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마지막 본회의를 끝낸 의원회관에는 19대 국회의원들의 이사가 한창이었다. 의원회관에선 낙선 의원들과 재선 성공 의원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사진=강소영 기자)
‘식물국회’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안은 19대 국회의 소속 의원들이 하나둘씩 방 정리에 나섰다. 23일 국회 의원회관은 떠나는 이와 남은 이들 간의 ‘희비쌍곡선’이 교차하고 있었다.
300여명의 의원과 각 의원실에 소속된 9명의 보좌진을 합치면 전부 2700여 명이 움직이는 대이동이다.
이 중에는 지난 총선에서 낙마해 아예 방을 빼야 하는 처지가 된 의원들도 있고, 다른 방으로 이사를 가는 이들도 있다.
아직 5월임에도 30도를 오르내리는 초여름의 날씨였던 지난 20일 의원회관은 짐을 옮기는 이들로 분주했다. 앞날에 대한 기대와 서운함이 뒤엉켜 표정을 읽기 힘들었다.
복도에는 지난 세월의 굴곡만큼이나 많은 서류 뭉치와 각종 인쇄물들이 하나둘씩 쌓여가고 있었다.
▲김광진 의원이 사용한 610호. 떠나는 김 의원을 보기 위해 인사를 오는 사람들과 보좌진들로 의원실 안은 화기애애했다. (사진=강소영 기자)
아쉬움과 시원섭섭함이 담긴 이삿짐들을 지나 김광진 의원이 머물렀던 610호를 찾았다. 6층은 7, 8층과 함께 로얄층으로 여겨진다. 양화대교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조망으로 탁 트인 시야를 자랑하기 때문이다.
테러방지법을 막기 위한 필리버스터의 첫 포문을 열면서 꽤 유명세를 탄 김 의원이다. “아쉽지만 시원하기도 하다. 솔직히 4년 전 세상을 바꾸겠다는 각오보다 (국회의원 임기가 끝난) 지금의 각오가 더 크다.” 이런 그의 말에서 조근조근한 말투로 5시간 20분을 연설하던 모습이 연상됐다.
김 의원은 새로 국회에 입성하는 의원들에게 “각자가 다 다른 방식으로 의정활동을 하고 각자가 다 생각한 바가 있기 때문에 제 조언은 무의미하다”면서도 “국민들을 믿고 용기 있는 결정을 하셨으면 좋겠다. 국회에 있다 보면 욕먹을까 두려워서 아무 결정도 하지 않는 분들이 많은데, 가장 나쁜 결정은 아무 결정도 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은수미 의원이 머무른 641호. 주요 자료들은 벌써 옮겨졌고 빈 책상만 덩그러니 남았다. (사진=강소영 기자)
4년 전 이맘때쯤 큰 기대를 모았던 은수미 의원이 머물렀던 641호가 눈에 들어왔다. 은 의원은 지역구로 떠난 상태였다. 텅 빈 책장과 주인 없는 의자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은 의원의 한 보좌진은 “우리 중 한 명은 은 의원과 함께 하고, 다른 보좌진들은 은 의원을 떠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계단을 한층 올라가니 709호 장하나 의원실도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문 앞에는 4년간의 자료들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정중히 거절했다.
재선에 성공한 의원들의 방에는 축하 글귀가 적힌 난초와 꽃이 넘쳐났다. 이따금 열린 문 틈새로 간간히 웃음소리가 새어나왔다. 하지만 낙마한 의원들의 방은 정적이 느껴졌다.
떠난 이들의 빈자리는 며칠 뒤 20대 국회의원들로 채워지게 된다. 그들이 다시 떠날 4년 뒤는 어떤 모습으로 변해 있을까.
(CNB=강소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