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방문한 이케아 고양점은 판매하는 홈퍼니싱 가구·제품만 80여종에 달했다. 홈퍼니싱 가구 내 거실·수납코너를 둘러보고 있는 고객들의 모습. (사진=김주경 기자)
대형복합쇼핑몰에 의무휴업을 담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인 가운데, 법 적용을 받지 않는 이케아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이들이 골목상권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 중이다. 이에 CNB는 2회에 걸쳐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상(上)편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의 향배를 살핀데 이어, 하(下)편은 현장취재를 통해 스타필드 고양과 이케아 고양의 점포 운영방식과 판매물품을 비교해봤다. (CNB=김주경 기자)
패스트푸드, 음식점, 생활용품…가구전문점 맞나?
국회에서 대형복합쇼핑몰 규제를 놓고 개정안이 논의 중인 가운데 이케아·다이소 등 특정분야 전문점들도 규제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런 목소리가 나오게 된 이유는 이케아와 쇼핑몰의 판매 분야가 중첩되는데다가, 이케아 매장마다 다른 형태의 쇼핑몰이 입점해 있다는 점이 의구심을 자아내기 때문이다.
이에 CNB는 이케아 고양점과 스타필드 고양점을 지난달 29일 다녀왔다. 두 곳의 판매품목과 운영방식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살펴보기 위함이다.
이케아 고양점에 먼저 가봤다. 이곳을 보니 유통업계에서 왜 불만을 제기하는지 바로 느낄 수 있었다. 안드레 슈미트칼 이케아코리아 대표가 밝힌 대형복합쇼핑몰과 업태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구분 지어야 한다는 발언과 이케아 실제 운영방식과는 상당히 차이가 있었다.
경기 고양시 덕양구 소재의 이케아 고양점은 부지면적 총 5만2000㎡ 규모의 6층(지하4층, 지상2층) 매장이다. 이 건물은 이케아 고유의 특징이 묻어난 파란색으로 지어져 가구전문점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이케아고양점(좌)와 인근 스타필드 고양(우)의 매장 안내도. (사진=김주경 기자)
지하 매장 정문에 들어서니 롯데아울렛이 보였다. 실제로 이케아 고양점은 지하 1~2층(지하 1층: 식당가·아동·리빙·롯데계열사 하이마트, 지하 2층: 스포츠·아웃도어·패션·패션잡화), 지상 1~2층은 이케아 매장(1층: 홈퍼니싱 소품·스웨덴 푸드마켓·어린이 놀이공간, 2층:각종 가구·쇼룸·이케아 식당)으로 분리되어 있다. 사실상 유사복합몰의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것.
다만 이케아는 가구·생활용품·생활소품(커튼·홈카페트·이불) 등 홈퍼니싱 관련 제품은 팔 수 있지만 다른 분야는 판매가 제한적이다보니 쇼핑규모를 넓혀 시너지 효과를 내고자 2014년 ‘롯데아울렛’이 임대 형태로 들어왔다. 이 곳에는 각종 의류를 비롯해 롯데 하이마트가 입점해 가전제품까지 판매하고 있다.
▲지상 1층 이케아 홈퍼니싱 액세서리 코너(위)에는 각종 그릇·식기 등 생활소품이 총망라되어 있다. 하지만 지하2층 롯데 아울렛 매장 지하1층에 마련된 키친갤러이에 비슷한 종류의 그릇들이 진열되어 있다. (사진=김주경 기자)
이케아 고양점을 둘러본 결과 일부 영역에서는 이케아와 롯데아울렛 간 유사품목이 중복 판매되고 있었다. 가령, 이케아 매장 2층에 홈퍼니싱 소품 코너에 그릇, 후라이팬, 완구 등 각종 생활용품·주방용품 등 제품들이 있음에도 롯데아울렛 지하1층에 코렐·네오플램 등 주요브랜드를 비롯해 키친 갤러리 코너를 별도로 만들어 주방용품·식기류·생활소품 등을 똑같이 판매하고 있다.
푸드코트 운영도 비슷하다. 롯데아울렛 지하 2층 일부구역에 15개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지만 지상 2층에도 이케아 자체식당을 별도로 만들어 20개에 달하는 메뉴를 팔고 있다.
