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강남역 10번 출구를 찾았다. 그곳에는 스물세살에 희생된 여성을 추모하는 열기와 함께 "사회를 돌아봐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었다. (사진=강소영 기자)
서울에서 가장 화려하고 젊은 거리였던 강남역 인근이 불과 하루 사이에 슬픔과 공포, 추모, 자성, 갈등이 회오리치는 공간으로 변모했다.
지난 19일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는 스물세살의 나이로 희생당해야 했던 여성을 추모하는 분위기로 가득했다.
빼곡히 붙여진 포스트잇을 보고 있던 여성들 중에는 참지 못한 울음을 터뜨리는 이도 있어 주위를 숙연케 했다.
색색의 포스트잇에는 희생자가 어린 나이이기에 가졌을 꿈에 대해 묻는 이와, 희생자를 기억하겠다는 다짐의 말, 누구나 희생자일 수 있다는 말과 함께 “그 자리에 없었던 것뿐”이라는 공감이 자리했다.
현장에서는 나이‧성별‧지역을 불문하고 희생자가 자신의 가족이었다면 어땠을지, 자신이 당한 일이라면 어땠을지 공감하는 이들이 하나둘씩 모여 촛불을 꺼내 어슴푸레 찾아온 저녁을 밝혔다.
역을 벗어난 한편에서는 분노 이전에 슬픔을 느낀 “나는 평범한 여성입니다”라고 외치는 여성들의 목소리가 사람들의 발길을 잡아끌었고, 그들은 어렸을 적 남아선호사상에 물든 집안 이야기를 꺼냈고, 직장에서 여성이라고 치이는 울분을 내뱉었다.
추모와 슬픔 속에 또 다른 갈등이 불거져 나오고 있는 강남역 이곳저곳을 CNB 취재진이 훑었다.
▲오후 6시 퇴근 시간이 지나자 강남역 10번 출구 앞은 추모를 위한 이들로 가득했다. (사진=강소영 기자)
▲시간이 지나고 오후 7시 즈음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기 시작하자 작고 큰 촛불이 한 두개씩 밝혀졌다. (사진=강소영 기자)
▲강남역 10번 출구 입구부터 포스트잇이 가득했다. 마치 포스트잇과 국화로 엮어 만든 거대한 문을 보는 듯 했다. 한켠으로 볼펜과 포스트잇을 비치해 누구나 추모할 수 있게 했다. (사진=강소영 기자)
▲"어떤 성도 대상도 아닌 사람이고 싶다"는 문구가 눈길을 끈다. 강남역 묻지마 사건을 계기로 젠더 혐오에 갇힌 대한민국의 현재를 실감시킨다. (사진=강소영 기자)
▲포스트잇 아래 A4용지의 문구를 보며 사람들은 혀를 끌끌 찼다. "일부만 보고 전체를 매도하지 말아라" "한 번 정도는 못 생긴 남자한테도 XXX 좋았잖아" 등 여성혐오를 덧씌운 말들이다. 한 남성은 "저런 건 바람에 날아갔으면 좋겠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사진=강소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