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은 하면 할수록 는다.” 거짓말은 또 다른 거짓말을 낳고 익숙해지면 죄의식과 수치심도 느끼지 못한 채 제어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게 된다는 속설이다.
그런데 실제로 이 같은 속설을 증명한 뇌과학 연구 결과가 존재한다. 영국 런던대학 텔리 샤럿 교수팀은 18~65세 남녀 80명에게 거짓말을 하면 보상해주는 게임을 시키면서 이들의 뇌를 자기공명영상(MRI)으로 관찰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처음 거짓말을 할 때는 감정과 학습을 담당하는 ‘편도체’의 움직임이 활발했다. 정서적으로 찔리는 감정, 죄책감을 느끼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로 인해 다음 거짓말을 하는 데 일정한 제동이 걸린다.
하지만 거짓말이 반복될수록 편도체의 활동이 둔해졌다. 우리 뇌는 거짓말에 익숙해지면 제어기능이 상실되고, 별 죄책감 없이 더 큰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실험결과를 조작하는 과학자, 대중을 속이는 대기업, 부패한 금융업자, 불륜을 저지르는 배우자 등 인간이 서슴없이 엄청난 거짓말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를 과학적으로 설명한 흥미로운 결과다.
“우리 것을 무단으로 도용했다.” “터무니 없는 소리, 자체 기술이다.”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은 쉬지 않고 공방을 이어오고 있으며, 어느 한쪽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 중이다.
지난해 9월 메디톡스 측은 “대웅제약이 메디톡신의 균주와 기술을 훔쳐 나보타를 만들었다”고 주장하고 나섰으며, 대웅제약은 “제대로 된 증거도 없는 비방일 뿐”이라고 도용설을 일축했다. 메디톡신은 메디톡스가 지난 2006년 발매한 국내 최초의 보톡스이며, 나보타는 2014년 대웅제약이 개발해 상용화에 성공한 보톡스 제품이다.
양사는 지난 6월 미국 현지에서 민사 소송까지 벌였고, 국내로 옮겨와 법정 공방이 진행될 전망이다. 미국 법원이 미국이 아닌 한국에서 소송을 진행해야 할 사안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메디톡스는 지난달 30일 서울중앙지법에 대웅 및 대웅제약을 상대로 ‘영업비밀 침해금지 등 청구의 소’를 제기했다. 민사소송은 여러 변수들이 많고, 두 기업의 사건은 일반적인 금전 소송보다 복잡하기 때문에 긴 싸움이 될 것이 뻔하다.
재판 결과가 나와봐야 ‘진실’을 알게 되겠지만,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은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넌 상태다.
경쟁사를 방해하기 위해 허위사실을 주장, 유포한 것으로 밝혀진다면 무고 및 명예훼손의 문제를 피할 수 없다.
반대로 일이 커질 줄 모르고 시작했던 작은 거짓이 모든 소비자, 세계 시장을 향한 거짓말로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으로 밝혀진다면 뼈저린 대가를 치러야 한다.
‘의료’와 ‘거짓’은 결코 결합할 수 없다.
(CNB=김유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