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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안전의 외주화’ 파견직 탓에 국회부터 공사장까지 위험 부글부글

합병증만 고치겠다고 나서면, 진짜 병은 언제 고칠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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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강소영기자 |  2016.06.07 16:59:32

▲'파견직 병폐'에 시달리는 국회 청소 노동자들의 어깨가 무겁다. (사진=강소영 기자)

최근 국회에서 청소노동자들의 사무실과 휴게실을 줄이겠다는 방침이 있었다. 결국 사무처와 청소노동자 노조의 협의 끝에 이달 안에 파견업체의 사무실을 나눠 사용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와는 별도로 눈에 띄는 점은 올해 12월에 이들을 고용한 파견업체와의 계약 자체가 끝난다는 사실이다. 청소노동자들은 파견업체와 함께 사무실을 사용하며 다음 해에도 이곳에서 일할 수 있을지를 가늠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국회의 청소 업체부터 대기업, 경호, 공사장까지 파견되어 근무하는 노동자는 어느곳에나 존재한다. 

또 기업 규모가 크면 클수록 비정규직 비율이 높다는 사실도 수치로 나와 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지난 2014년 한국노동연구원 ‘고용형태공시제’ 자료를 분석한 결과, 1만명 이상 고용의 거대기업 57개사 중 비정규직을 50%이상 고용하고 있는 사업장은 23개(40.3%)이고, 이중 비정규직 비율이 70%이상 되는 기업도 11개 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자 파견제도는 파견업체가 근로자들을 고용한 다음, 고용관계를 유지하면서 인력을 필요로 하는 업체(사용사업주)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제도다. 1998년 7월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근로자 파견법)’이 시행되면서 본격 도입됐다. 

경제 위기로 사회 전반에 어둠이 드리워지면서, 자연스레 경제성장률은 멈췄고 기업들은 피고용인들을 길거리로 한 순간에 내쫓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당시 IMF(국제통화기금)는 구제금융 지원을 조건으로 정리해고제와 근로자파견법 등 노동관련 법안의 개정을 요구했다. 결국 김대중 정부가 26개 업종에 한해 파견을 허용했고, 이후 32개 업종으로 확대됐다.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후 현장에서 한 시민이 포스트잇을 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는 모습과, 지난 6일 남양주 지하철 공사장 폭발사고 현장에서 희생자 유가족이 영정사진을 들고 추모의식을 하는 모습은 우리 사회에 어떤 메시지를 던질 수 있을까. 기업의 이윤을 위한 법안은 더 많은 노동자의 희생을 강요하게(그것도 당연하게) 만들 수 있다. (사진=연합뉴스)

파견법은 정규직 줄이고 비정규직 늘리는 '악마의 열매'

파견 업무가 사회적으로 깊이 뿌리박힌 상황에서 새누리당은 ‘파견법 개정’을 통해 이 같은 사망 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파견법 개정안은 지난 5월 30일 새누리당 전원 서명으로 발의됐다. 본래 파견법에는 세월호 참사로 인해 선박업에만 파견 제한을 뒀으나, 구의역 사고 이후 철도 업무가 포함됐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개정안에 담긴 ‘철도안전법 제2조 10호’에 따른 종사자에는 ‘철도차량의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사람’, ‘철도차량의 운행을 집중 제어‧통제‧감시하는 사람’ 등이다. 

정작 철도 안전을 정비하며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직업은 빠져 있다. 실제로는 철도 기관사나 관제업무 종사자 등에 파견이 적용되는 것보다 정비하는 이들이 파견돼 일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보호받아야 할 업종을 법안 중 제한 대상에 넣지 않은 것도 문제지만, 이는 우연히 이렇게 됐다기보다는, '보호'보다는 여세를 몰아 파견법을 '통과'시키겠다는 꼼수 때문에 이런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도 든다.  

파견법이 통과되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대법원에서 불법으로 판결난 자동차 업체들의 사내하청이 합법화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실제로 정규직이 한 명도 없는 업체가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이 반대 진영의 우려다. 

이와 마찬가지로 제조‧금형 등 ‘뿌리산업’으로 파견직이 확대되면, 정규직이 아닌 이들 파견 근로자 중에서 설사 사망자가 나온다고 해도 책임지려는 기업이 과연 있을 것이냐는 실제적인 걱정도 여기저기서 한숨처럼 터져 나온다.

실제로 최근 남양주 지하철 공사장 가스통 폭발 사고에서도 원청업체의 안전관리 책임은 뒷전으로 밀렸다. “작업 이후 보관소에 넣어둬야 할 가스통을 밤새 현장에 방치한 게 화근”이라며 휴일도 없이 12일을 내리 일해야 했던 노동자의 부주의가 낳은 참사라고 여러 언론 등은 보도했다.

중요한 것은 노동자의 입장에 서서 개선하려는 정치권의 노력이다. 기업 이윤이 전면에 나서고, 노동자들의 비명은 뒤로 물려지면, 원인 치료가 안 되기에 마치 당뇨병처럼 합병증이 끊임없이 발생하게 된다. 합병증을 그때그때 대증요법으로 고칠 것인지, 아니면 병의 뿌리를 뽑는 데 집중해 원인치료를 할 것인지의 기로에 우리 사회는 서 있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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