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교촌치킨 매장. (사진=연합뉴스)
일부 치킨 프랜차이즈가 배달료 부과에 이어 치킨값을 지역별로 차등 적용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고객들은 ‘임대료가 비싼 지역에서는 비싼 값에 치킨을 먹어야 하냐’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CNB가 이번 논란의 내막을 들여다봤다. (CNB=김주경 기자)
실상 알고보니 문제의 뿌리는 ‘임대료’
임대료 비싼 곳이 치킨값도 비싸 논란
현행 법규정 단속기준 없어 허점 노출
지난 5월 2000원의 배달료를 도입해 소비자들에게 ‘눈총’을 받은 교촌치킨이 최근에는 일부 매장이 공시된 가격보다 치킨값을 비싸게 받고 있어 논란에 휩싸였다.
발단은 지난 2일 인터넷 육아정보 커뮤니티 ‘맘카페’에서 시작됐다.
▲지난 2일 인터넷 육아정보 커뮤니티 맘카페에 ‘교촌 홀비논란’ 글이 올라오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사진=인터넷 카페 캡처)
카페 회원인 A씨는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 “교촌치킨은 홀에서 먹으면 홀비 받네요”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사연은 이렇다. 교촌치킨 카페형 매장에서 레드윙 1마리를 주문해 그 자리에서 먹고 결제영수증을 확인해보니 원래 가격인 18000원에서 1000원이 추가된 1만9000원이 결제된 것.
이에 A씨는 매장점원에게 “잘못 결제한 것 아니냐”고 물었더니 “홀에서 먹으면 1000원 더 비싸다”는 답변을 들었다. A씨는 “이제 하다하다 홀비도 받는다. 더구나 마리당 가격을 매긴다. 많이 먹을수록 홀비가 늘어난다”고 게시판에 하소연했다. 이에 다른 회원들은 “나도 낸 적 있다”며 연달아 댓글을 달았다.
진실은 따로 있다?
CNB가 이를 취재한 결과, 맘카페 회원 주장과는 달리 ‘홀비(음식을 매장에서 먹을 경우 부담하는 일종의 자릿세)’를 따로 받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일부 매장의 치킨가격이 공시된 가격보다 더 높았다. 여의도점·홍대점·신촌점·동대문1호점·건대점·압구정신사점·동판교점 등 7곳의 매장 치킨가격은 일반매장보다 1000원 더 비쌌다. A씨는 이를 ‘홀비’로 오해한 것이다.
이에 교촌치킨 관계자는 CNB에 “임대료가 비싸거나 특수상권에 있는 카페형 매장 일부는 치킨가격이 다른 매장에 비해 비쌀 수 있다”며 “법규정에 어긋나지 않아 문제될 것이 없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일부 가맹점주들은 임대료가 다소 비싸더라도 사람이 많은 번화가에 오픈을 원하는 관계로 본사와 협의해 치킨가격을 다르게 받을 수 있도록 했고 다른 프렌차이즈 기업들도 흔히 하는 관행”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공정거래법 29조에는 제조사(본사)가 나서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제조업체가 유통과정에서 가격을 담합할 우려가 있는데다 가격경쟁 제한은 지나치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파리바게뜨(SPC그룹) 등 일부 프랜차이즈는 매장마다 제품 가격을 다르게 책정하고 있다.
업계관계자는 CNB에 “가령 베이커리를 보면 같은 브랜드라도 상권에 따라 매장 별로 가격이 다르다”며 “본사는 가맹점에 너무 싸게 팔거나 지나치게 비싼 가격에 팔지 않은 이상 개입하지 않는다. 고객들도 비싸면 안 사먹기 때문에 점주들도 합리적인 선에서 가격책정을 한다”고 설명했다.
▲교촌치킨 메뉴판.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하지만 논란은 쉬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이제는 임대료가 비싼 것도 고객들이 떠안아야 한다”, “교촌치킨의 논리대로라면 임대료가 비싼 지역에서는 음식도 비싸게 먹어야 하는데 정작 본사는 책임이 없다며 외면하는 모습에 화가 난다”는 등의 글이 쏟아지고 있다.
더구나 교촌치킨이 업계 최초로 배달료를 별도 부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다 보니 비난이 더 커지는 모양새다. BHC(비에이치씨)를 제외한 BBQ(비비큐)와 다른 치킨업체는 매장 형태에 상관없이 치킨값이 동일하다는 점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
“오죽했으면…” 동정론도
반면 오죽하면 그러겠냐는 동정 여론도 있다. 임대료는 갈수록 치솟는데다 최저임금이 매년 가파른 속도로 인상되고 있어 이런 현상이 벌어진 것 아니냐는 얘기다.
치킨업계 한 관계자는 CNB에 “가맹점주들도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가장인데 유독 치킨업계에 들이대는 잣대가 엄격하다보니 많이 힘들어 한다”면서 “일부 업주들은 아르바이트생 월급주려고 다른 가게에서 일하는 경우까지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교촌치킨은 ‘홀비’ 논란이 불거지기 전에도 지난 5월 배달료를 기습 부과해 고객들로부터 비난에 휩싸여야 했다. 서울시내 한 교촌치킨 매장 앞에 서 있는 오토바이. (사진=연합뉴스)
교촌치킨 값을 다른 곳보다 1000원 비싸게 받고 있는 한 매장의 업주는 CNB에 “매장이 커서 일반매장과 똑같이 가격을 매기면 남는 게 없다”면서 “임대료는 매년 인상되는데 그 부담을 고스란히 (가맹점주가) 지다보니 우리도 ‘울며 겨자먹기’로 올릴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CNB 취재결과, 치킨값을 비싸게 받고 있는 매장의 대부분 유동인구가 많은 번화가에 자리 잡고 있으며, 매장 형태가 홀에서 바로 각종 치킨메뉴와 주류를 먹을 수 있는 카페형이었다. 규모도 일반보다 2~3배 가량 크다보니 임대료가 더 비쌌다.
일각에서는 제도 자체가 모호해 생긴 일이라며 법 규정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CNB에 “본사가 가맹점의 가격을 통제하지 못하게 되어 있는 현행 제도는 대기업 중심의 가격 담합을 막고 자유로운 시장흐름을 위해 만들어졌지만 규제가 너무 없어도 시장질서를 망칠 수 있다”며 “기업이 모니터링을 통해 가맹점을 관리한다지만 업주들의 어려움을 외면할 수도 없는 현실이라 규제가 어렵다면 ‘최저·최고 가격 지정’ 등 최소장치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교촌치킨은 문제가 커지자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교촌치킨 관계자는 CNB에 “해당 지점 업주들과 상의해 개선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CNB=김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