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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던지고 불붙이고 매달고’ 우리가 뭘 잘못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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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강소영기자 |  2016.03.08 16:22:31

▲동물학대의 도가 점점 지나치고 있다. 사람에 대한 증오심을 동물학대로 표현하는 등 우리 사회의 폭력성은 점점 짙어지기만 한다.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순간 화가 나서 그랬습니다.”

6개월 된 강아지가 숨도 채 쉬지 못하고 눈을 감고 있다. 한 남자가 다가와 라이터 기름을 강아지에 뿌린 뒤 불을 붙였다. 지난 달 경남 창원시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문제의 40대 남성은 강아지로 인해 아내와 잦은 다툼을 겪었다. 결국 아내가 집을 나가자 자신의 집인 5층에서 강아지를 내던지고 죽어가는 어린 강아지의 몸에 불까지 붙였다. 결국 이 남성은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또 얼마 전 기르는 동물을 성적으로 학대하는 사람들을 모으는 글이 SNS를 통해 유포되기도 했으며, 중국 놀이공원에서는 동물을 상품으로 건 게임이 등장해 누리꾼들의 공분을 샀다. 그러나 법으로 이들의 범죄를 처벌하기는 어렵다.

1~2인 가구가 늘면서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17.4%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고, 이 중 94.2%가 애완견이라는 통계가 있다. 미국에서는 애완견 키우기가 장수의 비결로 통한다.

그러나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늘어가는 만큼, 마찰도 늘고 있다. 지난해 10월 농립축산검역본부는 국민 3000명에게 ‘동물보호 이슈에 한국이 얼마나 잘 대응하고 있는지’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92.9%가 동물학대자 처벌과 동물복지법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현재 외국에서는 동물학대를 엄중하게 처벌하고 있다. 영국은 반려견(犬)과 반려묘(猫)를 아무 이유 없이 굶긴 30대 여성에 사회봉사 250시간과 10년 동안 반려동물 소유 금지 처벌을 내렸다. 미국 연방수사국(FBI)도 지난 해 동물학대를 ‘반사회적 범죄’로 분류하고 올해부터 동물관련 범죄를 살인 및 폭행죄와 같은 범죄로 간주해 처벌을 강화하기로 했다. 

동물학대→살인 위험성 내포

우리나라에서는 동물학대로 판명되어도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1년 이하의 징역이 전부다. 심지어 벌금으로 30만원을 내라는 판결을 받기도 한다.

이토록 가벼운 처벌은 또 다른 폭행을 부를 수 있다. 작은 폭행이 반복될수록 무감각해지며 사람에 대한 증오로까지 번질 위험성이 높아진다.

일례로 이별통보를 한 여자 친구가 기르는 애완견의 눈에 세제를 넣는 등 사람에게 풀지 못하는 화를 애완견에 풀다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사례들만 보아도 그 심각성은 혀를 내두를만하다. 

미국 보스턴 노스이스턴 대학의 연구 결과를 보면, 동물학대자의 70%는 적어도 하나 이상의 다른 범죄를 저질렀으며 40%는 사람에 대한 폭력범죄를 저질렀다. 또 남성 범죄자의 30%, 아동성추행의 30%, 가정폭력의 36%, 살인범의 46%에서 동물학대의 흔적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는 동물 학대가 현실에서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것을 반영하는 동시에 폭행에 대한 위험성이 커질 수 있음을 반증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학대 연령이 점점 어려지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한 연구소에 따르면 소년범죄로 감옥에 가 있는 복역 중인 청소년의 80%가 동물을 학대한 적이 있고, 그 중 60%가 동물을 죽인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물학대로 반려견과 반려묘가 몸살을 앓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이에 대한 처벌은 미미하기만 하다. 사진은 인터넷상에서 세계 각국의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포메라이언 ‘BOO’.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그렇다면 이를 막으려면 어떠한 조치가 필요할까? 

함께 살아가는 반려견, 반려묘로 인식해야 하지만, 그 전에 동물을 괴롭히지 않도록 화를 풀 창구가 있는 사회가 마련돼야 한다. 이는 비단 학대를 저지르는 사람만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정신적인 문제도 안고 있겠지만, 화를 안기는 사회는 더욱 약한 존재에게 화를 다시 퍼붓는 ‘뫼비우스의 띠’ 구조로 돌아간다.

현재 우리 사회를 들여다보자. 취업과 결혼, 집, 아이를 포기하는 젊은 세대와 마땅히 일거리가 없이 방황해야 하는 노인들, 금수저와 흙수저로 나뉘고, 온갖 편견으로 가득한 사회가 점점 더 사람들을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있다. 

각박한 상황 속에서 인간과 함께 하기에 애완동물들의 충성심과 배려심은 결코 부족하지 않다. 그들은 상대방의 호의를 읽을 수 있고, 슬픔과 싫음 등 감정을 읽을 수 있는 지각 능력을 갖고 있다.

외로운 밤, 당신의 곁에 아무도 없을 때 가만히 다가오는 반려동물이 있다면 한번 쯤 눈을 맞추고 감정을 나누어보기를 권한다. 

일에 치이고 사람에 치인 당신에게 반려동물이 애교를 피울 때면 무한한 사랑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어느 순간 느끼게 될 것이니까.

(CNB=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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