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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CU 코앞에 세븐일레븐’ 다 죽자는 근접출점 계속되는 이유

공정위 제재 ‘사실상 無’…가맹점주들 피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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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주경기자 |  2018.07.19 14:14:50

▲서울 용산 푸르지오 써밋 1층에 입정한 CU 상가. (사진=SNS 캡처)


편의점 4만개 시대가 도래하고 GS25·세븐일레븐·CU 등 업계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근접출점으로 가맹점주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현행법 상 점포 간 거리를 제한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보니 결국 가맹점이 직접 해결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CNB가 편의점 근접출점에 따른 문제와 해결책은 없는지 살펴봤다. (CNB=김주경 기자)

출구전략 없는 ‘근접출점’ 논란
‘한 지붕 두 편의점’ 을의 눈물
업계 자체 상생안 결국 유명무실

# 지난해 9월부터 서울시 용산구 소재 용산푸르지오써밋 1층에 CU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가맹점주 조모씨는 지난 5월 ‘같은 건물 지하에 경쟁사 세븐일레븐이 입점한다’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접했다. 실제로 세븐일레븐은 지난 5월 25일 지하 1층에 개점해 운영해오고 있다.

지난 18일 조모씨는 CNB에 “세븐일레븐이 들어온 이후부터 수익이 줄어 생계가 곤란할 정도로 타격을 받았다”며 “경쟁사가 들어오기 전에는 알바(아르바이트) 월급과 본사 비용을 지출하면 그럭저럭 유지할 정도는 됐는데 지금은 겨우 유지하는 수준이며 최악의 경우엔 영업 취소까지 고민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국내 편의점 5개사(GS25·세븐일레븐·CU·이마트24·미니스톱)의 점포 수(3월 기준)는 4만192개로 집계됐다. 지난 2016년(12월말 기준)에 3만개를 돌파한 이후 빠른 속도로 증가하면서 1년 3개월만에 4만개 고지를 넘어선 것이다.  

편의점 점포 증가속도는 갈수록 가파르다. 2015년 기준 2만9952개였으나 2016년 3만4252개로 1년새 14.4%(4300개 추가) 증가한 데 이어, 2017년 3만9276개로 14.7%(5024개 추가) 늘었다.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서 직원이 매대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회사별 점포수는 BGF리테일의 CU가 1만2735개로 가장 많고, GS리테일이 운영하는 GS25는 1만2635개, 코리아세븐이 운영하는 세븐일레븐 9371개, 신세계그룹이 운영하는 이마트24는 2949개, 미니스톱 2502개 순이었다. 

문제는 매출규모보다 문 여는 점포 수 속도가 더 빠르다는 점이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편의점 시장규모는 현재 약 22조4000억원 정도다. 2016년 20조3000억원 대비 10.3% 증가하는 데 그쳤다.

매출타격도 상당하다. 근접출점에 시달리는 점주들은 실제로 매출감소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 따르면 상권에 따라 다르지만 관광지 인근 편의점은 월 평균 2000만원 정도의 수익을 내는 반면 수도권 소재 주택가 인근 점포는 월 평균 400~500만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인근에 신규편의점이 추가로 들어오면 기존 편의점은 매출이 평균 20~30% 가량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예가 ‘용산푸르지오 써밋’의 경우다. 이곳에 여러 편의점이 동시에 출점하면서 서로 간에 ‘제살 깎아먹기’가 되고 있다. 
 
이처럼 편의점이 포화상태에 놓이면서 ‘한 지붕 두 편의점’에 이어 ‘편의점 옆 편의점’, ‘코붙임 출점’까지 잇따르자 가맹점주들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다.

그러나 편의점이 같은 상권에 난립해도 현행법 상 점포 간 거리를 제한할 수 있는 방법은 현재로서는 없다. 

24년 전 편의점 간 근접출점을 막고자 ‘신사협정’을 체결한 바 있지만 지금은 유명무실해졌다. 1994년 당시 편의점협회 사장단회의에서 회원사들이 상권보호 차원에서 점포 반경 80m 이내 출점을 금지하는 ‘근접출점자율규약’을 맺었지만, 2000년 공정거래위원회가 ‘경쟁사 간 부당한 담합’라고 간주해 해당 협약은 파기된 바 있다.  

▲지난 1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세종시 소재 한 편의점을 방문해 가맹점주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후에도 해당이슈가 계속해서 도마 위에 올랐고 공정거래위원회는 2012년 250m 반경 내 편의점 신규출점을 제한하는 ‘모범거래기준안’을 만들었으나 이 기준안마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2014년 백지화됐다. 그렇다보니 논란만 커지고 있다.

다만 편의점 본사에서는 자체 상생규약을 통해서 동일 브랜드 내 250m 거리제한 기준은 지키고 있지만 법적인 강제성이 없다보니 이마저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공정위가 규제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공정위는 관련 법이 없어 규제에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CNB에 “현재 가맹사업법에는 편의점 근접출점을 규제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이 없다”며 “결국 법을 제정하는 방법 뿐인데, 서로 다른 브랜드 간의 출점을 제한하게 되면 자유 경쟁을 침해하거나 소비자 선택권을 훼손할 수 있어 논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자율성의 원칙’에 따라 강제 규제는 힘들다는 얘기다. 

여야 정쟁 밀려 잠자는 개정안 

다만, 법제화 목소리가 커지다보니 지난해 8월 1㎞ 범위 내 편의점 신규 출점을 제한하는 법안(자유한국당·조경태 의원)이 발의됐지만 아직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같은 브랜드의 근접 출점금지는 현행법에서 규제하고 있지만, 이를 모든 편의점 브랜드에 적용하는 것은 시장 자율경쟁과 재산권 침해 등 위헌소지가 일 수 있다”며 “법제화한다 해도 신중한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정부가 쉽게 나설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보니, 업계 차원에서 스스로 상생안을 마련할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편의점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동종업계 간 근접출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연남사거리 일대에도 도로를 마주보고 CU와 GS편의점이 들어서있다. (사진=네이버지도 로드뷰 캡처)


편의점 본사들은 ‘근접출점’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는 있지만 실제 제재 움직임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위기다. 

앞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지난 3월 이마트24와 노브랜드 근접출점 논란에 대해 “뼈아픈 실책이며 동종 업계간 출점은 자제하도록 하겠다“며 문제해결을 약속한 바 있다. 

GS25도 지난해 자체 상생규약으로 근접출점을 자제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서울시내 한 편의점 관계자는 CNB에 “어느 특정 업체만 출점을 자제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며 “상생 차원에서 업계가 공통된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4월 사단법인 형태로 만들어진 편의점 가맹점주 단체인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와 편의점업체로 구성된 한국편의점산업협회는 현재 함께 근접출점 문제와 관련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계상혁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 회장은 “거리에 일정 제한을 두면 다른 편의점을 열려는 점주의 사유 재산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가 될 수 있어 문제가 복잡하다”며 “사유 재산권 행사를 하지 못하는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게 하면서 각 사 편의점 간에 거리 제한을 둘 수 있는 상생방안을 찾고 있다.

공정위에도 자문을 구해 법적인 테두리 내에서 가맹점주의 생존권을 보장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CNB=김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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