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는 스타트업(신생벤처기업) ‘마켓컬리’가 만든 새벽배송 시스템을 벤치마킹해 배송시장 경쟁에 뛰어들었다. 고객들은 밤 11시 전에 먹거리를 구입하면 아침 7시경 현관 문앞에서 받아볼 수 있다. (사진=연합뉴스)
유통업계의 새벽배송 경쟁이 치열하다. 신생 벤처기업 ‘마켓컬리’가 도입한 ‘샛별배송’은 입소문을 타고 빠르게 퍼져나가 백화점·대형마트에 이어 편의점까지 파고들었다. 유통업계가 배송서비스에 목을 매는 이유는 뭘까. (CNB=김주경 기자)
백화점·대형마트·편의점…너도나도 새벽배송
수익성 낮지만 ‘고객 트렌드’ 맞춰야 생존
네트워크 갖춘 대기업 유통사만 사는 구조
#. 직장인 문지연씨(32)는 1주일에 2번 새벽배송 서비스를 이용한다. 유통기한이 짧은 농축산식품은 손질이 되어 있고 소량으로도 주문할 수 있어 편리하다보니 자주 이용한다. 저녁에 주문한 후 다음날 아침에 현관문을 열면 주문한 제품이 도착해 있다.
유통업계는 ‘새벽배송’을 히든카드로 내세워 배송전쟁의 서막을 열었다. 새벽배송은 전날 밤 11시까지 식재료․신선신품․가정간편식을 주문하면 다음날 아침 6~7시경 집으로 배달해준다.
이 서비스는 신선한 식재료 및 식사대용 간편식을 집에서 바로 받을 수 있어 수도권 30~40대 워킹맘과 맞벌이 부부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집에서 신선한 재료로 따뜻한 한 끼 식사를 즐기려는 고객들도 많이 이용한다.
2015년 100억원 규모에 불과했던 시장은 지난해 2000억원 규모에 달한다. 올해는 4000억원대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했다.
▲마켓컬리가 도입한 ‘샛별배송’ (사진=마켓컬리 홈페이지 캡처)
새벽배송 원조는 스타트업(신생벤처기업) ‘마켓컬리’다. 2015년 5월 ‘샛별 배송’을 도입했다. 현재 주문량은 일 평균 8000건을 넘어섰으며, 100억원의 월매출을 거두고 있다. 연매출은 지난해 530억원에 그쳤지만 올해 16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CNB에 “온라인 신선식품은 앞으로 성장가능성이 더 크다보니 블루오션으로 떠올랐다”면서 “새벽배송은 차별화된 상품·빠른 배송·신선도가 관건이라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는 신세계·롯데·현대백화점도 마켓컬리 배송시스템을 벤치마킹해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유통업계가 배송에 눈독 들이는 이유는 성장세가 크다는 판단에서다.
업계관계자는 CNB에 “온라인 쇼핑이 커지면서 신선식품까지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움직임이 빠르게 늘었다”면서 “농축산물 등 신선식품은 소비패턴이 꾸준해 ‘충성고객’ 확보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지난 4일부터 e슈퍼마켓은 ‘새벽식탁’ 배송을 시작했다. (사진=현대백화점 제공)
현대백화점은 배송서비스 도입에 가장 적극적이다. 1인 가구 증가 및 온라인 쇼핑을 선호하는 소비 트렌드에 맞춰 새벽배송을 도입했다.
식품 전문 온라인몰 ‘e슈퍼마켓’에서는 CJ대한통운과 협력해 지난 4일부터 ‘새벽식탁’ 배송을 시작했다. 수도권 지역에서 오후 4시 이전에 식품을 주문하면 다음날 오전 7시까지 상품을 배송해준다. 현대백화점은 오픈 초기인만큼 우선은 신선식품·가공식품·즉석반찬·주방용품 등 100여 종에 대한 배송을 먼저 시작하고, 올 연말까지 배송 제품을 6000여개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CNB에 “백화점 식품관에서 판매하는 프리미엄 신선식품을 앞세워 치열해지고 있는 새벽배송 시장을 선도해나갈 것”이라며 “향후 배송 가능 지역, 품목 수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마트는 쓱배송 데이에 각종 할인혜택을 추가로 제공한다. (사진=이마트 홈페이지 캡처)
이마트는 지난 5월 온라인몰 ‘이마트몰’ 예약배송 시간을 확대, 서울·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오전 6시부터 상품을 배송받을 수 있는 ‘쓱 배송 굿모닝’ 서비스를 시작했다. 기존 이마트몰 예약배송 시간대는 ‘오전 10~오후 1시’였으나, 이번에 ‘오전 6~9시’, ‘오전 7~10시’로 시간대 범위를 확대했다.
편의점 업계도 새벽배송 대열에 뛰어들었다.
GS리테일은 지난해 7월 온라인 신선식품 쇼핑몰 ‘GS프레시’ 아침배송을 시작했다. 가정 간편식 밀키트를 비롯 5000여개 상품을 오전 1~7시 사이에 배송해준다. 롯데슈퍼는 2월부터 서울 강남·용산·송파·노원구 지역에 ‘롯데프레시센터’를 시행 중이다. 온라인몰에서 밤 10시까지 주문하면 다음날 오전 3~7시에 배송해준다. 동원푸드도 가정간편식 중심 브랜드 ‘더반찬’ 상품을 새벽에 배달해준다.
유통가 관계자는 CNB에 “아침배송은 배송료를 통한 수익성을 추구하기보다 고객들이 편하게 제품을 받아볼 수 있도록 서비스 차원에서 도입한 시스템”이라며 “지금 같은 혹독한 여름 날씨에는 장보러 가는 것조차도 일인데 클릭 한 번으로 집 앞에서 물건을 받을 수 있어 편리해 수요층이 점점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배송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배송지역 제한은 유통업계가 풀어야 할 숙제다. 새벽배송은 현재 일부 수도권에서만 이용이 가능하다. 현대백화점 ‘e슈퍼마켓’은 서울, 경기와 인천(일부 지역 제외) 일대만 배송한다. 롯데슈퍼 ‘롯데프레시’는 배송을 서울 서초·상계·송파 지역에 한정했다. 이마트 쓱배송은 서울 영등포·용산·관악·서초 지역만 시행 중이다. 지방에 거주하는 고객은 이용이 어려워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
아침배송 비용이 일반 배송보다 비싸다는 점도 걸림돌로 작용한다. 업체별로 다소 상이하지만 통상 아침배송 요금은 현대백화점은 5만원 이상 무료·미만은 3500원, 이마트몰 쓱배송 굿모닝 배송료는 4만원 이상 2000원·미만 5000원, 롯데프레시센터는 2만5000원 이상 무료·미만 2000원이다. 모두 일반 배송보다 10%가량 비싸다.
새벽배송 시스템이 초기 투자비용이 큰데다가 수익성이 낮다는 점도 기업입장에서는 부담이다.
여영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침배송은 신선식품이 주가 되다보니 온도·습도 조절 등의 설비를 갖춘 물류센터 구축이 꼭 필요하다”면서 “매출 자체도 재고 손실을 감내할 수 있어야 하며 이익 규모를 지속적으로 이어갈 수 있는 재무구조를 갖춰야 한다”고 전망했다.
(CNB=김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