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아동 학대의 이유에는 높은 치료비와 재활비 등 경제적인 부분을 무시할 수 없다. 이에 정부는 바우처 제도 등을 통해 지원에 나섰지만, 성인이 되면 이 마저도 지원받을 수 없게 돼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22일 서울시내 가양동에 위치한 어느 특수교육센터에서 장애청소년과 선생님이 체육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강소영 기자)
지난 2일 30대 주부가 지체장애 2급인 자신의 딸을 살해한 사건을 계기로 장애인 자식을 키우는 부모들의 고충이 사회적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이런 끔찍한 사건이 두 번 다시 재발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장애아동을 키우는 부모를 케어 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CNB가 장애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들을 만나 애환을 들어봤다. (CNB=강소영 기자)
장애아는 부모 탓?
유니세프는 지난 2013년 세계아동현황보고서를 통해, 약 9300만명이 보통 또는 중증 장애를 가지고 있으며, 이는 14세 미만 어린이 20명 중 1명꼴이라고 밝혔다. 유니세프는 장애에 대한 정의가 나라마다 달라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많은 수의 장애아동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장애아동 발생률은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보건복지부가 조사한 장애아동수당 수급자 현황을 보면, 중증과 경증을 합쳐 2007년 1만4895명, 2008년 1만6001명, 2009년 1만7724명으로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장애아동에 대한 학대 사례도 늘면서 제도적 대책 마련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의 2014년 통계에 따르면 아동 학대의 82%는 가정에서 발생하고 있다. 장애 아동은 지적능력이 낮기 때문에 학대를 당해도 표현을 하지 못한다. 또 주로 집에서 학대가 발생해 목격자가 없을 확률이 높아 드러나지 않은 장애아동 학대는 더욱 많은 실정이다.
의료비 부담 아동학대로 이어져
한편 장애아를 둔 가정은 일반가정보다 의료비 지출이 더 크다. 베트남의 경우 장애아를 둔 가족은 일반 가정보다 약 9%의 추가비용이 발생하고, 영국에서는 11~69%의 추가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높은 의료비와 재활 비용 외에 기회비용까지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부모들은 직업을 포기하고 아이에게 매달릴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레 소득 수준이 감소하게 된다. 이렇게 소득수준이 감소해 경제적 어려움이 커지게 되면 아동학대 또한 더 늘게 된다. 빈곤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2015년부터 ‘장애인아동복지지원법’을 마련해 장애아동을 ‘복지지원 이용권’ 등으로 지원하는 법안을 마련했다.
이는 일명 ‘바우처 제도’로 불리는데, 정부가 특정 수혜자에게 교육‧주택‧의료 등 복지 서비스 구매에 대해 직접적으로 비용을 보조하는 것을 말한다.
이 제도로 경증‧중증 아동들이 스포츠, 언어치료 등 여러 분야의 도움을 받는다. 학생의 경우, 굳센카드(특수교육치료를 받을 수 있는 카드. 복지부가 매달 1일 일정금액을 적립해 줌)를 통해 바우처 혜택을 받는다.
또한 각 지역 교육청 산하 특수교육지원센터(신체적·정신적·사회적 발달 장애아동에 적절한 교육을 실시하기 위한 기관)에서는 장애아동을 둔 부모들을 대상으로 장애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장애영아교육의 방향성을 안내하고, 장애영아의 2차 장애 예방 및 발달을 촉진하는 교육 프로그램 등을 진행한다.
그러나 이같은 지원책들도 명암이 극명히 갈린다.
바우처의 경우, 장애아동재활이라던가 언어발달지원서비스는 지원 기준을 너무 낮게 책정해 정작 지원받아야 할 아이들에게는 큰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비판이 인다. 또 교육청 교육은 제한된 인원만 진행하다보니 관내 모든 부모에 돌아가는 혜택이 아니란 점에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온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 김남현 대표는 CNB에 “우리나라 장애아동 정책은 지체장애에 맞춰져 있다. 바우처를 받기 위해 신청을 할 때 기준도 ‘숟가락을 들 수 있는가’, ‘대소변을 가릴 수 있는가’ 정도”라며 “발달장애아동에게는 ‘손을 놓으면 도망가느냐’, ‘더러운 것을 구별할 수 있느냐’ 등 위기대처 능력과 위생관념 여부를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애아동을 둔 부모들은 “차라리 바우처 카드를 연금형식으로 줘서 교육이면 교교육, 스포츠면 스포츠에 필요한 곳에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불편한 점을 호소한다. 사진은 장애인 전문 체육 센터에서 한 장애아동이 바우처를 통한 수업을 진행하는 모습. (사진=강소영 기자)
성인되면 교육‧치료 혜택 중단
그나마 바우처 지원은 성인(만19세)이 되면 모두 끊긴다.
장애아동은 성인이 되더라도 부모의 경제적 부담으로 인해 교육과 치료를 받지 못하게 되면 치매노인처럼 어린 시절로 퇴행해버린다. 바우처는 치료와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어 지속적으로 습득하고 기억해야만 하는 발달장애인들에게는 필수적인 지원책이다.
장애아동 부모들이 자녀를 돌볼 능력을 상실했을 때야말로 국가가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60대 노모가 40대 발달장애인을 살해하거나, 80대 노부가 장애인인 자신의 아들을 살해하고 뒤따라간 일련의 사건들만 보아도 시간이 지나 홀로 남겨질 아이에 대한 부모들의 걱정은 날로 깊어진다.
강서구 가양동에 위치한 ㄱ체육센터에서 심리운동을 배우고 있는 재정이 엄마 김유진(가명, 42)씨는 “내가 늙고 병들어 세상을 떠나게 된 후 남겨질 아이가 걱정”이라며 “바우처 카드를 연금같이 쓸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따라 장애인 주거시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요구되고 있다.
현재 부모를 여의는 등 갈 곳이 없어진 지체 및 발달장애인들은 연령과 장애 유형에 따라 정해진 거주시설로 옮기게 된다. 그러나 이마저도 장애인 폭력과 횡령을 저지른 ‘인강원 사건’으로 시설의 폐쇄성이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이후 서울시는 장애인들을 기존의 폐쇄적인 시설에서 그룹홈같은 ‘변형된 시설’(대규모 수용시설이 아닌 쉐어하우스 형태)에 수용하는 ‘탈시설 계획’을 발표했지만 이마저도 ‘장애인 수용’이라는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에서 시민단체의 반발을 사고 있다.
특히 부모를 여윈 장애아동의 경우, 정신적 충격이 성인보다 큰 만큼 소규모 공동체 활동을 통한 정서회복이 시급하다.
김 대표는 “주거시설을 개선하지 않으면 ‘제 2의 인강원’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며 “발달장애인들은 자기주장을 할 수 없어 학대에 놓일 수 있으니, 4명이 거주하는 소규모 시설로 공동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CNB=강소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