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가 설을 혼자서 보내는 ‘혼설족’ 잡기에 나섰다. 이번 명절 연휴는 작년 추석에 비해 짧아 귀향을 포기한 채 ‘혼자’ 설을 보내는 이들이 늘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마케팅 경쟁이 치열하다. CNB가 이번 설의 풍속도를 들여다봤다. (CNB=김주경 기자)
유통대기업들 앞다퉈 1인 트렌드 출시
‘금수저 혼설족’ 백화점·호텔음식 즐겨
가난한 취준생 ‘편의점 간편식’이 위안
1인 가구가 늘면서 명절 풍경도 빠른 속도로 바뀌고 있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친인척끼리 둘러앉아 맛있는 음식을 먹고 담소를 나누는 게 자연스런 풍경이었는데, 갈수록 ‘나홀로 명절’을 보내는 ‘혼설족·혼추족(혼명족)’이 늘고 있다.
지난해 기준 국내 1인 가구 비중은 28.5%로 52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 10명 중 1명꼴이다.
특히 올 연휴는 주말까지 합쳐도 4일에 그치다보니 짧은 연휴를 가족·친척에게 사용하기보다 ‘자신에게’ 투자하자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연휴가 짧아 해외로 떠나는 혼설족도 예전에 비해 줄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연휴 전날인 14일부터 18일까지 5일간 인천공항 이용객은 87만명(하루 평균 17만 5천명)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이는 예년 연휴에 비해 줄어든 수치다.
이처럼 ‘가족 만남과 여행’을 포기한 이들은 집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게 된다.
백화점과 마트 업계는 이런 고객들의 취향에 맞춰 색다른 명절 선물을 선보였다. 백화점과 마트에서는 조리된 명절 음식을 먹기 좋게 포장해놓은 가정간편식(HMR) 세트나 내 마음대로 세트 상품을 구성할 수 있는 DIY(Do It Yourself) 세트 등을 앞다퉈 내놨다.
롯데백화점은 완전 조리한 명절 음식을 배송해주는 ‘한상차림’ 선물세트를 출시했다. 상품 종류는 모두 15가지로, 전·나물 모둠세트와 소갈비찜·잡채·쇠고기뭇국 등 다양한 메뉴를 조합해 구성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CNB에 “명절 음식을 찾는 1인가구를 위해 기획된 선물세트”라고 설명했다. 한상차림 세트는 고객들이 상품을 받기 전날 요리해서 다음날 새벽에 배송해준다. 롯데백화점 식품 매장과 온라인몰인 ‘엘롯데’에서 13일까지만 주문받는다.
신세계백화점은 업계 최초로 HMR(가정간편식) 세트 판매에 나섰다. 가정간편식만으로 선물세트를 구성한 적은 처음이다. 1인가구와 명절 음식 조리를 번거로워하는 가구가 늘어난 점을 감안했다. 육개장, 곰탕 등 총 9가지 간편식을 담은 ‘올반키친 가족한상 세트’, 고기전, 떡국떡 등 명절 요리로 구성한 ‘올반키친 명절한상 세트’가 대표적이다.
현대백화점은 연화식 기술을 접목한 ‘더 부드러운 한우 갈비찜’, ‘더 부드러운 돼지 등갈비찜’ 등 설 선물세트 5종을 선보인다. 연화식은 일반 음식과 동일한 모양과 맛은 유지하면서 씹고 삼키기 편하게 만들었다. 전자레인지로 5~6분만 데우면 바로 먹을 수 있다.
AK(애경)플라자는 ‘내 마음대로 품목을 구성할 수 있는’ DIY 선물세트를 내놨다. 재수용 전과 양념불고기 등 명절음식들 중 원하는 품목을 골라 세트로 만들 수 있다.
호텔기업들도 싱글족을 위한 다양한 상품을 준비했다.
서울신라호텔과 제주신라호텔은 나홀로 휴식을 원하는 ‘욜로족’을 위한 ‘마이 홀리데이(My Holiday)’ 패키지와 ‘싱글 모먼트’ 패키지를 출시했다. 20만원 중반대의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
롯데호텔도 설을 앞두고 1인 상품을 내놨다. 롯데호텔서울은 객실, 영화관람권, 룸서비스 떡국으로 구성된 설패키지 ‘Joyful New Year’ 패키지, 롯데호텔월드에서는 명절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2인 조식이 포함된 ‘잘 놀다가시개’ 패키지를 20만원대에 내놨다. 롯데시티호텔은 가성비 높은 스테이케이션을 선호하는 고객을 타깃으로 한 10만원대 설패키지를 구성했다.
‘혼술족’을 위한 이색 선물세트도 눈에 띈다. 이마트는 맥주 애호가를 위한 수입맥주 설 선물세트 ‘칭타오 무술년 리미티드 에디션’, ‘바이엔슈테판 틴케이스 담요세트’ 등을 준비했다.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는 ‘혼술’로 인기가 좋은 위스키, 와인 등을 다양하게 준비했다. 오비맥주는 500ml 캔 6개와 전용잔 1개로 구성한 ‘스텔라 아르투아’ 세트와 호가든 500ml 캔 6개와 호가든 전용잔 1개로 구성한 ‘호가든 설 선물세트’를 내놨다.
취준생·고학생, 고급진 혼밥도 ‘사치’
이처럼 여러 유통기업들이 다양한 상품을 출시했지만, 이런 것들이 ‘먼 나라 얘기’로 들리는 ‘혼설족’도 있다. 취업·시험 등의 압박으로 연휴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는 청년들 얘기다. 취준생들은 3월부터 시작되는 대기업 공채를 준비하느라 설을 잊고 있다. 노량진 학원가에는 연휴에도 이런 이들로 북적이고 있다.
이에 편의점 업계는 이런 이들을 위한 간편식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GS25는 지난해 추석부터 명절도시락을 전국 모든 점포에서 팔고 있다. GS리테일 관계자는 CNB에 “명절 기간에만 출시되는 한정판 이색 도시락에 대한 고객들의 신뢰가 커지고 있어 수요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마트24도 올해 처음 ‘설맞이도시락’을 지난 7일 내놨다. 흑미밥에 명절음식 전5종, 불고기, 나물(도라지볶음, 시금치무침) 메추리알장조림, 볶음김치 등으로 푸짐하게 구성했으며 20일까지 한정판매한다. 씨유(CU)도 ‘횡성한우찜 도시락’ 등을 지난 6일 내놨다.
SPC가 운영하는 던킨도너츠는 설을 앞두고 ‘혼설족’을 위해 ‘맥앤치즈 플랫브레드’ 등 핫 샌드위치 신메뉴를 6종으로 늘렸다.
대학가에서도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혼설족’을 위한 마케팅에 분주하다. 건국대 인근에서 프랜차이즈 맥주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최모씨(43)는 “명절에 고향에 가지 못하는 학생들도 많다”며 “설 연휴에 1+1행사를 한다던가 안주를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는 등 학생부담을 줄이는 판촉행사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CNB=김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