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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모 칼럼] 탈모 치료비를 고정한 사연은?

Dr. 홍의 무명초 이야기 <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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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이희정기자 |  2016.02.23 11:20:10

코끼리 설명에 대한 우화가 있다. 옛날 인도의 왕이 코끼리 한 마리를 뜰에 세웠다. 왕은 장님 6명에게 이 동물을 만진 뒤 묘사하게 했다. 상아를 만진 장님이 말했다.

“코끼리는 길쭉한 무처럼 생겼습니다.” 귀를 만진 사람은 “곡식에서 불순물을 제거할 때 쓰는 키와 같다”고 했다. 다리를 만진 제3의 인물은 절굿공이에 비유했고, 등가죽을 비벼본 사람은 큰 평상과 같다는 의견을 냈다. 배를 만진 이는 항아리, 꼬리를 만진 사람은 밧줄 같은 동물로 설명했다.

한 마리 코끼리에 대해 여섯 가지 묘사가 나온 것이다. 모두 부분적인 것에 불과했다. 이 우화를 통해 전체를 보지 못하는 경우의 답답함을 알 수 있다. 큰 시각으로 코끼리를 한 눈에 보았다면 정확하게 설명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탈모인은 부분을 전부로 알 수 있다. 부분만 보고 판단할 수도 있다. 그래서 필자는 탈모 치료 때 전반적인 그림을 설명한다. 병원에 오는 기간과 횟수를 미리 이야기한다. 전체 숲을 조망하는 가운데 나무를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게 안내한다.

상담 첫 날에 치료 기간과 병원에 오는 횟수를 설명한다. 훗날 치료가 끝났을 때 보면 80%는 맞는다. 20%는 기간이 더 소요되기도 하고, 단축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결과는 필자가 신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 상황이 변하는 탓도 있다. 두피와 모발은 살아있는 생명이다. 또 사회생활을 하는 탈모인은 세팅된 실험실 안에서 고정된 게 아니라 다양한 변수에 노출된다. 치료 기간과 횟수가 다소 유동적일 수 있는 것이다.


변수를 감안해 필자는 치료비를 고정시켰다. 예상보다 치료 기간이 길거나, 반대로 치료가 빨리 끝나도 비용은 같다. 고객 입장에서는 치료 기간이 단축되면 당연히 기분이 좋고, 치료를 더 받아야 하는 경우도 추가 비용의 부담이 없어 좋다.

치료 기간에 따른 에피소드도 있다. 10개월 진단을 했는데, 6개월 만에 모발이 회복된 사례가 가끔 있다. 대부분 얼굴이 밝아진다.

하지만 K씨는 달랐다. 50대인 K씨는 탈모 상태가 심했다. 경험적으로 볼 때 오랜 치료가 예상됐다. 10개월 동안 24회 정도 치료를 예상했다. 그런데 6개월, 14번 만에 치료가 끝났다. 그는 정말 좋아했다. 그런데 다음이 문제였다. K씨는 4개월분의 환불을 요구했다. 예상치 못한 요구에 잠시 미소만 지었다. K씨는 다른 조건을 제시했다. “제 동생도 탈모인데, 저렴한 비용으로 해주세요.”

그 일 이후 생각했다. 기간과 횟수 안내는 코끼리의 전체를 볼 수 있는 상황 설명이다. 기간과 횟수는 변수가 있다. 그렇다면 탈모 상태에 따른 치료비를 고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치료 기간에 상관없이 심각한 탈모와 초기 탈모의 비용은 다를 수밖에 없다. 필자가 탈모 치료비용을 두피 상태에 따라 고정하는 이유다.



글쓴이 홍성재 의학박사/웅선클리닉 원장
의학 칼럼리스트로 건강 상식을 이웃집 아저씨 같은 살가움과 정겨움 넘치는 글로 소개하며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저서로 ‘탈모 14번이면 치료된다’ ‘진시황도 웃게 할 100세 건강비법’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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