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기업 ‘다이소’와 ‘이케아’ 매장에는 1년 365일 고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유통기업들은 공생을 위한 고민보다는 곳간 채우기에 더 혈안이 되어 있어요. 앞으로 대기업들의 교묘한 점포 변형 꼼수는 계속될 것이고요. 이들의 꼼수가 계속될수록 우리의 흔들기는 계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외국계 점포는 왜 안 건드리냐고요? 다이소나 이케아는 국내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잖아요. 동시다발적으로 규제를 하면 우리야 좋죠. 그러나 대기업들은 오랫동안 장사를 했고 외국계는 이제 막 기지개를 펴는 상황에서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두 대화는 기자가 ‘이케아 규제’와 관련해 유통산업발전법을 취재하면서 정부부처와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보좌진으로부터 직접 들었던 내용이다. 위 내용을 어떻게 해석할지는 독자들의 판단에 맡긴다. 다만, 취재과정에서 든 한 가지 생각이 있다. 너무 ‘편파적’이라는 것.
유통업계가 반짝이는 희소식을 가져다 준지 오래다. ‘힘들다’, ‘지갑이 안 열린다’는 암울한 얘기만 들린다. 경기침체와 맞물려 이뤄진 정부의 국내 유통기업 옥죄기는 상권 활성화에 도움 되기는 커녕 외국계 전문점 선호·해외직구·온라인 쇼핑을 통한 구매 등 다른 유통채널로 눈을 돌리게 만들었다. 유통업계는 일부업계를 제외하고선 하루가 다르게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이처럼 유통업계가 유독 정부로부터 철퇴를 맞는 이유는 왜일까? 문재인 정부 이전 보수성향의 이명박·박근혜 두 정부는 기업 규제 해소를 약속하며 집권했지만 실상은 달랐다. 아이러니하게도 유통산업은 ‘골목상권 보호’를 명분으로 ‘전통상권 보호를 위한 대규모점포 신설 규제’,‘대형마트 의무휴업’, 잇딴 ‘규제’로 점철된 정책이 연속이었다.
규제 효과는 어땠을까? 일시적으로 중소상공인에 대한 반사이익이 일시적으로 늘어나긴 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대형 유통업체 수익을 잠깐 나눠갖기 했던 제로섬게임에 불과했다. 장기적으로는 마이너스 효과를 가져왔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통분야 흔들기는 문재인 정부 이후 더 심해졌다. 이제는 3000㎡ 이상 복합쇼핑몰까지 규제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아직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아 시행 전이지만 조만간 규제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바로 외국계 기업 다이소·이케아는 전문점이라는 이유로 빠져있다.
소속 상임위 의원실 입법보좌진에 ‘성급할 것 뭐 있냐, 전체 타당성 조사를 끝낸 이후 (일정규모의 복합쇼핑몰과 전문점을) 일률적으로 적용해도 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아니다. 새정부 출범 당시 복합쇼핑몰 규제를 공약으로 내걸었기에 책임지고 추진할 수밖에 없다. 그이후 규제 범위를 넓혀가면 된다”는 말이 되돌아왔다.
단편적으로 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동시다발적으로 때리기가 이뤄진다면 형평성에 어긋나 후발 진출기업들의 불만은 생기게 된다. 하지만 문제는 불만을 제기하는 집단이 외국기업이라는 점이다. 국내에는 유니클로·다이소·이케아 등 외국계 기업을 심상치 않게 볼 수 있다.
국내·해외 막론 시장과 자본의 힘은 어쩔 수 없다지만 마구잡이로 뻗어가는 외국자본의 문어발 확장을 그저 넋 놓고 봐서야 하겠는가.
매년 이뤄지는 출점도 해마다 무서울만큼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다이소나 유니클로만 해도 1년에 몇 개 수준이 아니라 수십개에 이른다. 정부가 유통기업에 내려치는 각종규제에도 불구하고 이들 기업들은 3000㎡ 면적과 전문점이라는 업태를 명분삼아 또 대형 유통업체를 끌어들여 신기하리만큼 잘 빠져나간다. 이들은 버젓이 1년 365일 영업하고 있다.
이케아도 마찬가지다. 아직은 2곳(광명점·고양점)에 불과하지만 그동안 언론에 밝힌 계획대로라면 5년 안에 유니클로 수준의 매장이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
지역사례를 들면 ‘하남’이 대표적이다. 하남시의원에 출마한 모 후보자에 따르면 신세계 스타필드 하남이 들어선 이후 기존에 형성되어 있던 덕풍·신장시장을 중심으로 전통시장 상권이 반 토막났다고 한다. 스타필드 개장 초기에 비하면 사정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시장상인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스타필드 하남과 불과 3km 지점에 외국계 코스트코 하남이 들어선다는 점이다. 2019년 코스트고가 문을 열게 되면 전통시장 상권은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몇십 년동안 밥줄이었던 시장상인들은 당장 코스트코가 개장하면 또 어떻게 상황이 변할지 두려움을 느껴 하루빨리 대책을 마련하라고 아우성이다.
이처럼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중소상공인이 짊어져야 한다. 퇴출은 시간문제다. 정부로선 소상공인 보호명분이 사라지게 되고 대기업 입장에서는 이익은 물론 시장은 시장대로 빼앗기게 된다. 오죽하면 상인들이 대기업보다 외국기업이 더 무섭다는 말을 하겠는가.
중소상공인의 하소연이 계속되고 언론에서도 높은 강도의 비난이 계속되자 공정거래위·산업자원통상부·중소벤처기업부는 부랴부랴 전문점 용역을 실시해 결과에 따라 규제책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상태지만 실상은 아직 용역착수조차 못하고 있다.
이 정도면 묻고 싶다. 무서워서 안하는가? 의지가 없는 것인가?
더불어 공생도 중요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기업으로 하여금 숨통을 틔여줘서 침체된 경기의 늪에서 빠져나오는 것이 더 시급하다. 정부가 외국계 기업보다는 대기업에 더 힘을 실어줘서 지갑을 열도록 만드는 것이 더 현명하다. 그리고 대기업들은 소상공인과 머리를 맞대고 함께 상생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서로 윈윈하는 좋은 방향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