이처럼 이케아 매장에 홈퍼니싱 가구 전반은 물론이고 가전·의류·식당운영까지 전분야에 걸쳐 운영하다 보니 이곳도 복합쇼핑몰에 포함시켜 규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이케아 운영시간은 연중무휴다. 이와 달리 백화점(신세계·롯데), 대형마트(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SSM(GS·홈플러스) 등은 월 2회 이미 쉬고 있다. 최근 국회에서 논의중인 유통산업발전법이 통과돼 대형복합쇼핑몰(스타필드·롯데복합쇼핑몰) 규제가 이뤄지게 되면 월 2회(지역별로 차이는 있음) 휴업해야 한다.
그러나 개정안대로라면 이케아는 대규모점포(백화점·할인점·전문점·쇼핑센터·복합쇼핑몰)가 아닌 가구전문점으로 등록돼 법 규제를 피하게 된다. 업계관계자는 CNB에 “정부의 유통규제가 점점 심해지다보니 백화점·마트보다 전문점이나 쇼핑센터 등록을 더 선호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스타필드 고양점에 입점해있는 스포츠 아웃도어 매장들. (사진=김주경 기자)
한 동네 스타필드는 규제대상
이처럼 이케아는 유통산업법 개정안이 원안대로 통과될 경우 규제를 피하게 된다. 하지만 다른 대형쇼핑몰은 규제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실제로 기자가 이케아 고양점에서 4.5km 떨어져 있는 지하 2층~지상 4층 규모 스타필드 고양점을 방문해보니 연면적 36만 5000㎡, 11만 400평으로 면적 자체는 훨씬 컸다. 하지만 지하2층~2층 아웃도어·의류·패션잡화·가구·생활용품 등 매장구성·규모·품목 면에 있어서 이케아 고양점과 거의 유사했다.
다만, 이케아 고양점은 중·저가의 자체 PB상품이 주를 이루는 반면, 스타필드 고양점은 해외브랜드와 중·고가 브랜드 매장이 다수 입점해있고 매장별 운영평수도 큰 편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스타필드 고양은 면적·업태 특성상 대형유통업에 포함된다는 이유로 자사매장(이마트 트레이더스, PB마트 등)은 물론 그 안에 입점한 수백개 매장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쉴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유통산업발전법 시행령에 나와 있는 대규모 점포 기준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현재 시행령에는 복합쇼핑몰은 쇼핑,오락 및 업무기능 등이 한 곳에 있고, 문화 관광시설 역할을 하며, 1개의 업체의 관리단이 관리, 개발 및 운영을 하는 점포집단을 지칭하며, 쇼핑센터는 다수의 대규모점포 또는 소매점포와 각종 편의시설이 일체적으로 설치된 점포로 직영 또는 임대의 형태로 운영되는 점포집단을 일컫는다.
하지만 복합쇼핑몰·쇼핑센터·전문점 의미가 워낙 모호한데다가 임대·임차 문제 등 보는 시각에 따라 해석자체가 달라질 수 있어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 업계 전반의 의견이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통과돼 시행되기까지는 상당한 잡음이 예상된다. 여기에다가 이케아가 향후 6곳을 추가로 개설할 것으로 알려지는 등 한국시장 공략속도가 상당히 빨라 개정안 보완이 시급한 실정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CNB에 “이케아가 유통업계에 미치는 파장이 생각보다 큰 데다가 운영방식이 굉장히 교묘해 제도 정비가 절실하다”며 “단순히 많은 품목을 파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매장 내 복합 운영이 더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쇼핑몰 규제가 어느 정도까지 이뤄질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최종적으로 이케아가 규제에서 제외되면 기존 유통기업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이윤을 추구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이케아와 손잡고 법망을 피하려는 시도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케아 관계자는 CNB에 “이케아 진출은 복합쇼핑몰 규제가 이뤄지기 훨씬 전부터 예정되어 있었다”며, “우리가 유사쇼핑몰 형태로 운영하는 것은 억측에 불과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이케아는 고객이 요구하는 서비스 수요에 맞춰 매장을 구성한 것이고 정부 정책에 따라 매장을 운영하는 것을 우선시한다”고 설명했다.
(CNB=김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