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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대형마트 의무휴업에 고객들 ‘너무 불편해’…누구를 위한 규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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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주경기자 |  2018.07.09 17:26:57

▲지난 5월에 방문한 스타필드 고양점(위)와 서울 소공동 소재 롯데백화점 본사. (사진=CNB포토뱅크)


“1달에 2번 문닫는다고 해서 시장 상권이 살아나겠습니까? 특히 대형마트 주변에 시장이 있는 곳도 있지만 없는 곳도 많습니다. 아이 기저귀가 떨어져 급하게 사러가야 되는데 슈퍼에는 없고 반경 3km 대형마트는 문 닫았고 어떻하라구요? 소상공인 보호하자고 고객들에게 불편을 주어서는 안되죠.” 

얼마 전 SNS 인스타그램 서울 강서구에 사는 15개월짜리 아이를 둔 30대 엄마의 항의글이 올라왔다. 대형마트·백화점 등 유통업계 지나친 규제에 대한 일침이었다. 이 글을 보고 많은 생각이 스쳤다. ‘규제강화와 규제완화’를 놓고 ‘어떤 것이 옳고, 어떤 것이 틀리다’라고 쉽게 판단할 수 없음을 보여준 가운데 실생활에 불편함을 초래한다면 과연 그 정책이 맞다고 볼 수 있을까였다.

유통업계 규제가 바로 그 중심에 서 있다. 위에 올라온 글은 지극히 단편적이다. 실제로는 대형마트 의무휴무에 많은 고객들이 의문을 표하고 있다. 사실 상당수 고객들이 급하게 필요한 생필품을 제외하고는 대형마트에 장을 보러가는 경우가 많다. 품목 자체가 워낙 다양한데다가 브랜드와 성능을 따져 물건을 선택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서다.

하지만, 시장이나 슈퍼에서는 품목 자체도 많지 않고 종류도 다양하지 않은데다가 구입가격 자체도 대형마트보다 비싼 편이다. 전통시장도 마찬가지다. 1인 가구 수가 늘어나고 소단위 가족이 많아지다보니 대량으로 물건을 구입하지 않는다. 그리고 고객들도 좀 더 깨끗하고 손질이 잘된 물건에 대한 구입을 선호하다보니 명절이나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마트·롯데마트로 발걸음이 자연스레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이런 움직임은 소비자들의 소비패턴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전통시장 소비는 매년 줄어들고 있다. 국내 카드사 중 회원(약 1200만 명) 수가 가장 많은 신한카드 빅데이터에 따르면 전통시장 소비액은 2013년 18.1%에 육박했으나 2016년 3.3% 감소했다. 뿐만 아니라 유통업계 소비 금액도 전년 대비 6.4% 줄었다. 반면, 아마존·이베이·알리바바와 같은 해외직구소비는 늘어났다. 실제로는 전통상권 보호효과는 전혀 통하지 않았다.

이는 ‘의무휴업을 통해 전통상권을 보호한다’는 명분을 무색케 한다. 의무휴업 규제가 되려 고객·유통업계·소상공인 모두를 눈살 찌푸리게 만들었다. 그야말로 ‘반갑지 않은 손님’이 되어버렸다. 결과적으로는 모두가 힘든 길을 걷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포기하지 않을 태세다. 이미 규제대상인 대형마트도 모자라 복합쇼핑몰에 대한 규제도 예고한 상태다. 이것도 모자라 백화점마저 쉬게 만들겠다는 심산이다.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의 중심축인 홍익표 의원 측은 지난 4월, 주요 백화점 대관 담당 실무자들을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의원실로 불렀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백화점 월 2회 휴무 방안을 마련해 줄 것을 요청했다는 것. 월 1회 월요일 휴무에 더해서 평일 중 하루 더 휴무일을 지정해 달라는 것이 골자다.

이쯤 되면 규제가 아니라 모두 죽자는 것과 다름없다. 

홍의원 측은 백화점 매장 직원들의 ‘워라밸’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이는 업계 현실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백화점은 몇 년 전부터 저성장의 늪에 빠진 데다가 급성장하는 온라인시장의 여파로 최악의 매출에 허덕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추가 휴무까지 적용되면 그나마 연명하던 매출에 다른 타격이 가해질 게 불 보듯 뻔하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휴업은 단순히 백화점 직원의 문제만은 아니라며 매장 입점 직원들의 생계가 달린 민감한 문제다”라고 설명하면서, “나랏일 하는 사람들은 1달에 1번 더 휴업하는 게 뭐 그리 큰 대수냐고 얘기하지만, 입점브랜드 입장에서는 하루 더 쉬게 되면 매출·임대료는 그대로 빠지기 때문에 결국 고용인력을 줄일 수밖에 없는 위험한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임에도 정부는 유통업계 목줄을 죄려고만 하고 있으니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그저 답답할 뿐이다. 기업 목줄죄기가 능사는 아니다. 대기업 배불리기가 그토록 못마땅하다면 ‘상생의무화’라는 카드도 있지 않은가?

차라리 이 방법도 있다. 안하느니만 못한 의무휴업으로 ‘소비자·기업·소상공인’ 모두 공분케 하는 것보다는 모두 웃게 만드는 ‘상생제도’를 기업에서 의무적으로 도입해 시행하도록 법적으로 명문화 하는 것이다.

가령 이런 것이 될 수도 있겠다. 지난달 28일 문을 열어 성업 중인 ‘삐에로쑈핑’에 일정비율 이상 소상공인 업체가 만든 물품을 입고해 판매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이마트는 삐에로쑈핑을 내놓으면서 유통업계는 유행에 민감한 업종인만큼 고객이 원하고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를 반영해 품질·가격만 받쳐준다면 동대문에서 패션상품을 사들여 판매할 의향도 있다고 공언한 바 있다.

최근에 많이 생기고 있는 ‘PB마트’ 에서도 상생차원에서 이런 방법을 고려해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아니면 정부에서 대형마트 의무휴일을 적용하는 대신 영업은 하게 해주되 대형마트 인근 시장 상인들에게 1달에 2번 마트 안에 들어와서 전통시장 음식이나 질 좋은 물품을 선별해 좋은 가격에 제공해 팔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방법도 있다. 신세계·롯데 입장에서는 굳이 묻을 닫지 않아도 되고 전통시장 상인들 입장에서는 이익은 좀 덜 남더라도 조금이나마 장사해서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셈이다.

정부에 고한다. 시대흐름이 원하는 규제가 과연 무엇인지 다시 한 번 면밀히 들여다보길 바란다. 정부가 그토록 부르짖던 ‘혁신·경제민주화’가 과연 이것인지 되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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