 경기 남양주 다산신도시(가칭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남양주점, 2020년 오픈 예정)와 경기 화성 동탄1신도시(가칭 현대시티아울렛 동탄점, 2021년 오픈 예정)에도 프리미엄 아울렛과 도심형 아울렛 오픈이 예정돼 있다.
(CNB=김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