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콘텐츠 스타트업 쉐어하우스가 구글 컨퍼런스에서 대표적인 유튜브 채널로 소개됐다. (사진=도빗)
최근 콘텐츠와 비즈니스를 결함한 '커머셜 콘텐츠'의 확산이 눈에 띈다. 콘텐츠 사업에 적극적으로 수익 모델을 접목하면서 콘텐츠와 비즈니스의 화학적 결합을 꾀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는 현상이다.
영화나 드라마 속 PPL 광고는 외려 고전적으로 느껴질 만큼, 커머셜 콘텐츠 분야에선 다양한 실험이 시도되는 중이다.
지도 콘텐츠를 활용해 배달 및 숙박, 여행 등의 O2O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최근 이런 추세를 반영한 일부 사례일 뿐이다. 본격 쇼핑몰을 표방하지 않더라도, 콘텐츠 자체에서 해당 콘텐츠와 연계된 상품을 구매하고 바로 결제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는 스타트업도 있다.
특히 유명 크리에이터들과 협업하는 콘텐츠가 증가하고, 멀티채널네트워크(MCN)가 웹 콘텐츠 유통을 주도하면서 이와 같은 커머셜 콘텐츠들은 콘텐츠 산업 내에서 새로운 수익 모델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지나친 상업화는 콘텐츠에 대한 신뢰와 품질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양날의 검이다. 또 실제로 얼마만큼의 경제적 이익을 기대할 수 있을지도 아직 미지수다. 아직 다양한 가능성을 실험하는 단계이지 뚜렷한 성공 모델이 나온 것은 아니란 얘기다.
흔히 “콘텐츠 산업은 미래 먹거리”라고 하지만, 몇몇 한류 드라마나 K-팝 등을 제외하면 우리 현실이 그리 녹록치 않다. 한국 사회에서 콘텐츠로 수익을 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더구나 우린 은연중에 “콘텐츠는 공짜”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잘 나간다는 콘텐츠 기업들도 현장에서 늘 고군분투하는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얼마 전 인터뷰한 콘텐츠 스타트업의 젊은 CEO도 건강한 콘텐츠 생태계를 조성하는 일에 우리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력 홍보마케팅 회사에서 PR 업무를 하던 그는 기업들의 바이럴 마케팅부터 수많은 어뷰징 광고까지 그 일방적인 물량 공세에서 한계를 느꼈다고 했다. 반면 정보의 홍수 속에서 믿을 수 있는 양질의 정보는 찾기가 어려웠다. 그가 콘텐츠의 수익성에 앞서 신뢰성을 강조한 이유다.
오히려 그는 콘텐츠의 신뢰성이 수익성을 가져온다고 믿었다. “유익한 정보를 담은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때 독자나 소비자들과 신뢰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그런 유익함에 대한 공감을 준다면 기업의 브랜드 메시지가 담긴 콘텐츠라고 해도 소비자들은 거부감 없이 받아들인다”는 설명이다.
가령 겨울철 자동차 관리법을 알려주는 콘텐츠를 중고차 업체의 '브랜디드(branded) 콘텐츠'로 제작하는 식이다. 자동차 회사가 자동차 얘기를 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자동차 업체의 전문성을 살려 소비자들에게 유익하고 가치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동시에 신뢰할 만한 업체로 자신을 알리는 것이다.
“따분한 콘텐츠보다 유익한 광고가 더 낫지 않냐?”는 그의 반문이 나름대로 설득력 있었다. ‘광고냐 아니냐’는 정작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있다. 그럼 비슷하게 이런 질문을 해보면 어떨까? “따분한 기사보다 유익한 광고가 더 낫지 않아요?”라고.
전통적인 저널리즘의 입장에서 ‘그렇다’고 답하지 못해도, 또 아니라고 쉽게 단언하기도 힘든 현실이다. 최근 국내외 주요 언론사들이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네이티브 광고’ 역시 이런 ‘유익한 광고’의 다른 이름인 셈이다.
네이티브 광고로 유명한 버즈피드나 허핑턴포스트는 물론, 뉴욕타임즈나 가디언 같은 유력 매체들도 여기서 예외는 아니다. 국내에서도 이미 온라인 매체를 중심으로 의미 있는 실험들이 있었고, 지난달에는 한겨레가 네이티브 광고를 시작한다고 알린 바 있다.
콘텐츠 산업이나 언론 시장이나 급변하는 환경에 적응해야 하긴 마찬가지 같다. 이럴 때 “따분한 콘텐츠보다 유익한 광고가 낫지 않냐?”고 질문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해 보인다.
안창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