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최태원 회장의 혼외자 고백으로 SK家에 폭풍이 불어 닥친 가운데, 둘째딸 최민정 해군 중위가 현재 북방한계선(NLL)에서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통 재벌 3세와는 다른 행보에 가정사와 함께 그녀가 입대를 하게 된 배경도 주목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부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관장의 결별로 SK家가 구설수에 오른 가운데, 두 사람의 둘째딸 최민정 해군 중위가 최근 서해 최전방 북방한계선(NLL)에서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끌고 있다. 각종 포털과 종편채널에 그녀와 관련된 각종 얘기들이 회자되면서 노 관장은 불편한 기색이다. 그녀가 금수저를 버리고 혹독한 군 생활을 택한 이유는 뭘까. (CNB=강소영 기자)
재벌가 병역기피와 대조…훈훈한 감동
그녀의 모험 정신, ‘최전방 NLL’ 택해
호사가들 “군입대 배경에 가정사 작용”
최 회장은 지난해 12월 29일 자신에게 혼외자가 있다는 편지를 공개해 파문을 일으켰다. 그가 쓴 편지에는 아내 노소영 관장과의 순탄치 않았던 결혼 생활과 혼외자를 낳게 된 배경이 담겨 있었다.
최 회장은 이미 지난 2013년 유명 로펌의 가사 전문 변호사를 선임해 서울가정법원에 낼 이혼 소장을 작성하고 당시 미성년자였던 외아들 인근(현재 20세)씨에 대한 친권자 및 양육권자 지정을 청구했다.
노 관장은 최 회장에게 혼외자가 있다는 사실을 수년 전부터 알았고 가정을 지키기 위해 이를 묵묵히 지켜봤다는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더욱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집안 사정이 이러함에도 이들의 둘째 딸 민정씨는 자신의 길을 꿋꿋이 가고 있어 눈길을 끈다.
지난 2014년 11월 민정씨는 재벌가 여성으로서는 드물게 해군사관후보생(학사장교)으로 자원입대했다. 작년 6월 말 아덴만으로 파병을 떠나 6개월간 임무를 수행했고, 지난 1월 말 해군 2함대사령부 예하 전투전대 본부로 발령받아 통신관으로 근무 중이다. 현재는 NLL을 방어하는 해군2함대사령부 소속으로 알려졌다.
▲최태원 회장(왼쪽)이 지난 2015년 혼외자가 있음을 밝히고, 아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냉랭한 사이를 털어놓았다. 노 관장은 수년 동안 최 회장의 외도를 알고 있음에도 가정을 지키기 위해 침묵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연합뉴스)
진짜 입대 배경은?
민정씨는 어렸을 때부터 여타 재벌 집안 3세들과는 다른 길을 걸어왔다. 고교시절 신분을 속이고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는 등 자립심을 드러냈다.
그녀는 베이징대 재학 중에도 한국에 들어오면 여러 아르바이트를 하고, 와인 바 아르바이트를 하다 잔을 많이 깨 쫓겨나기도 하는 등 집에 손을 벌리지 않는 독립적인 인재로 자랐다.
이같은 사회 경험을 바탕으로 최 중위는 지난 2013년 젊은 유학파 인재들과 중화권 고객을 대상으로 한국제품을 판매하는 역직구 쇼핑몰 ‘판다코리아닷컴’을 공동 창업하며 역량을 키워왔다.
민정씨가 군 생활을 택한 배경에는 이같은 독립적인 성향이 한 몫 했던 것으로 보인다.
민정씨가 처음 입대를 지원했던 함정 승선 장교는 해군에서도 힘들기로 소문난 곳이다. 그녀는 해군 면접 당시 “(어네스트) 세클턴이 남극을 탐험한 도전 정신과 좌초 위기를 돌파한 리더십에 감동을 받아 도전하기 위해 해군에 지원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녀가 말한 어네스트 세클턴은 100년 전 탐험가로, 1915년 22명의 동료들과 함께 탐험선 ‘인듀어런스’호를 타고 남극 탐험에 나섰다가 떠다니는 얼음덩이에 갇혔다. 이후 난파선으로 보트를 만들어 무사 귀환해 강인한 리더십과 모험심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로 유명하다.
민정씨의 성향으로 볼 때, 세클턴에 대한 동경심은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최 중위의 언론 노출에 대해 어머니 노소영 관장은 우려를 드러냈다. 사진은 최 중위가 소말리아 아덴만 파병 임무를 무사히 마치고 지난 해 12월 23일 해군작전사령부 부산기지에서 열린 입항 환영식에 참석해 어머니 노 관장을 만나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노소영 “최 중위 언론노출 마음 아프다”
그러나 호사가들은 민정씨가 군을 택한 진짜 배경에는 ‘가정사’가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은 이미 2000년대 중반부터 사이가 멀어져 2009년 말 별거에 들어갔다. 최 회장은 2000년대 내연녀 김모씨를 알게 됐고 김씨는 2010년 최 회장의 딸을 낳았다.
최 중위가 입대한 것은 2014년으로, 최 회장과 노 관장 간의 갈등이 최고에 달한 시점일 가능성이 높다. 최 중위가 군을 택한 데는 이런 집안 분위기가 작용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노 관장은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노 관장은 과거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딸이 더 이상 언론에 노출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직 성장하는 시기”라며 “제 딸을 가만 놔두시면 안 되나요? 맘이 아파요”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SK그룹 관계자는 CNB와의 통화에서 “최 중위에 대해 그룹 차원에서 할 말은 없다”면서 “우리도 언론 보도를 통해 최 중위의 군 생활을 보고 듣고 하는 정도”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녀가 군을 택한 배경이 무엇이든 간에 병역을 피하려 타국의 영주권을 따는 일부 재벌 3세들과 확연히 다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CNB=강소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