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에서 탈락하거나 사실상 후보에서 배제된 이들이 모여 ‘더컸 유세단’을 만들었다. 이들은 “탈락 후 탈당이라는 고리를 끊겠다”며 패기 있게 다른 후보들의 유세를 돕겠다고 나섰다. 지난 31일 저녁 7시 30분경 홍대입구역 9번출구 앞에서 ‘더컸 유세단’ 김빈 디자이너(왼쪽부터), 정청래 단장, 장하나 의원, 남영희 중앙위원이 마포을에 출마한 같은 당 손혜원 후보의 지지를 당부하며 투표를 독려했다. (사진=강소영 기자)
4.13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공천에서 컷오프 되거나 탈락한 ‘낙동강 오리알’ 7인이 뭉쳤다.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할 것이라는 세간의 예상과 달리 정청래·김광진·장하나·김빈·이동학·남영희·김홍걸 등 7인은 “당을 위해 백의종군 하겠다”며 다른 후보 지원에 나섰다. ‘잘렸다’는 의미의 ‘더컷’은 ‘더 크다’는 뜻의 ‘더컸’으로 발전해 ‘더컸 유세단’을 발족시켰다. 이들은 과연 더민주당의 어벤져스가 될 수 있을까? (CNB=강소영 기자)
컷오프·면접탈락 등 ‘어벤져스’ 7인
전국곳곳 총선 후보 지원유세 ‘붐업’
“정책보다 이미지 치우쳐” 비판도
‘더컸 유세단’이라는 엉뚱한 아이디어는 지난 2월 필리버스터 1번 타자로 나서 관심을 모았던 청년 비례대표 김광진 의원에 의해 시작됐다. 필리버스터에서 화제를 모았지만 정작 공천에서는 떨어져 ‘오리알’ 신세가 된 ‘청년’ 김 의원은 지난 19일 페이스북에 “지원유세를 다니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이어 공천에서 탈락한 정청래 의원이 함께 하자는 전화를 해왔고, ‘더민주컷오프동기회’라고 장난스레 시작된 모임은 ‘더컷 유세단’으로 발전했다. 손혜원 홍보위원장이 ‘더 크다’는 의미로 쌍시옷을 붙인 ‘더컸 유세단’을 제안했고, ‘잘리고 배제된 전국의 약자들 곁으로’ 찾아간다는 목표를 가지고 지난 29일 출범했다.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 31일 ‘더컸 유세단’은 저녁 7시 30분부터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9번 출구 앞에서 지지자들과 대학생들의 퍼포먼스로 이날 마지막 유세를 시작했다. 땅거미가 내려앉자 정청래‧김빈‧장하나 의원 순으로 투표를 독려하는 토론을 이어갔고, 이들을 응원하거나 구경하러 나온 젊은이들로 거리는 가득 찼다.
한편에서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었다. 이날 유세를 지켜본 마포시민 김경남씨(남‧55)는 “지나치게 이미지 중심이고 흥미 위주라 유권자들의 눈을 흐린다. 정작 손혜원 후보(마포구을)는 없이 유세단만 왔다”며 “정책과 사람의 자질로 판단해야 하는데 유명인을 동원하는 유세는 제대로 된 선거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날 손혜원 후보는 부득이한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판과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일명 ‘억울한 유세단’으로 불리는 이들은 수도권은 물론 제주까지 진출할 기세다. 이들을 어벤저스 팀에 비유해봤다.
‘맏형’ 정청래
누가 뭐래도 ‘더컸 유세단’의 맏형이다. ‘당 대포’로서 당의 막말(?)을 전담하고 있다. 누구보다 왕성한 의정활동을 펼쳐온 터라 ‘광팬’이 적지 않다. 어벤져스로 치면 사고뭉치 악동이지만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은 꼭 해내는 뚝심을 가진 아이언맨과 비슷하다.
정청래 의원실 관계자는 CNB와 통화에서 “더컸 유세단이 여러 후보들의 러브콜(지원요청)을 받고 있다”며 “총선 승리의 해로운 에너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2003년 생활정치 네트워크 ‘국민의 힘’ 초대 대표를 지냈다. 2004년 제17대에 이어 현역(19대) 국회의원이며, 새정치민주연합,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을 지냈다.
‘훈남 오빠’ 같은 김광진
당 국방위원회 간사로 활동한 바 있는 김광진 의원은 말끔한 외모와 화려한 언변, 그러면서도 나직한 목소리로 보는 이들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일에 대해서는 자신의 신념을 꿋꿋하게 밀고 나간다. 남들이 마다하는 동성애 지지나, 군대 내 인권 등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며 인권 전문가로서 거침없는 행보를 보였다. 그런 그에게 헐크라는 칭호는 어쩌면 어울리지 않지만, 그가 해온 이력은 거침없다는 면에서 헐크와 닮았다.
