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이 한 달 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낙천‧낙선 운동도 활발해지고 있다. 환경 단체와 지역 시민단체는 각기 다른 이유로 낙천 대상자를 발표하며 낙선 운동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는 유권자에 정보를 제공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편파성을 띌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환경운동연합)
4월13일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시민단체의 낙천‧낙선운동이 불붙고 있다. 선거 감시 활동을 통해 알 수 없던 정보를 드러내 유권자의 선택에 도움을 주지만, 일각에서는 후보자에 대한 비방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낙선운동을 진행하는 단체들이 대부분 진보성향이다 보니 정치색에 따른 ‘흠집내기’라는 우려도 나온다. (CNB=강소영 기자)
지역이기주의·색깔론 잣대 논란
‘환경운동연합 2016 총선특별위원회’는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누하동 환경운동연합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낙천 대상자로 선정된 27명을 공표했다.
4대강·핵발전·산업국토난개발 지지 여부를 기준으로 권선동(새누리당, 강원 강릉), 김무성(새누리당, 부산 중구·영도구), 원유철(새누리당, 경기 평택갑), 윤상직(새누리당, 부산 기장), 이노근(새누리당, 서울 노원갑), 최경환(새누리당, 경북 경산·청도), 허남식(새누리당, 부산 사하갑), 홍문표(새누리당, 충남 홍성·예산) 등이 포함됐다.
환경운동연합은 권선동 새누리당 의원이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을 지지했다는 것을 근거로 “우리의 국토와 환경, 미래세대의 삶을 망가뜨리는 잘못된 정치인들은 마땅히 공직에서 제외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18대 국회부터 ‘4대강 찬동 인사’로 평가된 점을 들어 부적격 인사로 분류했다.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는 국회 의정활동과 인권침해 발의자, 부패연루, 불법부당 선거개입 주도자, 역사관 등을 평가해 공천 부적격자 2명을 발표했다.
인천지역 시민단체 37개로 구성된 ‘해경본부 인천 존치를 위한 인천시민대책위원회’도 “해경본부 이전 문제에 대해 관망만하고 방치했다”며 새누리당 황우여 의원과 윤상현 의원에 대해 낙선 운동을 전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이들이 낙선 대상으로 선정한 후보를 모두 부적격자로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4대강사업의 경우, 환경문제를 둘러싼 찬반양론이 팽팽한 사안이다.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가 ‘4대강(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사업’을 추진한 이후 예산낭비‧환경오염 등을 둘러싼 논란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야당과 시민단체는 4대강에 보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도급비리 등의 문제가 나타났고 녹조가 심해지는 등 환경이 악화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정부·여당은 홍수와 가뭄이 줄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정확한 환경파괴 증거가 나오기까지는 상당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인천지역시민단체들이 낙선 명분으로 내세운 ‘해경본부 이전’이라는 주제도 지역이기주의로 비춰질 수 있는 대목이다. 충북시민단체들이 기준으로 삼은 역사관 등도 주관적인 잣대가 개입될 소지가 있다.
▲낙선 운동의 명과 암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곳은 SNS(사회관계망서비스)다. 선거법에는 현재 SNS에서 선거 운동을 비롯해 낙선 운동도 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그러나 어떤 행위를 하느냐에 따라 한 끗 차이로 합법과 위법으로 나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사진=연합뉴스)
SNS 낙선운동 사실상 무방비
하지만 현행법상 낙천·낙선운동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선관위와 법원은 유권해석과 판례 등을 통해 시민단체의 명단 공개 자체는 합법으로 보고 있다. 공직선거법상 ‘정당 후보자 추천에 관한 지지·반대 의견 개진 및 의사표시’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낙천·낙선 대상자에 대한 보도자료 배포나 기자회견 형식의 공표, 선정한 단체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리는 행위는 선거법 위반이 아니다.
특히 SNS를 통한 낙선운동은 범위가 더 넓다. 선관위 관계자는 CNB에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단체로 지정된 단체 외에는 SNS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단체는 정부 산하단체인 농·수협, 동호회·계모임 등 공인되지 않은 개인 간 모임 등이다. 이를 제외한 공인된 시민단체(재단, 법인 등)는 얼마든지 가능하단 얘기다.
그러나 낙천·낙선 대상자 명단이 적힌 홍보·유인물을 제작해 거리집회, 우편발송 등의 방법으로 배포하거나 유권자를 상대로 거리 서명운동에 나서는 것은 불법이다.
또 시민단체 등이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를 지지·반대한다는 의견을 기자회견으로 발표하기 전 선거구민에게 이같은 기자회견 개최사실과 장소를 고지해 모이도록 하는 경우도 허용되지 않는다.
(CNB=강소영 기자)
기사 속 기사
낙선운동은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2000년 참여연대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2000 총선시민연대’는 같은 해 낙선 대상자 86명을 발표했다. 이 중 실제로 59명이 낙선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는 1999년 시민 단체들이 국회의원에 대한 ‘정기국회 국정감사 모니터 운동’을 펼쳐 의정 활동에 대한 감시에 나선 것이 발단이 됐다. 이후 국회의원들은 반발하며 상임 위원회 방청을 금지했고 정치 개혁에 대한 갈증이 있던 여론은 낙선 운동으로 뜻을 나타냈다.
반면 낙선 대상으로 선정된 후보들이 대부분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자민련(자유민주연합) 등 보수정당 공천자들이었기 때문에 집권여당이었던 새천년민주당을 지원하기 위한 운동이었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낙선운동의 방식이 의사표시의 수준을 넘어 조직적으로 이뤄진 점에서 특정후보에 대한 당선운동과 다르지 않다”며 위법으로 판시했으나, 2011년 온라인 선거운동이 합법화되며 일부 허용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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