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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덕후 감성 자극한 ‘드래곤볼 총집편’을 보고

콘텐츠는 생산이 끝이 아니라는 걸 느끼게 한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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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금영기자 |  2018.07.30 10:53:17

서점에 ‘드래곤볼 총집편’이 배치된 모습.(사진=김금영 기자)

최근 서점을 방문했다가 눈에 불이 켜졌다. 눈길을 사로잡은 주인공은 ‘드래곤볼 총집편’. 드래곤볼 탐색편, 프리저편, 사이어인 습격편, 피콜로 대마왕편 등 드래곤볼을 주요 에피소드 별로 묶은 이 책은 드래곤볼 30주년을 기념해 2015~2016년 일본에서 출간됐고, 국내에도 지난해부터 정식 출간돼 왔다.

 

30주년이라니, 벌써 드래곤볼이 그렇게 됐나 싶다. 그도 그럴 것이 드래곤볼 콘텐츠는 끊임없이 재생산돼 왔다. 국내에서 출간된 책만 해도 초판, 구판, 무삭제판, 완전판, 풀컬러판, 그리고 현재의 총집편까지 에디션이 상당하다.

 

일반적으로 만화가 연재될 때 초판, 그리고 완결 이후 완전판이 발간된다. 단행본을 빨리 간직하고 싶은 독자는 초판이 나오자마자 구매하고, 보관을 위한 좋은 종이 질, 그리고 보완된 번역 등을 원하는 독자는 완전판이 나올 때까지 기다린다. 초판과 완전판의 구성이 달라 두 매력을 모두 소유하길 원할 경우 초판과 완전판 모두를 구매하는 독자도 있다. 출판 업계의 장삿속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새로운 구성을 추가해 나오거나 보다 세련되게 꾸려진 책에는 어김없이 지갑을 열게 되는 게 또한 덕후들의 심정이다.

 

그리고 이번엔 드래곤볼 총집편이 드래곤볼 덕후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그간 삭제된 부분을 보길 원한 독자들을 위해 무삭제판도 나왔고, 컬러로 만화를 보기 원하는 독자들을 위한 풀컬러판도 나왔다. 그래서 사실 드래곤볼은 나올 만큼 많이 나왔기에 더 이상 뽑아먹을(?) 구성이 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 이럴 수가, 추억을 자극하는 디자인으로 출간된 총집편에 다시 가슴이 설레고 말았다.

 

디지털이 일상화된 사회에서 사람들은 만화 또한 책으로 넘겨보기보다는 스마트폰, PC화면 등을 통해 보는 게 더 익숙하다. 그래서 이에 맞춰 만화 업계도 변화를 거쳐 왔다. 나나, 밍크, 파티 등 월간 만화 잡지가 주름잡던 시대를 지나 이젠 웹툰이 보편적이다. 일본 또한 주간 점프 등 만화잡지가 계속 발간되고 있지만, 황금기였던 1990년대와 비교해 판매 실적이 많이 떨어진 실정.

 

그런데 시대의 흐름을 역행(?)한 드래곤볼 총집편은 오히려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점이 흥미롭다. 단연 관심을 받는 건 눈에 확 뛰는 디자인이다. 현재 대부분의 만화책은 한 손에 잡힐 정도의 크기로 만들어지고 있는데, 드래곤볼 총집편은 점프 연재 당시의 B4 사이즈로 크기가 커졌고, 표지 또한 90년대 연재 당시의 감성을 살려 만들었다. 손으로 책을 넘겨보는 아날로그 감성을 제대로 저격한 측면도 있다.

 

디자인만 90년대로 돌아간 것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단행본이나 완전판에서는 생략되는 만화 연재 당시 중간 중간에 들어있던 작가의 멘트까지 고스란히 담아 독자는 마치 어린 시절 만화를 읽던 시절로 돌아간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연재 당시의 사양을 그대로 재현한다’는 것이 주요 콘셉트. 그래서 여러 책들 사이에서도 금방 눈에 띄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구하기 힘들어 가치가 상승되는 것들이 있다. LP음반이 그렇고, 품절돼 더 이상 구할 수 없는 오래된 책 등이 그렇다. 드래곤볼이 연재됐던 점프 또한 지금은 구하기 힘든 희귀 아이템이다. 이 가운데 90년대 만화책을 넘겨보던 감성과, 레어 아이템을 손에 넣었다는 쟁취감을 동시에 충족시켜줄 수 있는 콘텐츠에 지갑이 열리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앞서 단행본을 이미 구입했던 팬들이 다시금 총집편을 구입하는 일이 흔히 발견되는 이유다.

 

꼭 드래곤볼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세일러문은 2014년 20주년 기념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원작을 충실하게 재현한 ‘세일러문 크리스탈’을 제작해 선보이기도 했다. 추억을 되새김함과 동시에 올해 국내에서는 스파오와 패션 컬래버레이션을 펼치며 품절 대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콘텐츠가 굉장히 빠르게 소비되는 시대다. 이 가운데 한 시대를 풍미했던 콘텐츠를 썩히지 않고, 시대의 흐름과 소비자의 욕구를 파악하며 30년 동안 꾸준히 독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다양한 형태로 발전시켜 왔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콘텐츠의 생산 못지않게 어떻게 활용하느냐 또한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다시 느끼게 해주는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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