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도내동 '이케아 고양점' 매장 앞에서 방문객들이 줄지어 서있다. (사진=연합뉴스)
대형복합쇼핑몰에도 의무휴업을 적용하는 내용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인 가운데, 법 적용을 받지 않는 이케아·다이소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이들이 골목상권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 중이다. 이에 CNB는 2회에 걸쳐 이 문제를 집중 조명하고자 한다. 이번 편에서는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개정안의 향배에 대해 들여다봤다. (CNB=김주경 기자)
‘가구전문점’은 유통업이 아니다?
대형복합쇼핑몰 ‘의무휴업’ 초읽기
이케아 포함 여부 놓고 용역 착수
문재인 정부는 출범 당시 ‘대형복합쇼핑몰도 규제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에서는 복합쇼핑몰이 의무휴업 규제 대상이 아니다. 대형마트·기업형 슈퍼마켓(SSM)은 2012년 6월부터 ‘대형마트 의무휴업제’가 시행되면서 월2회 의무적으로 쉬고 있지만, 복합쇼핑몰은 이 규제를 받지 않고 있다.
이런 점에서 정부가 규제 폭을 넓히려 하고 있는 것이다. 복합쇼핑몰이란 쇼핑·오락·업무 기능을 하나로 묶은 연면적 3000㎡ 이상 대규모 점포를 말한다. 대표적인 것이 롯데몰(롯데쇼핑)과 스타필드(신세계)다.
이에 국회는 대형복합쇼핑몰에 대해서도 월 2회 의무 휴업, 영업시간 축소 등 대형 마트에 준하는 규제를 적용하는 법안을 내놨다.
홍익표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 9월 대기업(자산총액 10조 이상의 순환출자제한집단) 계열의 복합쇼핑몰을 월2회 의무휴업 대상으로 지정, 상업보호구역을 전통시장에서 상점가 등으로 확대하고 상업진흥구역을 신설한 ‘유통산업법 재개정안’을 지난 9월 대표 발의했다.
지난 1월에는 지자체장이 직접 영업제한을 지정할 수 있도록 권한을 강화한 개정안을 추가로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정치권에서는 유통법 개정안이 늦어도 연내 국회를 통과해 내년부터 시행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8월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고양’ 개장식에 참석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한샘 매장은 규제…이케아는?
그러나 정작 이케아·다이소 등 국내 유통업계를 위협하는 전문점에 대한 규제는 빠져 있어 업계에서는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지난해 7월 스타필드 고양점 개장식에서 “이케아도 쉬어야 한다”면서 “정부정책에 따라 기업을 운영해야 하지만 이케아가 제외된 것은 못내 아쉽다”며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CNB에 “만약 복합쇼핑몰 의무휴업일이 적용되면 고양 스타필드와 그 안에 있는 모든 매장이 다 쉬게 된다”며 “특히 그 중에서도 이케아와 똑같은 가구점인 한샘 매장은 쉬는데 이케아는 영업을 할 수 있게 돼 형평이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가구 외 2만여 점의 생활용품을 판매하고 있는 이케아 고양점 내부 전경. (사진=CNB포토뱅크)
이들이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는 이케아가 국내 유통시장을 조금씩 잠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케아는 2014년 한국에 첫 상륙한 이후 국내 연간매출(2016년 9월~2017년 8월 기준)이 3650억원에 달한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8% 증가한 수치다. 안드레 슈미트칼 이케아코리아 대표는 지난해 10월 기자간담회에서 2020년까지 6개 매장을 열고, 1년 안에 온라인몰을 내놓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혔다. 6개 매장은 경기 광명, 경기 고양, 서울 강동, 용인 기흥, 부산 기장, 충남 계룡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하지만 이케아가 골목상권에 끼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홍익표 의원실 관계자는 CNB에 “일정규모 이상 모든 전문점을 일괄 규제하면 좋겠지만 법에서 규정하는 업태가 정해져 있다 보니 동시에 적용하기 어렵다”며 “더구나 스타필드는 가전·의류 등 판매품목이 수천가지라 수많은 소상공인이 피해를 보지만 이케아는 가구·생활용품으로 제한적이기에 타격받는 소상공인이 상대적으로 적다. 이케아를 국내 대형유통업 수준으로 제재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케아가 이처럼 법망을 피하게 된 것은 ‘법 사각지대’에 놓였기 때문이다.
현행 대규모유통업법에 따르면 소매업 매출액이 연간 1000억원 이상 또는 점포 규모가 3000㎡ 이상이거나 업태가 대형유통업 소매업에 해당될 경우 관련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케아는 면적규모(광명점: 57,100㎡, 고양점: 52,199㎡)나 연간 매출규모(2014년 이후 3년 간 매년 3천억 돌파)만 놓고 본다면 규제대상이 맞지만 업태가 ‘가구전문점’이다보니 비껴난 상태다.
외국계기업들 끝없는 ‘문어발 확장’
그동안 이케아 매장은 가구는 물론 각종 생활용품, 먹거리까지 판매하고 있어 사실상 유통기업에 가깝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은 지난해 9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이케아를 대규모 유통업법에 포함시켜야 하냐는 질문에 “그래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지난 10일 언론 인터뷰에서 “대형마트 휴업이 소상공인 보호 효과에 대한 여러 논란이 제기되지만, 지금까지는 효과가 있다”며 “용역조사를 실시해 전문점(이케아) 등으로 규제를 넓히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유통업체가 주변상권에 미치는 영향 및 규제 적정성 연구’ 용역 입찰 진행 결과. (사진=조달청 공고 캡처)
실제로 준정부기관인 소상공인진흥공단은 지난달부터 이에 관한 용역에 착수했다. CNB 취재 결과, 지난 4월 25일~5월 9일까지 진행된 용역 연구입찰 접수 결과 중소기업연구원이 단독 입찰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기관은 지난해 ‘복합쇼핑몰이 골목상권에 미치는 영향’ 연구보고서를 내놓은 바 있다. 통상 용역결과가 나오기까지 5~6개월 걸린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늦어도 11월 안에는 답안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CNB에 “소상공인들 사이에서는 대형마트나 스타필드보다 이케아·다이소의 문어발식 확장이 더 두렵다는 얘기가 나돌 정도”라면서 “전문점이 지나치게 영역을 침범하는 것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CNB=김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