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최저임금인상안이 발표된 이후 충남 한 편의점에는 ‘알바문의 사절’이라는 글귀가 붙어있다. (사진=연합뉴스)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14일 2018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10.9% 오른 8350원으로 결정했다.
이번 결정은 노사 위원들이 초안을 제시하고 최저임금 차등안이 부결되자마자 사용자위원이 모든 회의에 불참하면서 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류장수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은 논의가 전면 생략된 채 최저임금이 결정된 것은 제도 도입 31년 만에 사상초유의 일이라며 무거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 결정은 국내 경제활동에 어떤 형태로든 파장이 크게 다가올 것임은 분명하다. 노사관계도 양극으로 치닫을 가능성이 높다.
극렬한 반대 목소리를 낸 것은 최저임금에 가장 민감한 소상공인연합회와 전국편의점연합회다. 이들은 먹고사는 문제가 달린 생계형 자영업자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은 최저임금 인상이 의결되자마자 정부에 전면전을 선포했다.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는 월 1회 공동휴업·심야할증·카드결제 모라토리엄(지불불이행) 등을 선언한 데 이어 71개 업종과 직능별 단체를 회원사로 둔 소상공인연합회는 오는 24일 총회를 개최해 최저임금 불복종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사용자단체와 최저임금위 사용자위원들은 “어려운 경제 여건과 고용부진이 지속되는 현실에도 위원회가 고율 인상을 결정했다”며 “영세상인과 중소기업을 존폐로 내몰았다”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각계 곳곳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번 최저임금 인상의 문제는 바로 ‘방법론’과 ‘속도조절’에 기인한다.
문재인 정부 출범이후 최저임금 인상폭은 이전 정부와 비교했을 때 가파르게 상승한 것은 사실이다. 2016년 6470원 대비 2년 사이 8350원으로 올라 인상률은 2년 새 29%에 달한다. 인상금액은 자그마치 1880원이다.
편의점과 소상공인들은 해마다 근접출점·임대료 인상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최저임금 문제 역시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지금까지 근근히 버텨왔다. 1년이 지난 지금 또다시 10.9%라는 인상은 그들을 화나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경기가 좋아서 장사가 잘되면 무슨 걱정이 있으려나.. 문제는 작금의 현실에서 ‘경기가 최악’이라는 점이다. 물가는 점점 오르는데다가 손님은 점점 줄고 그렇다고 가격을 인상하지 않을 수는 없고 소상공인과 경영주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 속에서 근로자의 근로환경이 담보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걱정이다. 겨우 겨우 일해서 자리 잡았는데 얼마 오르지 않은 최저임금으로 사장님과 사이가 험악해질까 무섭다”라고 토로했다.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도 “이참에 직원들 다 내보내버리고 혼자 장사하겠다”는 목소리도 심심치않게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경제활력을 기대할 수 있을까?
이런 극단적 상황을 예상하고 나온 대안이 ‘최저임금 차등화 적용’이었다. 5인 미만 영세업종에 대해서는 최저임금 차등화 방안을 적용해달라는 것. 그러나 이마저도 공익위원들의 전원 반대로 부결됐다.
정부는 지원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의지를 나타냈지만 소상공인들의 마음을 달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번 최저임금 사태를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으려다가 ‘뒤집혀진 운동장’에 직면했다는 어느 글귀가 눈에 띈다. 그야말로 빈대 잡으려다가 초가삼간 다 태운 형국인 셈이다.
정부는 더 이상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서 소득주도 성장을 견인하겠다는 입장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땜질식 정책 보완보다는 현실을 직시한 정책을 보여줄 때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올라와있는 “저는 최저임금 못 지킵니다”, “정부는 제발 돈 없는 사람끼리 싸우게 하지 말아달라”는 자영업자의 절규를 상기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