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제주도에서 열린 제2회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IEVE)에 출품된 중국 비야디의 전기차 E6. (사진=연합뉴스)
전 세계를 강타한 폭스바겐의 배기가스 조작 파문 이후, 친환경차 시장에서 한때 영향력 있던 디젤 진영은 영 힘을 잃은 모양새다. 폭스바겐은 그간 ‘클린 디젤’ 캠페인을 선두에서 이끌었는데, 그 수장이 휘청이는 탓이다.
대신 전기 자동차 시장은 탄력을 받았다. 친환경차에 대한 각국의 정책적 지원과 제도 개선이 활발한 가운데, 자연스레 전기차에 대한 수요도 늘고 있다. 그렇다면 2015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는 무엇일까?
누적 판매 25만 대를 자랑하는 닛산의 리프? ‘자동차계의 애플’ 테슬라가 내놓은 모델 S? 자연스레 글로벌 전기차 분야에서 수위를 다투는 닛산이나 테슬라를 떠올리기 쉽다. 실제 두 회사는 지난 한 해 세계 전기차 시장을 이끌며 나름 선전했다.
미국의 친환경 자동차 전문매체 ‘그린카 리포트(Green Car Reports)’ 조사에 따르면, 닛산 리프는 2015년 미국에서만 1만7269대가 팔렸다. 전 세계 기준으로 3만9000대, 다른 전기차 모델까지 포함하면 닛산은 한 해 대략 5만 대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테슬라도 비슷한 수준이다. 전 세계에 5만557대의 전기차를 팔았다.
다른 글로벌 메이커들은 이에 미치지 못했다. 그나마 선전한 BMW의 전기차 i3와 i5가 3만여 대 정도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린카 리포트는 GM과 포드가 전기차는 물론 자사의 하이브리드 차량까지 모두 포함해 북미 시장에서 3만 대 조금 넘는 판매고를 올렸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런데 닛산과 테슬라의 판매량을 넘어선 회사가 있다.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닛산과 테슬라를 각각 2위와 3위로 내려앉힌 주인공은 바로 중국의 비야디(BYD)다. 곧 국내 전기 버스 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 국내에선 이름이 낯선 게 사실이다.
워렌 버핏이 투자해 화제가 됐던 비야디는 GM의 볼트보다 먼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 F3DM을 출시한 바 있다. 전 세계 첫 번째 플러그인 모델이었고, 이후에도 전기차 부품을 비롯해 다양한 친환경차 모델을 선보여왔다.
그린카 리포트는 비야디가 지난 해 전기차 모델을 다각화하며 6만대가 넘는 판매고를 올렸다고 전했다. 새로 출시한 콤팩트 세단 친(Qin)은 3만1898대, 콤팩트 SUV인 탕(Tang)은 1만8375대를 판매하며 인기를 얻었다. 전기 택시 E6와 소형 상업용 밴 T3, 메르세데스-벤츠와의 합작 모델인 덴자(Denza) 등을 포함하면 총 6만1722대를 판매했다고 한다.
물론 대부분 중국 내수 시장에서 이룬 성과였다. 중국 정부의 강력한 전기차 부양 정책과 중국 내 거대한 시장 규모에 힘입은 바가 컸다. 하지만 이런 규모의 경제가 글로벌 시장에서도 점차 영향력을 확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또 비단 양적으로만 중국 회사들이 주목 받는 것도 아니다. 패러데이퓨처는 이제 막 콘셉트카를 하나 선보였을 따름인 스타트업이지만, 강력한 테슬라의 대항마로 떠오르며 세계적인 이목을 끌었다. 이 회사 설립자는 ‘중국의 넷플릭스’라 불리는 러스왕(LeTV)의 최고경영자로 알려졌다.
향후 자동차 시장은 ‘제2의 스마트폰’ 격전장이 될 거란 목소리가 높다. 전기차를 둘러싼 글로벌 메이커들의 첨예한 각축전 속에 여전히 많은 사람이 전기차 하면, 일본의 닛산이나 미국의 테슬라를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이름도 낯선 중국의 비야디가, 조용히 세계 전기차 시장 판매 1위에 올랐다는 사실에 주목하자.
안창현 기자