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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최저임금과 일회용컵 규제 사이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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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주경기자 |  2018.08.16 10:02:51

▲지난 2일부터 커피전문점을 중심으로 ‘일회용컵 단속’이 이뤄졌다. 서울 시내 한 카페 내에서 고객들이 머그잔과 일회용 컵을 이용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받는 월급은 한정적인데 설거지 등 일거리만 더 늘었어요. 손님들이 몰리는 출근시간 대나 점심시간 때에는 손님들이 주문한 음료를 만드는 것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쁜데 여기다가 설거지까지 하려면 너무 정신없죠...규제를 하더라도 상황을 봐가면서 해야 되는데 이건 뭐 최저임금 인상에다가 일회용품 규제까지 뭐 어쩌라는 건지 원...” 

지난 2일부터 일회용 컵 규제가 시작된 이후 서울 시내 프랜차이즈 커피숍을 운영하는 가맹점주의 한 숨 뒤섞인 푸념이다.

이달 2일부터 커피전문점 내 일회용 컵 사용 단속이 일제히 시작되면서 커피전문점부터 영세카페까지 풍경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환경보호에 동참한다는 차원에서 아메리카노·카페라떼 등 모든 음료가 유리잔 내지는 다회용 컵에 담겨져 나온다.

그동안 카페에서 소비된 일회용 컵은 연간 260억 개에 육박한다. 일회용 컵 사용량이 지나치게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의 조치도 이해는 간다.

다만, 일회용품 단속 때문에 현장에서 발생하는 인력 증가 문제를 인지하지 못한 것은 못내 아쉽다. 일회용 컵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밀어붙인다고 해결되는 단순한 문제는 아니다.

정부는 지난 4월 ‘폐기물 대란’이 발생하자 플라스틱 폐기물을 오는 2030년까지 50% 수준으로 감축하는 종합대책을 수립했고 기업들도 정부 정책에 동참하고 있다.

환경보호를 위한 취지에는 충분히 공감한다. 하지만, 정부가 이번 일회용품 단속에 따른 현장 분위기는 제대로 읽지 못하는 듯하다. 규모가 큰 전문점에서는 시행지침이 내려와서 알 수 있을지언정 영세업자들은 일회용 컵 사용 시 단속대상인 것조차 모르는 이들도 많다. 고객입장에서는 유리잔이 여러 고객들에게 통용되다보니 컵의 위생 상태를 의심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심지어 “다른 사람이 사용한 컵은 쓰기 싫다”, “5분만 앉아 있다가 갈 테니 일회용 컵을 달라”면서 일회용 컵을 고수하는 손님들과 실랑이하는 장면도 적잖게 나타난다.

특히 영세 사업자 고민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2년 새 27.3% 증가한 최저임금 인상에 허덕이는 상황에서 특히 손님이 몰리는 시간대에는 따로 설거지 전담 아르바이트생을 뽑아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여기다가 컵 세척 인력에다가 유리컵 구입비용 등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손님들에게도 아르바이트생 직접 일일이 다회용 컵 사용 안내까지 해야 한다.

환경보호 차원에서 감수해야 하는 불편함도 이해하지만 억지스러운 느낌도 든다. 일회용 컵 감축을 기업과 고객들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정부당국은 단속 외에 어떤 노력을 했는지 되묻고 싶다. 정부당국은 시민과 업주가 자발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어불성설이다. 국민들이 정부정책에 동조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인센티브가 필요하다. 

시범운영 절차나 다회용 컵 사용에 대한 정부 홍보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정부의 밀어붙이 탁상행정만으로 정책이 제대로 안착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대표적인 예가 1994년에 만들어진 ‘재활용법’이다. 본 법은 합성수지컵의 경우 '테이크아웃용'으로만 제공토록 하고 있다. 위반할 경우 최대 5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이법은 사실상 유명무실화됐다고 봐야할만큼 누구도 지키지 않고 있다. 대형마트 등 소매점에서도 비닐봉지 무상제공 또한 금지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횡행한다.

2002년 시행된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도 실패사례로 거론된다. 시간이 흐를수록 반환율이  낮아져 결국 2008년에 폐지됐다.

일회용품 단속도 마찬가지다. 영세카페에서는 설거지 부담 문제와 최저임금에 따른 꼼수를 피해서 종이컵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되면 정부시책에 위배되는 ‘말짱 도루묵’ 신세가 되기 마련이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는 면밀한 현장실사를 통해 ‘쇼’가 아닌 ‘효율적인’ 정책으로 변화되는 등 개선의 노력이 필요하다.

굳이 단속이 아니더라도 일회용 컵을 줄일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한 이후 규제해도 늦지 않다‘일회용품과의 전쟁’의 결말은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정부의 결단에 따라 시금석이 될 수도 낭패가 될 수 있다. 정부 당국자의 치밀하고 세심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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