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산업 중의 하나이자 국민 건강의 영원한 동반자다. 최근에는 신약개발 열풍이 불면서 우리 경제에 활력을 주고 있다. 제약사들이 장수한 배경에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은 ‘역대급’ 제품이 있었다. 이에 CNB는 수십년 세월 서민과 함께 해온 ‘효자제품’들을 <연중기획>으로 연재하고 있다. 추억을 돌아보고 건강을 챙기는 데 작은 도움이 되고자 함이다. 열세 번째 이야기는 녹십자의 ‘백초 시럽’이다. (CNB=김유림 기자)
1974년 출시 이래 배탈약 1위
광고 안해도 입소문 타고 인기
성인에게는 ‘어머니 손길’ 추억
“40년 전부터 써왔어요. 아들딸 모두 건강한 아이로 키우는데 제일 큰 도움을 줬던 약으로 우리 며느리도 쓰고 있으니 3대째 쓰고 있는 셈이죠. 한마디로 가정상비약입니다. 아마 ‘백초 시럽’ 한번 안마시고 자란 애들은 대한민국에 없을 거예요” (70세 신숙자씨)
배탈은 아이들에게 빈번하게 발병하고, 그 원인도 다양하다. 어린 아이는 오장육부가 미숙하고 피부의 온도조절능력이 성숙하지 못하다. 이 때문에 겨울 찬바람을 맞게 되면 먹은 것을 삭이지 못하고, 헛배가 부르면서 소화불량을 겪게 된다. 또 활동량이 많아 자주 배가 고프고, 허기진 상태에서 지저분한 손으로 허겁지겁 음식을 집어먹으면 쉽게 체한다.
소화장애의 3대 증상은 구토, 설사, 고열이다. 이 세 가지는 순식간에 소아(小兒)에게서 수분을 빼앗아 가고 다른 질병으로 발전시켜 합병증을 불러온다. 작은 체격에서 구토와 설사를 반복하고, 열까지 나게 되면 아무리 건강한 아이라 해도 버틸 수가 없기 때문이다.
▲어린이 백초시럽 과거 TV 광고. (사진=TV 광고 캡처)
따라서 어린 자녀가 있는 가정은 상비약으로 ‘소화제’를 꼭 챙겨놔야 한다. 간혹 성인이 복용하는 양보다 적게 먹이면 된다는 생각에 일반 상비약만 구비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어린이나 신생아의 경우 약에 대한 내성이 생길 위험, 부작용 및 후유증 발생 확률이 높기 때문에 ‘어린이 전용’ 상비약을 따로 준비하는 것이 안전하다.
현재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는 어린이 소화제 중 엄마들로부터 가장 사랑을 받고 있는 제품은 녹십자의 ‘백초시럽 플러스’다. 1974년 출시된 이래 시장에서 단 한번도 1위를 놓친 적이 없을 정도로 탁월한 효과를 나타낸다.
녹십자에 따르면 백초시럽은 동의보감에 나온 처방을 기초로 만들어졌으며 감초, 아선약, 육계, 인삼, 황련, 황백, 황금, 용담 등 순수 생약 성분으로 구성됐다.
▲백초 디에스 시럽 과거 제품 지면광고. (사진=상아제약)
감초는 거의 모든 처방 한약에 빠지지 않을 정도로 두루두루 쓰이며, 특히 소화기관 안정에 좋다. 아선약은 아카시아의 잎이나 가지를 조려서 만든 약재이며, 열을 내리고 소아의 소화불량증에 쓴다. 육계는 5년 이상 자란 계수나무의 두꺼운 껍질을 뜻하며, 배가 차고 더부룩한 속을 편안하게 해주고, 설사를 멈추게 한다.
원기를 북돋아 주는 약재로 유명한 인삼은 반복되는 설사와 구토로 발생하는 갈증을 푸는데 좋다. 황련은 깽깽이풀이라고도 부르며, 식욕부진, 설사, 장염 등에 쓰인다. 황백은 위액의 분비를 촉진시켜 소화 기능을 도와주고, 황금은 열을 내려준다. 용담은 뿌리에 있는 겐티오피크린이라는 물질이 위와 장의 기능을 회복시키는 작용을 한다.
이 약제들이 조화롭게 모여 식욕감퇴(식욕부진), 위부팽만감, 소화불량, 과식, 체함, 구역, 구토, 정장, 변비, 묽은 변, 복부 팽만감, 장내이상발효 등의 효능을 내는 것이다.
2011년에는 기존 제품의 성분과 함량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감미제를 일반 과당에서 자일리톨로 변경했다. 천연감미제인 자일리톨은 칼로리가 적고 혈당을 상승시키지 않아 비만인 사람도 안심하고 복용할 수 있으며, 충치예방에 효과적이다.
특히 백초시럽 플러스는 TV광고를 따로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어머니들에게 인기가 높다. 이 때문에 웃지못할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해 녹십자는 백초시럽 플러스의 원료공급사를 변경했다. 식약처에 제품허가변경을 신청해야했고, 이 기간 동안 수급이 원활하지 못했다.
각종 육아 커뮤니티에는 “백초시럽이 단종됐다” “재료가 없어서 이제 안 나온다”는 등의 게시글이 올라왔고, 약국을 다니면서 사재기까지 하는 소비자도 있었다. 하지만 지난 7월 재생산에 들어가면서 해프닝은 마무리됐다.
녹십자 관계자는 CNB에 “어린이소화정장제 부동의 1위 브랜드 ‘백초’는 지난 43년간 꾸준히 사랑받으며 오랜 세월 고객과 함께 한 가정상비약”이라며 “본래의 우수한 효과는 그대로 유지하며 설탕을 자일리톨로 대체하는 등 꾸준한 변화를 통해 고객의 사랑에 보답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녹십자 백초시럽 플러스는 순수생약성분으로 만들어져 체질과 관계없이 모든 어린이들이 복용할 수 있지만, 만 3개월 미만의 영아(젖먹이, 갓난아기)는 복용하면 안 된다. 주의사항에 따르면 만 3개월 이상이라도 만 1세 미만의 영아(젖먹이, 갓난아기)는 의사의 진료를 받는 것을 우선으로 하며,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 복용시키지 말 것을 권유한다.
(CNB=김유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