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마지막으로 야당의 필리버스터가 2일 막을 내린다. 정의화 국회의장의 ‘테러방지법’ 직권상정을 막겠다는 의미로 시작된 이 무제한 토론은 결국 테러방지법 통과를 막지는 못했다. (사진=연합뉴스)
9일간 이어졌던 야당의 필리버스터 대장정이 2일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발언으로 끝을 맺는다.
당초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테러방지법’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오는 10일까지 무제한 토론을 이어갈 계획이었다. 그러나 더민주 지도부는 지난 1일 의원총회를 열어 4.13 총선 일정에 앞서 선거 역풍을 맞을 것을 우려해 토론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필리버스터 중단을 강경하게 막아서는 의원들과 지도부가 고성을 주고받는 등 마찰을 빚었으나, 테러방지법의 국회의장 직권상정을 막기 위한 행보는 결국 이종걸 원내대표의 사죄로 마침표를 찍게 됐다.
이쯤되니 이철우 새누리당 의원이 필리버스터 시작과 동시에 “시간의 문제지 (테러방지법이) 처리되는 건 틀림없다”고 말한 대목이 맴돈다.
야당이 그토록 막으려 했던 테러방지법, 이토록 뜨거운 논란이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테러방지법 제9조에는 국정원장이 테러위험인물의 통신정보·민감정보를 포함한 개인정보·위치정보를 수집할 수 있도록 하고, 금융거래상 지급정지 조치와 추적까지도 허용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즉, 테러위험인물로 분류될 경우 국정원장이 통신정보‧위치 추적을 비롯한 개인정보‧금융거래 추적까지 하이패스처럼 단번에 허용되는 셈이다.
이 테러위험인물로 분류되는 기준은 ‘테러단체의 조직원이거나 테러단체 선전, 테러자금 모금·기부 기타 테러예비·음모·선전·선동을 하였거나 하였다고 의심할 상당한 이유가 있는 자’라고 되어 있다. 그러나 기준이 매우 모호해 국정원의 입맛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야당의 독소조항을 고치려는 노력도 있었다. 그러나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난 23일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대테러센터장에 국정원장을 임명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명시해달라고 요구했고, 상설감독관으로 대테러 인권보호관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여야 합의로 추천키로 하자고 했는데 반영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테러방지법의 통과가 눈앞으로 다가오자 법안에 담긴 독소조항으로 인한 시민들의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사진은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열린 ‘국정원 권한 강화’ 테러방지법 제정반대 긴급서명 및 1인 시위 돌입 기자회견에서 참석자가 테러방지법 처리를 반대하는 내용의 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시민들은 사생활을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에 각기 자신만의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서울의 한 복지관에 근무 중인 K씨(29)는 “법이 통과되면 누구든 감청의 위험이 있으니 비교적 보안이 튼튼하다고 생각되는 아이폰으로 바꿀 것”이라며 “이젠 카카오톡도 쓰지 않고 외국에 서버를 둔 메신저를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사에 근무하는 S씨(33)는 “직업이 직업인만큼 누군가 나의 메신저를 들여다볼 것 같은 불안함이 있다”면서 “SNS 등에 올린 정부 관련 메시지는 모두 지울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현 국회법상 필리버스터가 종료되면 국회의장은 토론 종결 선포를 한 뒤 해당 안건에 대해 표결할 수 있다. 4.13 총선을 한 달 여 앞두고 테러방지법 통과는 현실로 다가왔다. 이후 민심의 향배가 어느 곳을 향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