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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칼 뽑은 금융위…은행들 이자장사 제동 걸리나

쫓고 쫓기는 ‘쩐의 전쟁’ 종착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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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8.06.05 11:53:17

▲4대 시중은행 로고

시중은행들이 크게 벌어진 예금과 대출 간의 금리차이로 사상최대 실적을 내고 있는데 대해 금융당국이 제재에 나서면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예대율 규제를 강화해 가계대출은 줄이면서 예금금리는 높이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예대마진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은행들과 이를 막으려는 금융당국 간의 ‘쩐의 전쟁’을 들여다봤다. (CNB=도기천 기자) 

금융위 사상최고 가계대출에 ‘제동’
여신-수신 비율 강화에 은행 ‘긴장’
특판 앞세웠지만 금리정상화는 의문
 
금융위원회는 최근 은행 예대율 산정 시 가계부채의 가중치를 늘리는 규제안을 2020년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는 가계부문으로의 과도한 자금 쏠림을 막기 위해서다. 

예대율은 은행의 예금잔액 대비 대출금잔액 비율을 말한다. 현재 금융당국은 은행의 예대율을 100% 이내로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2020년부터는 가계대출 가중치를 15% 높이고 기업대출 가중치는 15% 낮춰 예대율을 산정한다. 이렇게 되면 가계대출을 많이 시행한 은행은 그만큼 ‘예대율 100% 이하’ 기준을 맞추기가 힘들어진다. 이전보다 가계대출 비중을 줄이거나 예금을 더 늘려야 한다.

금융당국의 이런 조치는 은행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이번 처방의 표면적인 이유는 사상 최대 수준으로 증가한 가계부채를 잡겠다는 것이지만, 이로 인해 예금금리의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 결과적으로 실적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4대 시중은행의 이자이익 현황, 출처=은행별 실적자료 (단위: 십억원, %)


최근 몇 년간 은행들은 예대마진(예금-대출간 발생이익)으로 상당한 수익을 올려 왔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9일 발표한 ‘4월 중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를 보면 시중은행의 총수신금리는 연 1.26%, 총대출금리는 연 3.61%였다. 대출금리에서 수신금리를 뺀 예대금리차는 2.35%였다. 이는 2014년 11월(2.36%) 이래 최대 수준이다. 예대금리차는 한은이 금리를 올린 작년 11월 2.27%에서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1분기(1~3월) 국내은행의 이자이익은 9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8조8000억원) 보다 9000억원(9.9%)이 증가했다. 현재도 꾸준히 예대마진 차가 벌어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호실적 행진을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인상 흐름도 호재다. 지난 3월 미국 정책금리 상단이 1.75%가 되면서 한국은행 기준금리인 1.5%를 넘어서 한·미 간 금리는 이미 역전된 상태다. 미 연준은 올해 내에 2~3차례 금리를 더 올릴 예정이다. 

따라서 외국자본의 ‘머니 무브’(고금리를 찾아 한국을 떠나는 현상)를 막기 위해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금리가 인상되면 예대마진은 더 확대될 수 있다.

▲한 은행의 주택자금대출 창구. (사진=연합뉴스)


“대출장사 축소 못해” 특판으로 모면
 
정부가 예대율 규제 카드를 내민 것은 이처럼 왜곡된 금융시장을 손보기 위해서다. 예대금리 차가 갈수록 벌어지면서 시중에는 “예금이자는 그대로인데 대출이자만 오르고 있다”는 소비자 불만이 팽배한 상황이다.  

앞으로 강화된 예대율 비율을 맞추려면 은행들은 대출을 줄이든가 예금을 늘리든가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은행 입장에서는 ‘대출 장사’를 축소할 수 없는 만큼, 예금 확대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예금 유치를 위한 유인수단으로 ‘특판’ 상품이 다시 등장하고 있다. 

특판은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계속 내려가기 시작한 2008년 이후 사실상 자취를 감춘 상태다. 가뭄에 콩 나듯 나오긴 했지만 한도액이 낮고 카드실적 등을 연계하는 등 옵션을 걸어 ‘말로만 특판’이라는 눈총을 받아왔다. 

하지만 최근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예대율 비율을 맞추기 위해 여러 은행들이 동시에 고금리 상품을 내놓으면서 전체적인 수신금리를 끌어올리는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10년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한 지난해 11월 이후에도 꿈쩍 않던 예금금리가 규제 실시를 앞두고 꿈틀대고 있는 것이다.  

실례로 KB국민은행은 지난달 초 최고 연3.3%의 금리를 제공하는 직장인 우대적금을 출시해 예금 확대에 나섰다. 

신한은행은 지난 3월 최고 연2.3%를 주는 ‘신한KBO리그 정기예금’을 출시해 1조원 판매한도를 소진했으며, 1조원 규모를 추가로 판매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18개 종류의 적금과 11개 정기예금의 예금금리를 0.1~0.3%포인트 인상했다. 

KEB하나은행도 연2.2% 금리를 제공하는 1년제 정기예금을 출시했으며, NH농협은행은 올원뱅크를 통해 연2.4% 금리 수준의 특별예금을 출시했다.

▲(자료=한국은행)


‘1회용 이벤트’로 끝날 수도

하지만 이런 현상들이 얼마나 지속될 지는 미지수다. 

당장은 예대율을 맞추기 위해 예금금리를 올리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특판’이라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는 일정기간만 고금리 상품을 판매해서 예대율을 맞춘 뒤 판매를 중단하겠다는 속내로 읽힌다.  

실제로 이달 들어서는 은행들의 특판예금이 눈에 띄지 않고 있다. 어느 정도 목표가 달성됐기 때문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들이 올해 4월까지 특판을 통해 끌어 모은 예수금은 30조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 한해 동안의 예수금 증가액과 맞먹는 규모다.  

더구나 새로운 예대율 규제는 2020년부터 실시된다. 은행들 입장에서는 예대율 조절에 필요한 충분한 시간을 확보한 셈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고금리 특판이 정기예금 금리에 영향을 주는 것은 분명하지만 한시적인 상품이라 전체 수신금리 인상 효과로 이어질지는 단정할 수 없다. 향후 다시 예대금리 격차가 커질 가능성도 있다”며 “예대율 규제와 함께 은행들이 자율적으로 정하는 가산금리의 기준을 명확하게 정해야 정책효과를 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산금리는 은행들이 목표이익률, 영업비용 등을 고려해 스스로 정하는 금리를 이른다. 금융당국이 예대율과 함께 들여다보고 있는 부분이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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