김 의원은 전남 순천의 후보 경선에서 노관규 예비후보에 435표차로 패배하며 고배를 마셔야 했다. 그는 자신의 경선 패인을 “동성애 지지”라고 분석했다.
김 의원은 CNB와 통화에서 “선거가 열흘 남짓 남았다”며 “많은 분들이 투표하셔서 밝은 사회로 나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2012년 19대 국회에서 청년 비례대표로 입성했으며, 국방위원회, 학교폭력대책특별위원회 위원, 더민주 내 장준하 선생 의문사 진상규명위원 등을 역임했다.
‘똑순이’ 장하나
당내 똑순이 역할을 도맡는다. 장하나 의원은 서울 노원갑에서 재선에 도전했지만 지난 17일 경선에서 고용진 전 서울시의원에 패했다. 최근에는 국정원이 자신의 휴대폰 통신 내역을 조회했다는 사실을 폭로한 바 있다. 여성이지만 남성 못지않은 기개를 가졌다. 어벤져스로 치면 매의 눈으로 문제를 정확하게 보고 해결한다는 점에서 호크 아이와 닮았다.
장 의원은 CNB에 ‘더컸 유세단’ 활동과 관련, “2030 투표율이 중요하다. 젊은 세대와 소통하는 장소인 홍대입구와 노량진 일대에서 활동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육아도 노후도 걱정이고, 장사도 취직도 어렵지만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투표에 있다”며 “서민들 숨 좀 쉬고 살자는 목표, 더컸 유세단을 통해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수사와 관련해 ‘대선 불복’이라는 말로 정면 반박해 정치권에 파란을 일으키기도 했던 패기충만한 청년 비례대표다. 당내에서 ‘을(乙)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는 을지로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디자인+정치의 시작’ 김빈
김빈 디자이너는 문재인 전 대표가 당 뉴파티위원회 위원으로 영입해 입당, 지난 3일 청년비례대표에 출마했으나, 면접에서 떨어져 고배를 마셨다. 고운 외모와 강단 있는 말투로 선거에 나서야 하는 진정성을 눈물을 흘리며 말하면서 인지도가 급상승했다. 어벤져스 멤버 중 외모와 능력을 모두 갖춘 블랙 위도우와 흡사하다.
산업디자인계에서 인정받는 인재로, 가구 모서리에 제품을 연결해 쓰도록 하는 ‘드링클립(Drinklip)’을 디자인한 것으로 유명하며, 대한민국 차세대 디자이너 리더에 선정되기도 했다. 빈컴퍼니 대표를 맡고 있으며,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 주임디자이너 출신이다. 서울, 런던, 프랑스 등지에서 전시회를 가진 경력이 있다.
‘리틀 김대중’ 김홍걸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으로 최근 당에 입당해 총선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그 배경으로 "어머니(이희호 여사)가 살아생전에 ‘정권 교체’를 보여드리고 싶어서"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직설적인 언변과 확신에 찬 목소리는 ‘번개처럼 귀에 꽂힌다’는 점에서 어벤저스에서 번개를 무기로 사용하는 토르를 닮았다.
정치학자로도 알려져 있다. 고려대를 졸업하고 캘리포니아대에서 대학원 국제정치학 석사를 수료했다. 미국 퍼모나대 태평양연구소 객원연구원, 연세대 김대중도서관 객원교수로 활동 중이다. 이번 총선에서는 광주시선거대책위원장과 국민통합위원장을 맡아 일선에서 뛰고 있다.
‘주부의 힘’ 남영희
주부의 대변자로 나선 남영희 중앙위원(고양 덕양을 여성위원장)은 비례대표 33번을 받으며 사실상 당선과 멀어졌다. 남 위원은 ‘전업주부 행복수당 지급’ 등 돋보이는 생활정치 실천공약을 내세워 눈길을 끌었다. 주부라는 특별 직능을 대표하며 진정성을 호소한다는 점에서 염력이라는 도구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스칼렛 위치와 닮아 있다.
연세대학교 행정대학원 석사과정에 재학 중이며, 정치 참여는 이번이 처음이다.
‘생계형 정치’ 이동학
▲이동학 전 혁신위원 (사진=이동학 페이스북)
이동학 전 새정치민주연합(더민주당 전신) 혁신위원은 82년생으로 ‘더컸 유세단’의 진정한 막내다. 아르바이트라고는 안 해본 게 없을 정도로 생계형 정치인인 그는 이번 후보 경선에서 황창화 국무총리 비서실 정무수석에게 승리를 내주고 말았다.
이 전 혁신위원은 지난해 4월 당 전국청년위원장 선거에서 30대 초반의 무명 청년당원으로서 현역 의원들과 맞서 19.3%의 득표율로 주목 받았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그의 후원회장을 맡은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다준다청년정치연구소 소장, 이판사판 대표, 더미래연구소 운영위원을 지냈다.
(CNB=강소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