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 파손·분실 보험의 보험가입기간이 만료돼도 이통통신사들이 제대로 고지를 해주지 않고 있어 소비자 분쟁이 계속 발생하고 있는 사실을 CNB가 단독 확인했다. 휴대폰 파손·분실 보험의 허점에 대해 들여다봤다. (CNB=김주경 기자)
허술한 규정 때문에 만기고지 의무無
비싼 보험료 내고 만기 통보도 못받아
환급정책 제각각, 높은 자기부담금 논란
#. 회사원 최지민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2016년 6월 당시 최신형 휴대폰을 개통하면서 월 8800원짜리 휴대폰 파손·분실보험에 가입해 2년 간 보험료를 냈다. 이후 핸드폰에 문제가 생겨 이통사에 보험청구를 했으나 보험기간 만료로 보험금을 받을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최씨는 보험기간 만기 전에 당연히 이통사가 당연히 고지를 해줄 줄 알았다. 최씨는 이통사에 항의했지만 허사였다.
이동통신 업계에 따르면 휴대폰 개통 때 보험에 가입하는 비율이 가입자의 30~4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털사이트 게시판 등에는 최씨의 경우처럼 가입기간 만료 통보를 받지 못해 보험 혜택을 받지 못했다는 불만 사례를 흔치 않게 볼 수 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CNB에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대략 1년에 10~20건 정도의 휴대폰 보험관련 민원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이통사 관계자는 “휴대폰 보험만료 고지는 공정거래위 거래 규정에 적용되지 않는다”면서 “이통3사가 휴대폰 보험을 판매하는 것은 고객들에게 휴대폰 개통 후 또다시 보험사를 통해 가입해야 하는 등 절차적 번거로움을 덜어주려는 서비스 차원이기에 의무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동통신사 포괄계약 특별약관 규정 제6조 적용특칙에는 ‘회사는 계약자에게 보험증권을 제공하고, 피보험자에게는 우편, 전자우편, 전자메세지 등으로 보험가입 사실을 안내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 규정에 따라 이통사들은 보험 가입고객에게 상품 안내 및 보상규정을 설명해주고 관련 서류에 확인서명을 받는 절차를 거치고 있으며, 가입 안내문자도 개별적으로 보내고 있다. 온라인 보험가입 역시 개별문자로 관련내용을 송부하고 있다.
하지만 ‘보험기간 만료’를 고지해야 한다는 규정은 어디에도 없다. 공정위 관계자는 CNB에 “휴대폰 보험은 장기간이 아닌 단기간의 한시적 상품이기에 정보고지 의무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과학기술정보부도 같은 대답이었다.
이런 허술한 보험규정 때문에 최씨와 같은 사례가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이통사들은 가입자들에 대한 보험 만료내용을 회사에서 전부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고 문자메시지 발송이나 안내 전화를 한다 하더라도 상당 비용과 시간이 소요돼 보험만기를 고지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한다.
다만 이통3사 중 LG유플러스는 보험 만기 하루 전날에 문자메시지로 보험만료 사실을 고지하고 있다. 하지만 문자 홍수 시대다보니 메시지를 꼼꼼히 살피지 않으면 보험기간을 넘기게 된다.
KT는 6개월 단위로 남은 보험기간에 대한 문자로 안내하고 있지만 정작 보험만기 안내는 하지 않고 있다. KT 관계자는 “단말보험 종류가 워낙 많은 데다 보험료나 연장에 대한 혜택 및 포인트 제공 등 내용이 모두 달라 고객들에게 일일이 안내하기 어렵다는 점을 양해해 달라”고 말했다.
SK텔레콤(SKT)은 보험기간에 관한 안내가 아예 없다. SKT 측은 CNB 취재가 시작되자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SKT 관계자는 “(보험가입 기간인) 2년이라는 시간 동안 고객들이 보험 내용을 기억하는 데 한계가 있고, 한 번도 고지가 이뤄지지 않다는 점은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보험 만료시점에 사전고지가 이뤄질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해마다 휴대폰 가입자가 늘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련 정책부재 및 법망 미비로 인해 소비자들은 매월 비싼 보험료를 내고도 정보고지 서비스조차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
이통사들 “보험사기로 손해율 높아”
한편 보험료 환급이 이통사별로 제각각인 점도 문제다. 현재 SKT만 일부상품에 한해 고객들에게 2년 동안 파손분실 서비스를 받지 않았다면 캐시백으로 환급해주고, KT와 LG유플러스는 ‘소멸성 보험’이라는 이유로 환급을 하지 않고 있다.
휴대폰에 문제가 생겼을 때 전액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 점도 논란이다. 자기부담금 비율은 SKT와 LG유플러스가 손해액의 30%, KT는 손해액의 20%다. 가령 출고가가 95만원인 갤럭시S8을 보험가입 했다가 분실했을 시 자기부담금은 많게는 30만원에 육박한다.
최근 들어서는 아이폰X, 갤럭시 노트 등 출고가가 120~140만원에 달하는 고가휴대폰도 많이 출시돼 자기부담금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이통사들은 최대보상금을 140만원으로 높인 ‘프리미엄 보험’을 새로 출시했다.
이통업계 한 관계자는 CNB에 “자기부담금이 높은 것은 스마트폰 분실·파손이 급증해 손해율이 높아졌기 때문”이라며 “허위로 분실신고를 해서 최신모델로 보상받고 기존 기기는 중고로 처분하는 사례 등 보험사기로 볼 수 있는 경우까지 늘고 있어 최소한의 자기부담금 책정은 불가피 하다”고 말했다.
(CNB=김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