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경영비리 혐의로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2일 선고공판이 끝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횡령·배임혐의 재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총수 경영공백’이라는 악수는 면하게 됐다. 한숨 돌린 롯데그룹은 ‘뉴롯데’를 향한 지주사 체제 마무리 등 경영정상화를 위해 바삐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일부 혐의가 유죄로 인정된 데다 검찰의 항소 가능성이 높아 롯데그룹의 리스크는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CNB가 뉴롯데 전환 과정에서 예상되는 리스크들을 정리해봤다. (CNB=김주경 기자)
대부분 혐의 털어낸 신동빈, ‘뉴롯데’ 속도
일본롯데홀딩스 경영권 불씨 넘어야할 산
절차 까다로워 호텔롯데 상장 시일 걸릴듯
신동빈 회장은 지난 22일 1심 재판에서 횡령·배임 등 6개 혐의 중 대부분 무죄를 인정받아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24부(재판장 김상동)는 이날 신 회장에게 징역 1년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가 이 같은 판결을 내린 데는 롯데의 국가경제 기여도와 신 회장의 지배구조 개선 노력 등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은 판결 직후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고 밝혔고, 롯데그룹은 공식 입장문을 통해 “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한다”며 “앞으로 경제발전에 기여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당초 재계 안팎에서는 앞서 검찰이 징역10년과 벌금 1천억 원을 구형함에 따라 신 회장이 실형선고를 받거나 법정 구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 때문에 롯데는 법원 판결 전까지 초긴장하는 분위기가 이어져왔고, 그룹 수뇌부는 비상경영체제 시나리오까지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재판부가 집행유예 판결을 내리자 롯데그룹은 가슴을 쓸어내리면서도, 검찰의 항소 가능성에 대해서는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검찰이 항소하면 신 회장은 2심 재판 준비와 함께 서울고등법원에 들락날락 해야 하는 관계로 해외사업 점검 등 경영활동에 온전히 집중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편, 롯데그룹이 넘어야 할 산이 또 하나 있다. 신 회장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돼 뇌물죄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다음달 26일 법원판결을 앞두고 있는데, 이 재판에서 유죄가 성립돼 법정구속될 경우 ‘원톱 지배체제’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신동빈 회장의 1심 선고 후 소공동 롯데백화점에서 직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신 회장 행보는?
이처럼 상황이 녹록치 않음에도 신 회장과 경영진들은 경영정상화에 온 힘을 쏟고 있다.
당장 새해 1월에 정기임원인사가 예정되어 있다. 지주사 전환에 따른 지배 구조 개선작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원래 롯데그룹은 내년도 정기인사를 올해 말로 앞당길 예정이었으나, 신 회장이 장인상으로 일본으로 출국한데다가 롯데그룹의 내부사정으로 일주일 연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당분간 남아있는 지주사에 대한 지배구조 새판짜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신 회장은 지난 10월, 50개에 달하는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해 지배구조를 개선하고자 ‘롯데그룹 지주회사’를 설립했다. 롯데제과·롯데쇼핑·롯데칠성음료·롯데푸드 등 유통·식품 부문 등 국내 계열사 91개 중 42개를 편입시킨 것.
이로 인해 다시 13개의 순환·상호출자 고리가 새로 생겼으나 지난달 30일 롯데푸드와 롯데칠성음료가 보유하고 있던 롯데지주 지분을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로 매각해 상호출자 고리 2개가 줄어들어 11개가 됐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첫 발을 내딛은 것에 불과하다. 미완의 롯데지주사가 완성되기 위해서는 또 하나의 축인 호텔 및 관광, 화학 계열사들에 대한 분할·합병 절차를 거친 후 호텔롯데를 상장해야 한다.
신 회장으로선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력 장악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호텔롯데를 상장해 롯데지주와 통합해야만 일본 롯데로부터 롯데물산, 롯데케미칼 등 주요 계열사의 경영권을 완전하게 독립시킬 수 있기 때문.
또한 호텔롯데가 상장되면 일본롯데홀딩스의 지분 99% 중 약40% 가량이 국내 일반주주 지분으로 편입돼 롯데에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일본 기업’ 논란도 불식시킬 수 있다.
이처럼 한국 롯데의 중간지주회사 격이자 한일 롯데의 연결고리인 호텔롯데의 상장은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선의 완성으로 받아들여진다.
따라서 신 회장은 중국 사드보복으로 인한 매출 급감, 총수 일가의 검찰 조사 등으로 지금까지 미뤄왔던 호텔롯데 상장을 내년 중에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롯데그룹은 지난 10월 지주사 체제 전환으로 획기적인 변화를 맞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두 개의 걸림돌 넘을까
하지만 여기에는 두 가지 불안요소가 존재한다.
첫번째는 일본롯데의 지배력과 관련된 문제다. 형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을 30% 가까이 보유하고 있는 광윤사의 최대주주(지분율 50%)이기 때문에 언제든 분쟁을 촉발시킬 수 있다.
신동주-신동빈 형제 간 경영권 분쟁은 최근 수년간 계속돼 왔는데, 신동주 부회장이 일본롯데홀딩스 주총에서 수차례 불신을 받아 신 회장의 승리로 귀결된 상태다. 하지만 잇단 소송 건으로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신 회장은 이에 대비해 일본 주주들에게 공을 들이고 있다. 집행유예 선고 직후 곧바로 일본으로 떠났다. 내년 초까지 머무르면서 일본 경영진들과 주요현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간에 신 회장은 자신에 우호적인 일본 주주들과 만나는 등 관계를 다질 것으로 예상된다.
두 번째 문제는 호텔롯데의 상장 심사다. 한국거래소의 상장 심사는 기업의 경영투명성과, 총수 리스크 등을 중점적으로 반영하기 때문에 호텔롯데의 상장이 바로 이뤄지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처럼 오너 리스크가 여전히 존재하는 만큼 당분간 롯데그룹의 불확실성이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총수의 의사결정과 리더십 등에 의해 좌우되는 해외사업은 큰 차질 없이 진행되겠지만, 지주회사 체제 전환 등은 속도 조절이 필요해 보인다.
(CNB=김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