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 활성화의 마지막 일환으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서발법)’의 국회통과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현재 ‘서발법’은 3년째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그 배경에는 ‘의료민영화’를 우려하는 야권의 목소리가 깔려있다. (사진=연합뉴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 통과되면 관광, 의료, 교육, 문화 등에서 청년들의 일자리 60만개를 만들 수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6일 국정 연설에서 다시 한 번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서발법)의 국회통과를 촉구하면서, 법안의 내용과 취지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시정연설에 이어 올해 초 대국민담화 때도 ‘서발법’의 국회통과를 촉구했다. 국무회의 때도 수차례 이 법을 언급했으며, 급기야 올해 초부터는 정부 주도의 법안통과 촉구 서명운동까지 벌이고 있다. 대통령은 왜 이 법에 목을 매는 걸까? (CNB=강소영 기자)
여야 정쟁에 5년 간 국회 표류
서비스법-의료민영화 함수 복잡
서명 나선 대통령 “속타는 심정”
서발법은 지난 2011년 12월 처음 국회에 제출된 이후 여야의 첨예한 입장 차이로 국회에서 잠자다 폐기됐다. 이후 정부는 서발법 일부를 수정해 2012년 제정안을 국회에 다시 제출했으나 3년째 표류 중이다.
이 법안은 서비스산업의 생산성이 계속 떨어지면서 이에 대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일자리 창출 등 서비스 분야에서 성과를 내는 기업에게 자금지원과 세제혜택을 주자는 게 골자다. 법이 통과되면 자금, 인력, 기술, 창업, R&D 등 모든 분야에서 지원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법안이 제정되면 2030년까지 서비스산업 분야에 69만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 고용률을 70%까지 달성할 수 있고,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에 진입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2013년 기준 서비스산업의 취업유발계수는 10억원에 약 17.8명이다. 10억원이 투자될 경우, 18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런 차원에서 법안이 제정되면 잠재 성장률이 0.2~0.5%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다보니 유통기업들은 이 법의 통과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서비스기업 400개사를 대상으로 ‘서비스산업발전법에 대한 업계 의견’을 조사한 결과, 응답기업의 84.9%가 ‘서비스산업의 성장과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되며, 조속히 법안이 통과돼야 한다’고 답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월부터 ‘원샷법’(국회 통과)과 함께 국회 표류중인 ‘서발법’의 처리를 촉구하는 ‘민생구하기 입법 촉구 천만 서명운동’을 전개했다. 그 결과, 지난 16일 오전 기준으로 118만7192명이 서명을 마쳤다고 대한상공회의소는 밝혔다. (사진=대한상공회의소 제공)
하지만 법안이 표류하자 박 대통령은 “속이 타들어가는 심정”이라며 지난달 ‘입법 촉구 천만 서명’이라는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 서명에는 전경련 등 경제5단체를 비롯, 삼성‧현대차‧LG‧SK‧현대‧포스코‧두산‧한화 등 재계 서열 20위권 내 대기업들이 대부분 동참했다. 온라인에서는 서명이 시작된 지 일주일 만에 참여자수가 20만명을 훌쩍 넘었다.
박 대통령이 이같은 ‘최후 카드’를 꺼낸 데는 경제침체와 청년실업 등 성장통을 겪고 있는 우리 사회에 돌파구가 절실하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한 경제단체 연구위원은 “서발법이 정부의 방향과 기업의 노력을 통해 고부가가치를 찾아간다면 제조업과도 융합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로 인해 국내 산업구조가 조금 더 알차지고 경제에 조금 더 기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갈 수 있는 구조가 된다”고 정부 주장에 힘을 실었다.
새누리 “의료민영화와 무관한 법안”
하지만 야당은 “서발법이 통과되면 ‘의료 영리화’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며 여전히 강하게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야권은 법안에 ‘의료’가 들어간 부분과 주무부처가 기업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라는 점을 들어 ‘의료 민영화’가 현실이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주장에 따르면, ‘의료’를 서발법에 포함하면 병원은 영리 자회사를 세울 수 있게 되고, 정부 여당이 추진 중인 ‘의료법 개정안’을 실시할 확률이 높아진다. 보험사와 병원이 ‘복합 기업’이 돼 영리병원 형태의 병영경영지원회사(Management Service Organization)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게 될 경우, 보험회사의 병원 소유뿐만 아니라 병원에서의 화장품, 의료기기 등 영리형 수익사업이 가능해진다는 주장이다.

▲'서발법'을 두고 여야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린다. 더불어민주당은 "서비스에 '의료'가 포함되면 병원이 영리화 될 우려가 있다"고 말하는 반면, 새누리당은 "별개의 문제"라고 선을 긋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비스산업 정책을 총괄하는 ‘컨트롤 타워’도 의혹을 더하고 있다. 서발법은 민관합동으로 ‘서비스산업선진화 위원회’를 만들어 5년마다 기본계획과 연도별 시행계획을 수립하고 관련 연구개발 성과에 대해 정부인증과 자금, 세제지원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런데 위원장 2명 중 1명이 기획재정부 장관이다.
기재부는 지난 2009년 ‘투자개방형 의료법인(영리병원) 도입 필요성 연구’를 통해 국내 영리병원 도입에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당시 같은 연구를 맡은 보건복지부 산하 보건산업진흥원은 “1조~7조원 사이 경제적 효과가 발생할 수 있지만, 의료비가 최대 4조원 증가하고, 중소병원 최대 92곳이 도산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처럼 의료민영화에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기재부의 수장이 위원회를 맡게 된다는 점에서 야권이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통과 가능성은?
지난해 3월 더불어민주당(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은 ‘보건의료’ 부분을 서발법에서 제외하면 법안 통과에 동의하겠다고 했으나 아직까지 여권과 접점을 찾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3일 김용익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서비스법의 공공성을 강화한 대안입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여당은 “보건의료 전체를 제외하자는 기존 주장과 동일한 제안”이라며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현재 새누리와 더민주는 “보건의료의 공공성을 훼손하지 않겠다”는 점에서는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구체적인 법 조문에 ‘의료와 서비스’를 접맥시키는 부분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서발법은 법안 어디를 보더라도 의료 공공성을 훼손할 만한 조항이 없다. 오로지 일자리 창출을 위한 법안인데도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 4월 총선 전에 통과시키지 못하면 사장될 수밖에 없는 만큼 어떻게든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CNB=강소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