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사와 애플코리아의 일명 ‘배터리게이트’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애플의 갑질에 분노한 것은 국내 이용자뿐만 아니다. 전세계 고객들도 ‘이제 더 이상 두고 볼 수만 없다’며 소송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그럼에도 애플사는 진심어린 반성의 뜻이 담긴 사과문을 내놓기보다는 소비자를 우롱하는 적반하장의 모습으로 일관하고 있다.
애플은 대체 뭘 믿고 오만함을 보이는 걸까? 답은 간단하다. 애플은 아이폰을 애용하는 ‘충성된 팬심’을 이용하는 것이다. 아이폰은 특이한 디자인으로 스마트 폰 출시 초기부터 인기를 얻게 됐고, 마니아 계층을 형성할만큼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하게 된다.
특히 한국에서는 더욱 그렇다. 국내 아이폰 이용자는 전체 핸드폰 고객 중 350만 명이 넘는다. 국내는 핸드폰 약정이 존재하는 관계로, 2년이 지나면 무조건 핸드폰을 교체한다는 심리를 애플이 역으로 이용하고 있다. 이번 소송에 참여한 사람이 40만 명을 넘었다는 것은 ‘애플이 한국을 호구로 인식한 것’에 대해 소비자들이 분노한 것. 다른 말로 표현하면 한국을 상대로 애플이 갑질한 셈이다.
대표적인 예가 배터리 교체 가격 인하다. 지난달 20일 애플사는 ‘아이폰 업데이트 후 고의적인 성능인하를 인정한다’는 성명서 배포 이후 단행한 후속 조치에서 79달러(한화로 8만4250원)인 배터리 교체비용을 29달러(3만9천원)으로 인하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그러면서 인하된 5만원의 가격은 소비자 피해보상 명목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전형적인 선심쓰기’와 다름없다.
짚고 넘어가보자. 기업 상당수 제품 불량으로 하자가 발생했다면 무료 AS 혹은 제품 교환/리퍼를 해주고 있다. 특히 회사가 제품 불량을 인정했을 경우는 더욱이나 그렇다. 그러나 애플은 예외다. 회사 정책이나 규정을 이유로 고객들의 항의나 정부권고를 애써 무시하고 있다.
두 번째로 한국에 대한 배터리 부품 물량 공급도 문제로 지적된다. 미국은 배터리 게이트가 터지자말자 자국 소비자들의 교체 요청에는 곧바로 응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한국에선 딴 나라 얘기다. 지금도 여전히 배터리 부품 수급으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왜 한국 소비자만 차별 대우를 받아야 하는지 애플 AS센터에 물어본 결과, “물량 부족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라고만 일관했다. 이마저도 몇 시간씩 기다리다 지친 고객들은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사건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음에도 애플코리아는 여전히 배터리 교체에 대한 공지나 센터 부품 수급 현황에 대한 기본적인 고지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가관인 것은 사설업체를 통한 배터리 교체와 관련해서도 애플코리아는 ‘가능하다’는 반면 애플코리아 기술지원센터, 공식서비스센터에서는 ‘공식 업체가 아니라며 안된다’는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소비자들은 공식업체 안에서도 부서에 따라 말이 달라 어떻게 해야 하냐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이처럼 애플코리아(본사로부터 판매를 허가받은 자)와 애플 본사(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제공자)는 모르쇠로 일관하며 다국적 기업이라는 이유로 해당 국가의 법망을 교묘하게 빠져나가고 있다. 가히, 다국적 기업의 횡포라 할 만 하다.
경희대 공공대학원 김운호 교수는 “고객들이 선호하는 제품은 후속 서비스가 잘 이뤄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상당 수 다국적 기업들은 되려 인기를 역으로 이용해 서비스의 질이 떨어뜨리는 사례가 많다”면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한다.
정부의 안일한 조치도 문제로 지적된다. 애플사의 반복된 갑질과 횡포에도 불구하고 시정 권고만 내릴 뿐 그 어떤 규제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실제로 공정위는 2009년 아이폰 출시 이후 제품 수리나 교환, 혹은 품질보증서상 불공정 약관 등과 관련해 네 차례에 걸쳐 시정 권고했다. 그런데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의 상황이 반복되면서 애꿎은 소비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정부부처는 혁신과 적폐청산을 명분으로 애꿎은 ‘대기업 때리기’만 하기보다 자국민이 피해를 입고 있는 해외기업들의 횡포도 한 번 들여다보길 바란다. 정부 역할의 가장 1순위는 ‘자국민 보호’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