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과 이달 초까지 푹푹찌는 폭염이 계속 이어지면서 무더위를 피해 백화점을 찾는 고객이 늘었다. 백화점은 비수기임에도 폭염 덕분에 때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지난7월 서울 중구 소공동 소재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고객들이 여름상품을 고르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1907년 이래 가장 무더웠던 폭염으로 유통가에서는 때 아닌 깜짝특수를 누리고 있다. 더위를 피해서 시원한 실내에서 보내려는 ‘백캉스'(백화점+바캉스)족과 호캉스(호텔+바캉스)족이 늘어난데다가 백화점에서 보내는 체류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자연스레 매출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CNB가 무더위로 인해 달라진 유통가 풍경을 들여다봤다. (CNB=김주경 기자)
더위 피해 쇼핑몰로…유통가 ‘즐거운 비명’
호텔에서 휴가를…객실마다 호캉스족 북적
달라진 피서 트렌드에 맞춰 이벤트 ‘풍성’
연일 무더위가 계속 되면서 백화점·호텔 등 유통업계가 때 아닌 폭염 특수를 누리고 있다.
더위가 계속되다보니 백화점·대형쇼핑몰· 호텔 등 시원한 실내에서 쇼핑을 즐기는 분위기다. ‘몰링족(복합쇼핑몰에서 쇼핑과 동시에 여가생활을 즐기는 사람)’·백캉스족(백화점에서 휴가를 즐기는 사람)’이라는 새로운 단어도 등장했다.
스타필드 하남은 8월 첫째 주 방문객수가 직전 같은 기간 대비 10~15% 가량 늘었다. 평균 방문객 수는 주중 5만~6만명, 주말 10만~11만명 정도다.
백화점은 불볕더위를 피해 연일 방문객으로 북적이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7월 한달 간 직전 월 대비 매출이 10% 가량 늘었고 현대백화점는 7.5% 증가했다. 특히, 현대의 경우 7월 한달 간 고객 체류시간이 평균 3시간30분에 달했다. 평소보다 1시간가량 증가한 것이다. 이벤트 행사나 문화공간이 많은 점포는 평균 체류시간이 5시간을 넘어섰다.
이는 전체 백화점 매출을 견인했다.
롯데백화점의 7월 매출은 전년도 같은 기간 대비 3.7% 늘었다. 그 중 해외패션 16.2%, 생활가전 12.3%, 식당가 8.7%, 잡화 5.8%, 레져스포츠 4.5% 순으로 상승세를 나타냈다.
신세계백화점도 매출 호조세를 나타냈다. 7월 전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9.2% 증가했다. 상품 군별로는 가전 장르 18.9%, 남성의류 12.9% 순으로 높은 신장률을 보였다.
현대백화점의 매출도 평균 대비 늘었다. 폭염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달 11~31일까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8% 증가세를 타나냈다. 분야별로는 에어컨이 94.2%로 증가세가 가장 컸고, 선풍기 등 소형 냉방가전 62.4%, 공기청정기 13.7% 등이 두 자릿수 매출 상승을 가져왔다.
▲현대백화점도 지난 6월 말부터 지난달 15일까지 여름 정기세일 행사에 돌입했다. 게다가 무더위까지 겹치면서 고객 방문객과 매출 모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현대백화점 제공)
백화점은 6월 정기세일이 끝난 이후 7~8월은 비수기다. 통상 여름 휴가철인데다가 정기세일행사가 끝나 각종 행사들이 적은 탓이다. 하지만 올해는 유난히 더운 무더위에 고객들이 몰리는 역전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살인적인 무더위를 피해 도심 한 가운데 호텔에서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다. 서울 유명호텔들은 주말(금~일)에 ‘호캉스족(호텔에서 휴가를 즐기는 사람)’으로 북적인다.
SK플래닛 온라인 쇼핑몰 11번가에 따르면 폭염이 이어진 2주(7월20일~8월2일)간 국내 숙박상품 거래액이 전월 동기대비 15% 늘었다.
▲롯데호텔은 홍대·명동·강남 등 도심 한 가운데에서 나만의 호캉스를 즐길 수 있는 ‘SUMMER IN L7’ 패키지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L7 홍대 루프트 탑 수영장 조망. (사진=롯데호텔 제공)
업계1위 롯데호텔, 만실 육박
서울 롯데호텔과 잠실 롯데호텔의 7월 객실 이용률도 월 평균 대비 15% 증가했다. 명동·강남·홍대 일대의 L7 호텔 역시 지난달 객실점유율이 82%에 달했다.
롯데호텔의 지난달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13% 증가했다. 투숙과 동시에 이용하는 식음료 매출도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3% 증가했다.
롯데호텔 측은 “이번 달은 이용율이 더 높아지고 있다. 롯데시티호텔의 경우 이달 주말 예약률이 90%에 육박했고 평일 예약률이 60%에 이른다”며 “L7 역시 ‘썸머 인 L7’ 패키지 반응이 좋아 투숙율 80%를 훌쩍 넘길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어반 아일랜드’ 수영장 야경 전경. (사진=신라호텔 제공)
신라호텔도 지난달 객실이용률이 전년 동기대비 10% 증가했다. 서울·제주·신라스테이 모두 평균 75~80%에 육박한다. 특히 야외수영장 야간이용권이 포함된 어반패키지의 경우 7월 이용률은 전년대비 50%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고, 주말에는 거의 만실수준이다.
백화점·호텔 등 유통업계에서는 간만의 수요에 힘입어 이색 프로모션으로 고객공략에 나섰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9일 강남점을 시작으로, 16일 대구점, 17일 경기점에서 해외 유명브랜드를 최대 80% 할인해주는 ‘해외 유명 브랜드 대전’이 열린다. 영등포점은 오는 16일까지 B관 6층 본 매장과 행사장에서 ‘여름 냉방가전 특집전’ 행사를 열고 있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지난달부터 ‘도라에몽 파크’, 울산점·대구점·현대프리미엄아울렛 송도점에서는 직업체험전 ‘키자니아 GO’이 열리고 있다. 대구점도 오는 19일까지 키자니아를 운영한다.
롯데백화점에서는 문화홀을 활용해 다음달 1일까지 영등포점·평촌점·광복점 등에서 아티스트 ‘V.O.S’ 순회공연을 진행한다.
G마켓은 ‘호캉스’족을 공략해 ‘국내숙박은 역시여기G’ 기획전을 준비했다. 서울 신라호텔·그랜드힐튼호텔·인천 파라다이스시티호텔 등 수도권 일대 특급호텔을 최대 6% 할인된 가격에내놨다.
신라호텔은 여름방학을 맞이해 온 가족이 함께 도심 속 휴가를 즐길 수 있는 ‘패밀리 에피소드’ 패키지를 다음달 10일까지 운영한다. 패밀리 에피소드에는 키즈 플레이 라운지 입장 혜택 뿐만 아니라 바비큐 플레이트와 시원한 생맥주를 제공한다.
업계관계자는 CNB에 “푹푹찌는 더위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관측되는 만큼 장거리 피서보다는 백화점에서 쇼핑을 즐기거나 호텔에서 가족과 휴식을 취하는 형태가 9월초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유통가에서도 가족 단위 고객을 대상으로 한 막바지 이벤트를 다양하게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CNB=김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