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에서는 하나의 제품이 잘 팔리면 인기에 편승하려는 미투 제품들이 우후죽순으로 쏟아진다. (사진=한경TV캡처)
식품업계가 ‘미투 제품’을 막기 위해 특허 등록에 공을 들이고 있다. 식품업계의 고질적인 베끼기는 법적으로 보호 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디자인, 과자 모양 등 특허권을 보유한 경우 경쟁사의 모방을 원천적으로 막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CNB=김유림 기자)
넘치는 미투제품, 원조·아류 모호
디자인 도용 소송, 늘 원작자 패소
특허등록 해두면 승소 가능성 높아
‘미투(me too) 상품’이란 경쟁 업체의 신제품이 큰 인기를 얻게 되면 비슷하게 만들어 출시한 것을 말한다. 가전제품과 화장품, 자동차 등 거의 분야를 막론하고 발생하고 있지만, 유독 식음료업계에서 빈번하다.
대표적으로 2014년 대한민국에 열풍을 일으킨 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은 꼬깔콘 허니버터맛(롯데제과), 수미칩 허니머스터드(농심), 포카칩 스윗치즈맛(오리온) 등 미투 제품이 40여개에 달했다.
또 2015년 팔도, 농심, 삼양 등 라면업체들은 오뚜기의 ‘진짬뽕’을 필두로 줄지어 프리미엄 짜장·짬뽕라면을 출시했다. 주류업계는 롯데주류의 과일맛 소주 ‘순하리 처음처럼’이 인기를 끌자 무학의 ‘좋은데이 컬러시리즈’, 하이트진로의 ‘자몽에이슬’ 등 줄줄이 모방했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은 피로감을 호소하고, 원조 기업은 연구개발비, 매출 하락 등의 피해를 입고 있다.
▲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이 돌풍을 일으키자 경쟁사들이 앞다퉈 비슷한 제품을 출시했다. (사진=각 기업)
미투 제품이 범람하고 있는 이유는 법정 소송으로 이어지더라도 원조기업의 손을 들어주는 사례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식품업계의 다툼은 제품의 원료나 지역이름, 고유 명사 등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경우가 많아서, 상표권 위반으로 볼 수 없다는 법원의 판결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 선발업체가 경쟁사의 베끼기를 막을 수 있었던 사례가 등장하고 있어 이목을 끌고 있다. 제품 고유의 특성과 관련된 특허권을 보유한 경우다.
디저트 전문업체 ‘소프트리’는 ‘밀크카우’를 상대로 낸 부당경쟁행위 및 디자인 침해 소송을 제기해 2015년 승소했다. 당시 소프트리의 승소는 특허 등록이 없었다면 거의 불가능했다. 소프트리는 2013년 6월 소라빵 위에 아이스크림을 얹고 여기에 다시 벌집을 올린 일명 ‘벌집아이스크림’을 개발해 디자인 부분에 대한 특허를 받았으며, 10월에는 전용 콘과 컵에 아이스크림과 벌집을 올린 제품에 대해서도 디자인 특허를 취득했다.
이에 식품 대기업들은 유사제품 차단을 위한 특허권 범위 확대에 힘쓰고 있다.
빙그레는 올해 초 바나나맛우유의 용기, 디자인과 유사한 바나나맛젤리 제품을 제조, 판매한 다이식품, 한국금차도, 준 인터내셔널을 상대로 제기한 부정경쟁행위금지 가처분 소송에서 승소했다. 재판부는 바나나맛우유 용기 모양, 디자인이 바나나맛젤리 제품의 외관뿐만 아니라 젤리 모양 자체도 상당한 유사성이 인정되므로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도수를 낮춘 과일 소주 ‘순하리’가 성공하자 라벨까지 거의 같은 미투 제품이 잇따라 출시됐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당초 관련 업계는 빙그레가 패소할 것으로 관측했다. 빙그레는 바나나맛우유 용기의 디자인 특허가 없었고, 중소기업의 상품은 우유가 아니라 젤리였기 때문이다. 이에 가까스로 승소한 빙그레는 1974년 출시 이래 처음으로 ‘바나나맛우유’ 용기에 대한 특허(도형상표)를 신청한 상태다.
오리온은 올해 출시한 신제품 ‘꼬북칩’에 대한 각종 특허 출원을 진행 중이다. 꼬북칩은 오리온이 무려 8년이라는 시간과 100억원을 투자한 스낵이다. 앞서 2009년부터 2011년까지 꼬북칩 개발에 매진했지만, 기술적 한계로 생산에 실패해왔다. 포기하지 않고 해외 설비 도입에만 80억원을 투입해 2015년 2월부터 재개발에 돌입했고, 긴 시간을 거쳐 지난 3월에서야 선보이게 됐다.
꼬북칩은 국내 제과시장에 처음으로 선보이는 ‘네 겹 스낵’이다. 홑겹의 스낵 2~3개를 한번에 먹는 듯한 식감과 겹겹마다 양념이 배어들어 풍미가 진한 것이 특징이다. 고소한 옥수수맛의 ‘꼬북칩 콘스프맛’과 시나몬과 달콤함 맛을 내는 ‘꼬북칩 스윗시나몬맛’ 두 가지 맛이 있다.
▲오리온이 올해 출시한 신제품 4겹 과자 ‘꼬북칩’. (사진=오리온)
특히 출시 4개월 만에 1100만봉 이상 판매되며 히트치고 있지만, 경쟁사에서 비슷한 제품을 내놓을 경우 순식간에 인기가 사그라질 가능성이 높다.
오리온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 거북이 등껍질을 닮은 꼬북칩 모양에 대해 입체상표를 출원했다. 직선모양 홈들이 과자 표면에 새겨져 있고, 얇은 칩을 4겹 층층이 쌓아 만든 꼬북칩 고유의 형태에 대한 특허다. 또 꼬북칩의 거북이 캐릭터와 생산설비에 대해서도 특허 출원을 진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투 상품으로 인해 원조 회사가 경제적 손실을 보는 상황이 반복된다면, 국내 업체의 경쟁력 자체가 상실된다. 법적인 보호 조처가 강화될 필요가 있다”면서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 식품 대기업들이 카피 제품으로 쉽게 돈을 벌려는 생각을 버리고, 개발자의 피와 땀을 존중하고 상도의를 지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CNB=김유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